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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Dec 26. 2018

이 기다림이 값진 시간이 되기 위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2)

내가 20대 내내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다림이다. 어릴 적 기다림이란 내게 성질나는 것, 바보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내가 좀 더 자라고 나서는 기다림은 추운 겨울 주머니에 손 찔러놓고 길가에 서성이는 것이 되었다. 기다리고 있는 나는 너무 춥고 그 마저도 덜 춥기 위해 손에 커피라도 들고 있다. 어릴 적 기다림을 너무 대놓고 미워했던 탓에 20대 내내 제대로 붙잡히고 말았다.


기다리고 싶지 않으면 떠나면 그만인 것을. 세상은 내게 반강제인 건지, 어느 순간 내가 받아들인 건지 나를 계속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길었던 시간이 지난 지금 기다림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항상 함께하고 있는 것이 되었다. 기다리면서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1초, 2초 지금 이 순간순간이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앞으로 내가 지내야 할 시간이 너무 긺에 힘겨웠다. 단 3일도 얼마나 기다란 시간인지. 그래서 난 기다리면서 기다리지 않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그럼에도 기다리는 중에 나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과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 좀처럼 믿을 수 없는 나의 얕은 마음 때문에 밤을 괴롭게 지새울 때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애니처럼 그 시간들을 바꿀 나의 용기로 그 오랜 시간이, 기다림이, 값진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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