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헤이 (5坪)
폴랑폴랑 떨어지는 눈을 따끈하게 구운 가리비로 받아 호로록~
이 곳을 이자카야라고 해야 할지 사실은 조금 망설였다. 술과 안주를 파는 가게의 성격상 이자카야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가게 내부는 주인아저씨 하나 겨우 운신할 수 있는 좁은 주방과 그 주방만 한 작은 공간에 네댓 개 남짓한 의자를 놓아둔 것이 전부인지라 노점과 다름없다. 언제 가더라도 가게 안에 앉기는 힘들었다. 대신 도로변에 주인아저씨를 마주 보고 서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조금 있는데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는 사실은 내가 실제로 유심히 보기 전까지는 알아채지 못했었다.
도대체 언제 내리기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눈이 내리던, 지루한 겨울의 어느 수업시간이었다.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는 한 귀로 흘러들어 한 귀로 나가고 창가 쪽에 앉아 멍하니 폴랑거리는 눈송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팔을 툭 치며 내게 말을 걸었다.
"오늘 호타테 구이랑 맥주 한잔 하러 갈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몇 명이 함께 갈 거라며 눈을 반짝이는 친구의 얼굴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 반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삿포로의 웬만한 곳들은 아케이드나 백화점, 지하 쇼핑가가 아닌 이상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곳들이 많다. 그런데 순식간에 종아리까지 차오르도록 함박눈이 펑펑 오는 길은 사실 매혹적인 풍경과는 달리 걷기에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지루한 하루의 끝에 호타테와 맥주가 아닌가. 우리는 걷는 일에 체력을 모두 쏟아부으면서도 마냥 즐겁게 수다를 떨며 고헤이로 향했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사실은 조금 놀랐다.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노점이나 다름없는 좁은 공간에 아저씨 하나 겨우 운신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당연히 안에는 자리가 없었고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자리라곤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커다란 삿포로 맥주통이 놓인 대로뿐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그 바깥 공간에 서서 아저씨가 구워주는 호타테를 기다렸다. 조그만 창문 안쪽으로 잠시 다그락거리던 아저씨는 헉 소리가 나도록 커다란, 말 그대로 손바닥만 한 호타테 구이 하나를 내 손에 들려주었다.
호타테는 우리말로 가리비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해산물에 속하는 지라 그렇게 큰 건 별로 본 적도 없는 터였다. 아저씨가 정성 들여 손수 구워주시는 큰 호타테가 한 개 150엔. 길가에 서서 먹어야 한다며 투덜거리려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숯불에 잘 구워 츠유를 살짝 뿌려주는데 여기서 잘 구웠다는 말은 바싹 그을린 것이 아니라 육즙이 충분하고 가리비의 단맛이 최고조에 다다른 보들보들한 상태를 말한다. 생으로도 먹고 가리비처럼 구워도 먹는 석화는 개당 105엔이지만 아저씨의 기분에 따라 한 개를 주문하면 한 개를 서비스로 더 주실 때가 많다.
길가에 서서 내리는 눈까지 가리비로 받아 호로록 함께 먹는다. 그리고 맥주 한 모금 마시면 그야말로 꿀맛. 이 맛이야말로 진정한 삿포로의 겨울을 느끼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몇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풍경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가리비가 뜨거워 혓바닥을 데었다며 눈을 낼롱낼롱 받아먹던 그 친구는 잘 있을까. 눈 때문에 맥주가 싱거워진다며 투덜거리던 그 친구는 가끔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함박눈과 최고로 잘 어울렸던 호타테 구이와 맥주 한잔은 그렇게 가끔가다 마음속에서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주소 札幌市中央区南6条西4丁目3
오픈 주인아저씨 마음이라 정확하지 않음. 오후 늦게부터.
휴무 부정기 휴일
가격 굴 구이 105엔, 가리비 구이 150엔 (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