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skies Apr 10. 2019

'콘택트', 외계인이 아닌 인간에 대한 연결

영화 '콘택트'

내가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는 밤하늘 너머 우주 이야기를 즐겨하셨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줄곧 과학과 우주에 관하여 호기심과 경외심을 가져왔다. 그때는 가족끼리 함께 본 공상과학 영화도 그냥 흘려 보지 않고 영화가 끝난 뒤에 가족과 함께 영화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 지구로부터 시작해서 뒤로 점점 빠지며 화성, 목성, 토성, 은하계 그 너머까지 영화 속 주인공 앨리의 아버지의 말처럼 이 우주에 우리 인간 말고 다른 존재가 없다면 얼마나 공간 낭비인지, 그 우주의 광활함을 보여준다. 


어린 앨리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며 자신이 있는 곳 보다 더 먼 곳까지 연결을 시도하고 달까지 화성까지 세상을 떠난 엄마하고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호기심에 차서 묻는다. 

나는 자연과 그 속에서 주인공이 하늘을 보고 별을 바라보는 분위기에 편안함을 느끼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한 때는 어쩌면 지금도 별을 연구하는 저런 삶을 꿈 꾸기도 했는데 영화 보는 내내 자연계열로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수학을 못한다. 지금이라도 과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영화가 선사하는 천문 과학의 매력을 느꼈다. 


어릴 적부터 수학과 과학에 남다른 재능을 가졌던 주인공은 아버지의 지도 아래 하늘의 별을 보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며 지구 밖 어떤 존재를 찾고자 한다. 그런 그녀는 어머니를 태어나자마자 잃었고 아버지마저도 어린 시절 잃고 만다. 


아버지를 잃은 깊은 슬픔에 잠긴 어린 앨리에게 교회 목사님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세상엔 왜 일어나는지 모르는 일도 있는 법이란다. 그럴 땐 신의 뜻이려니 하고 받아들여야 해.' 그런 목사님에게 어린 주인공은 차가운 눈빛으로 '아래층 화장실에 약을 갖다 둘걸. 그럼 빨리 찾았을 텐데.'라며 쏘아붙인다.


약만 아버지에게 일찍 갖다 주었더라면 아버지는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믿기 힘든 현실에 어차피 아버지는 죽을 운명이었다는 듯한 목사의 말이 듣기 싫었을 것이다. 주인공이 이 대사를 쏘아붙일 때 나는 왠지 앨리에게 공감이 됐다. 우린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우리보다 높은 존재를 찾으며 어떤 의미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순응하는 자세를 갖는다. 난 어릴 적에는 그런 태도가 합리화나 어쩌면 비겁하다고 까지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우리가 충분히 바꿀 수 있고 우리의 의지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죽음과 같이 커다란 문제까지는 나 역시 알 수 없지만 나는 우리 인간이 신이나 누군가 정해놓은 운명에 따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며 어떤 일이든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외계 생물의 존재에 대한 과학 이야기이지만 영화 내내 종교와 대립하며 신을 믿는지 계속 묻는다. 과학자인 주인공은 신을 믿는가에 대한 질문에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신을 믿지 않는 주인공과 주인공을 둘러싼 신을 믿는 사람들과 계속 대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잘 살펴보면 주인공은 신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고 믿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앨리는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강한 존재에 끌려 다니는 나약한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자신 안의 강한 힘을 믿고 있었다.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화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엔 그게 뭔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나는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작가이자 영적 상담가인 팔머 존스는 '우린 지금 더 행복한가, 기술이 발전하고 과학이 진보할수록 인간은 더욱 행복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TV와 인터넷 쇼핑을 하며 공허함을 채우고 점점 단절되어간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앨리는 능력 있고 유망한 과학자이지만 성공할 확률이 희박한 분야를 파며 어쩌면 남들이 볼 때는 재능을 썩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연구비도 중단되며 그녀의 연구는 계속해서 난항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어릴 적부터 품어온 소망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자신의 목표를 위해 싸운다. '공상 과학, 미친 소리'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성공과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소명을 따르는 그녀가 나는 정말 멋지다고 느낀 것 같다. 




종교와 과학의 깊은 고뇌의 질문을 던져 놓고 주인공은 결국 외계의 존재에 대한 신호를 따라 우주선을 타고 떠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하나의 답을 찾아서 온다. 그리고 그녀는 그동안의 그녀의 신념에 까지 변화를 겪는다. 



우리는 모두 단절된 존재가 아니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외계인을 통해서 인생의 하나의 진리를 듣고 온 것 같다. 그 사실을 알기만 하면 우리는 쓸데없이 외로워하며 괴로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답을 찾아서 오지만 매체와 정부는 그녀가 겪은 경험을 믿어 주지 않으며 발언을 철회하라고 까지 한다. 


영화 마지막으로 갈수록 최근 우리나라에도 큰 화제였던 인터스텔라가 떠오른다. 인터스텔라 역시 결국에는 사랑이 답임을 말해준다. 과학 영화에서 외계 존재에 대한 탐구, 행성 간의 이동 등 낯설고 신비한 과학적 사실을 화려한 영상으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그러한 과학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가치를 내세우고 종교의 신적인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고민하게 만든다. 


정말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이다. 우리는 모두 단절된 존재가 아니고 하나임을 나 역시, 깨닫고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이 세상 살면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몇 년 전에, 동생과 함께 몇십 년 만에 찾아왔다는 혜성을 보러 용산의 천문대를 갔었다. 가기 싫다는 동생을 졸라서 다녀왔었다. 힘들게 찾아갔더니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혜성은 보지 못하고 인공 밤하늘의 별만 보고 심심하게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다음에 또 써먹을 수 있는 무료 쿠폰을 받아왔지만 유효기간 내에 사용 못하고 버리고 말았었다. 그렇게 싼 가격도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아쉬움만 남았던 서울 한 복판 별구경 추억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