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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u journey Oct 10. 2022

4 학교 첫 방문

BRP카드 수령

9/9 


• 킹 찰스의 추도사

• 학교 첫 방문

• BRP카드

• 소호 나들이
 


온 동네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을 비롯한 각종 전광판, 부동산 에이전시, 카페, 마트 등 엘리자베스의 얼굴과 애도 메시지가 도시 전체에 퍼졌다.

아침에는 BBC에서 킹 찰스의 추도사를 들었다.

70세가 되어 엄마를 잃고 영국의 왕이 되어야 하는 그는 어떤 마음일까. 평생을 준비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것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오랜 시간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축복이 아닐까 싶었다.
 

***


남편과 같이 2층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처음 2층 버스를 타보는 남편은 무척 신난 표정이어서 나까지 덩달아 신이 났다. 화창한 날씨를 배경으로 학교를 향하고 있으니 새삼 유학 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실감 났다.


학교 입구에 도착하자 큰 학교 로고가 보였다. 지난 1월 지원서를 쓸 때, 3월 합격 메일을 받고 학비를 납부할 때, 내내 온라인상에서 보던 로고였다. 신이 나서 사진을 찍고 학교를 구경했다.


아직 학생들이 없는 학교는 조용하고 아담하고 아늑해 보였다.

다음 주면 학생들이 가득하고 분주한 캠퍼스가 될 터였다.

서른이 훌쩍 넘어 시작하는 유학, 잘할 수 있을까. 두렵고 설레는 마음이 엉키고 뒤섞였다.


학생 센터에 가서 BRP카드도 수령했다. 먼저 영국 학생 비자를 받으면 임시 비자를 여권에 붙여주는데 영국에 도착하면 미리 지정한 곳에서 실물 BRP카드를 수령해야 한다.


여권의 임시 비자를 보여주고, 내 얼굴과 남편의 얼굴이 들어간 민증 같은 BRP카드를 받았다. 회현역 인근 단암빌딩 5층 영국 비자 센터에서 준비 없이 찍힌 못생긴 사진이라도 내 얼굴이 들어간 카드를 받으니 어딘가 마음이 든든했다.




***

저녁에는 베키의 가족들과 소호에 놀러 갔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건물 사이를 걸어 아주 핫한 한식집에 갔다.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들어갔는데 서울에 여느 식당보다 맛있었다. 특히 메뉴의 다양함에 놀랐는데 기본적인 부대찌개와 김치전은 물론 육회도 있었다.


후식으로 아주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또다시 화려한 차이나타운을 지나 한국 치맥과 분식점이 성황리에 운영되는 것도 보고, 극장 뒤편에서 드래그퀸도 많이 보았다.


화려한 소호의 밤거리, 그 한가운데 걸린 디스플레이에도 엘리자베스 여왕의 얼굴이 커다랗게 띄워져 있었다. 역사적인 순간, 그 가운데에 있다.



***


아주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침대에 누웠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우리를 가족처럼 맞아주는 이들 덕분에

세상 안전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많이 많이 고맙고 감사하다.                    

모든 것이 다 새로운 영국에서의 네 번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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