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skies Dec 16. 2018

죽은 시인의 사회, 내 인생의 한 편의 시를 가지는 것

내 인생의 한 편의 시를 가질 수 있는 선택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실 줄만 알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일은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일 거다.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어쩐지 그 어느 때보다 할머니가 가깝게 느껴졌다. 분명 저곳에 서서 내 이름을 불러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할머니에 대한 후회의 감정이 밀려왔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내가 할머니에 사랑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깨달았다. 멀리 산다고, 조금 어색하다고 핑계를 대며 미뤄왔던 것들이 후회로 밀려와 힘이 들었다. 이것이 죄책감이라는 것인지 생각도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내게는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보았다. 이 영화 역시 이십 대 초반에 처음 봤었으니 거의 10년 만에 다시 본 것이다. 역시 그때 보았을 때와 지금 볼 때의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그때는 시간이 마냥 무한한 것만 같고 감각이 없을 때였다. 영화 속 키팅 선생님이 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나의 선생님이 직접 가르쳐주는 말씀이라 생각하고 잊지 않으려고 새겨들으려 했다. 특히나 최근 할머니의 장례식 이후로 사람은 나이가 들면 죽는다는 시간의 유한성을 깨닫고 난 뒤였다. 키팅 선생님 역시 죽음과 시간에 대해 한 시인의 구절을 빌려 학생들에게 시간을 활용하라고 얘기한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던 나는 문학을 배우고 싶었다. 제2 전공으로 영문학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졸업하기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문학 전공 수업을 단 한과목도 듣지 못하고 졸업을 해야만 했다.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세계문학 수업을 재밌게 들었던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갈증을 이 영화를 이번에 두 번째로 다시 보면서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아래 시는 영화 속 여럿 등장하는 시인들 중 월트 휘트먼의 시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 둘러싸여 들려준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이다. 



Oh, me! Oh, life! 

오, 나여! 오, 생명이여!

of the questions of these recurring,

수없이 던지는 이 의문!

of the endless trains of the faithless,

믿음 없는 자들로 이어지는 도시 

of cities fill'd with the foolish,

바보들로 넘쳐흐르는 도시

what good amid these,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까 

Oh, me! Oh, life!

오, 나여! 오, 생명이여!

answer that you are here,

대답은 내가 거기에 있다는 것

that life exists and identity,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that the pwerful play goes on,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and you may contribute a verse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그리고 키팅 선생님이 묻는다. 



여러분의 시는 어떤 것이 될까?



지나버리고 나면 시간이 얼마 없으니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나도 내 인생의 한 편의 시를 가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야외 수업을 하는 키팅 선생님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와 수업을 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만의 특유한 신념을 지켜내기란 힘들다고 말한다. 이상하다고 보든 나쁘다고 보든 전통에 도전하라고 말한다. 나 역시 나만의 것을 만들고 첫째로 나를 둘러싼 현실과 환경으로부터 내 생각을 굳건히 지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애써 기억하지 않으면 영화의 감동은 그저 감동으로만 남고 선택 앞에서 갈팡질팡한다. 그것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이제야 대학을 졸업할 수 있게 되었다. 때 마침 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나의 졸업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언제나처럼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내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올 한 해는 곧 대학을 졸업하면 이후에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끝과 또 다른 시작을 잘 잇기 위해 보낸 한 해였다. 애초에 여름에 졸업을 해야 했지만 한 학기 휴학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면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복학하여 남은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하기로 했다. 막상 연말을 맞으니 올 한 해가 이렇게 가버리나 싶었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여러 가지 일을 새로 도전도 해보고 배우고 공부한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고민의 시간은 이어졌다. 어김없이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한 선택이 내 인생의 한 편의 시를 가질 수 있는 선택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희의 목소리를 찾으라는 키팅 선생님의 말을 잊지 않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애틀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