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알프스
조지아를 또 가고 싶은 이유는 딱, 이 도시 때문이다. 여기에서 유유자적 일주일을 쉬다 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수도를 벗어나, 두번째 도시로 선택한 곳은 카즈베기였다. 트빌리시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영어도 잘 안 통하는 곳이다보니 눈 뜨고 코 베일까봐 조금 무서웠지만, 역시나 아무도 우리의 코를 베어가지는 않았다. 택시아저씨는 중간중간 유적지에 내려주고 사진도 찍어주었고, 덕분에 쉬엄쉬엄 잘 도착했다.
카즈베기는 역대급으로 멋진 풍경이었다. 뭐랄까, 완전한 대자연인데 내 눈에 다 담기는 그런 곳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대자연의 느낌이 아니라, 내 것 같은 대자연의 느낌이랄까.
카즈베기의 저 근사한 산에는 유명한 교회(혹은 수도원)이 있는데 걸어 올라가면 3시간 정도 걸리고, 버스나 차로도 갈 수 있다. 그 곳에서 웅장한 산세에 둘러싸인 카즈베기의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카즈베기에 있는 호텔은 다른 지역의 숙소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곳에 머무를 이유는 분명했다. 대자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야외 테라스에 가만히 있어도 마음의 여유가 절로 생기는 기분이었고, 수영장 같은 시설들도 좋았다.
도로나 철도가 놓여 있거나 전신주가 보이는 산이 아니라, 사람의 발길로 닦인 길이 보이는 산이라서 더 좋았다. 과거로 타임슬립한 것 같아서, 먹고살기 위해 저 길을 오고갔던 그 삶들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호텔 하나, 산 하나로 유지되고 있어서 쇠퇴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은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난잡하게 이것저것 있지 않아서 오히려 안정된 느낌을 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