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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ks Jan 02. 2024

인생이 한 권의 책 같을 때

[Book Review] 스토너

휴양지에서 읽으려고 너무 극적이지 않아보이는 내용의 소설책을 골랐다. 이 책은 (약간은 씨니컬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정말 쭉 읽어내려가듯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중간에 지루하다 생각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 만큼, 어떤 울림이 있었다.


남자는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성취감을 느끼면서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지만, 그냥 그렇게 때로는 지루해하고 때로는 성취감을 되새김질하는 한 명의 교수가 된다. 남자는 가슴 떨리는 사랑을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구애해 사랑하는 여자와 가정을 이루지만, 그냥 그렇게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미워하는 한 명의 가장이 된다. 남자는 밤을 세우며 둘도 없는 친분을 나누는 친구들을 갖게 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냥 그렇게 때로는 가까워지고 때로는 멀어지는 그런 관계를 이룬다.


세계를 뒤흔드는 전쟁에, 주변 환경을 바꾸는 정치에, 주변 누군가의 신념에, 남자의 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남자는 순응하기도 하고, 욱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산다.


아마도 엄청나게 힘들었을 순간들-전쟁통에 살아야했던 나날들, 한 집에 있지만 누구보다 멀어졌던 아내와의 하루하루들, 신념이 다르다는 오해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야했던 직장에서의 생활들 등-이 많았겠지만 책 한 권 속에 그 순간순간은 단 몇 줄 뿐이었고, 책 말미에 그 남자의 인생의 끝에서 보는 그 일들도 정말 순간이었을 뿐이었다. 그게 나에게는 많은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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