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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Apr 30. 2019

우리가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면?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

옛날에 봤었던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르다가 선택 장애에 걸려 결국은 영화 보기를 접는 경우가 꽤 많은데 내 손가락이 그냥 클릭해버렸다. (스포 ○)


36개의 이를 72회의 정확한 칫솔질을 하는 남자가 어느 날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 캐릭터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을 바꿔나간다는 이야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는 자세한 내용은 가물가물한 영화였다.

국세청 직원인 해롤드 크릭은 매우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숫자에 밝으며 자신의 일상생활 속속들이 숫자를 세고 재며 아주 평범하고 마치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이다. 자신의 칫솔질을 자신이 정한 수에 맞추어 양지질을 하고 무엇이든 숫자와 규칙에 맞추어 살아가는 캐릭터가 이제 곧 그 규칙이 무너지고 당황할 모습에 벌써부터 웃음이 나는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정확한 횟수를 세며 이를 닦는 해롤드 크릭.


심지어 걸음 수도 세어가며 출근하는 해롤드 크릭.


어느 날, 정체 모를 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소설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기도 하지만 정신분열증이라고 하는 의사의 진단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묘사되는 소리가 문제이니 문학박사를 찾아가 보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대학교의 문학 교수를 찾아간다.


해롤드 크릭의 문제의 열쇠를 같이 찾아가는 중요한 조언자.


문학 박사이니 만큼 해롤드 크릭의 문제를 문학 이론으로 풀어가는 줄스 힐버트의 해결 방법이 꽤나 흥미롭다. 해롤드 크릭의 소설 장르가 비극인지 희극인지 또는 어떤 문장을 썼느냐에 따라 어떤 작가 일지 유추해내고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법이 의외로 신뢰가 가고 재미있다.  


마침내 카렌 에펠이라는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임을 알게 된 해롤드 크릭은 그녀를 찾아내고야 만다. 그러나 그녀는 매번 비극으로 끝나는 작품만 쓰는 작가로 이번 작품의 결말도 주인공이 죽으며 끝날 터였다. 이대로라면 해롤드 크릭은 터무니없이 죽고 만다.


해롤드 크릭이 사랑하는 여인, 아나 파스칼.

해롤드 크릭에게는 사랑하는 여자도 생겼고 어떻게든 살아내고 싶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작품성에 설득되고 만다. 그의 죽음이 아니고서는 작품이 진정으로 완성되지 않을 것이기에 작품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한편, 매번 자신의 작품의 주인공들을 죽여 온 것에 새삼 해롤드 크릭을 통해 죄책감을 느끼는 작가, 카렌 에펠은 이번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깊은 갈등을 하게 된다. 비극적 결말 말고는 자신의 작품의 작품성을 지킬 수 없음에도 그녀는 결말을 수정한다. 원래는 자신의 죽음을 모르는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는 것이 본래 줄거리이지만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살려주고 싶지 않겠냐'며 결말을 수정한 이유를 말해준다.


우리 삶이 어쩌면 소설과 같은 만들어진 이야기의 일부라면 어떨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과 함께 의미심장한 마음으로 본 영화다. 작품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썼지만 그럼에도 직접 영상으로 보면 다른 재미있는 부분도 많기에 영화를 본다면 훨씬 좋을 것이고 한번 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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