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서 해방의 시간을 즐기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여가 활용의 모습과 휴식, 취미생활 등을 소개하는 ‘해방타운’에는 4명이 등장하는데, 그중 한 명은 전직 농구선수 허재 감독이다. 지난주에는 피아노 학원을 방문해서 피아노를 배우는 허재 감독의 모습이 소개되었다.
어린아이들 옆에 커다란 50대의 남자가 앉아 음악 공책에 음표를 그리고 악보 읽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드디어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건반 하나에 꽉 차는 커다란 손가락을 올려놓고 한 음 한 음 건반을 눌렀다. 서툴고 거칠지만 그가 누르는 건반들이 소리를 내고, 조금씩 음을 이루어 동요 한 곡을 연주하게 될 때까지 그는 열심히 연습했다. 짧은 동요에 불과했지만 60을 바라보는 나이의 투박한 손가락으로 누르는 음들은 그 순간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 되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책상보다는 운동장이 더 익숙하고, 앉아있는 시간보다 서서 뛰는 시간이 더 많았던 소년기와 청년기의 그는 어쩌면 평범하게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보통의 아이들이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배워 보고 싶었다’ 라며 천진하게 웃는 나이 먹은 남자의 모습이 아이의 얼굴처럼 맑아 보였다.
나이를 먹은 남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일은 흔치 않다. 오랜 훈련으로 마디가 굵어진 손으로 건반을 누르는 모습이 감동과 아름다움을 주는 것은 끝없이 도전하고 배우려는 젊은 의식 때문이다. 젊게 산다는 것은 보톡스나 필러 등의 물리적이고 인위적인 것으로 겉모습을 팽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꿈을 가지고 스스로를 가꿔가는 영혼은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이 젊고 순수한 영혼이다. 나를 다듬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 겉모습을 다듬는 것보다 내면을 채우는 일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든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끝없이 나의 내면을 채워가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