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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Jul 11. 2019

고단한 서민들의 휴식처

테바야 (手羽家)

메뉴판에 붙어있는 문구에 고개가 갸우뚱.
주류는 1인당 천엔 이상씩 주문해주세요.


심신이 피곤하던 어느 날 삿포로에서 오래 거주 중이던 친구와 죽이 맞아 맥주를 한 잔 하러 가기로 했다. 4초메 시덴 종점 근처에 친구가 잘 아는 가게가 있는데 닭날개 구이가 메인이라고. 밥집이야 혼자 다녀도 되니 하루가 멀다 하고 혼자 여기저기 들락거렸지만 이자카야는 사실 혼자 가기 힘든 곳이라서 잘 몰랐던 터라 이렇게 자신 있게 추천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런데 잠깐 망설이더니 붐벼서 바로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시덴의 종점에는 큰 빌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건물의 입구도 굉장히 많다. 비슷하게 생긴 입구 몇 군데를 헤매다가 가게로 가는 곳을 찾았는데 나 역시 몇 번을 왔다고 해도 다시 찾는다면 또다시 헤맬법했다. 거기에 지하 1층. 사람들의 발길이 뜸할 것 같은 장소인데도 테바야 앞은 장사진이었다. 술집에서 대기명단에 이름 올려보긴 또 처음이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언제 일어날 줄 알고 기다린담. 하지만 술집 안의 분위기는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을 일게 했고 결국 한 시간여를 기다려 자리에 앉았다.

사실 이 앞은 버글버글 사람들로 꽉 차 있었지만... 낮시간에 다시 가서 제대로 가게를 보고 왔다.


코팅된 메뉴판 두장을 받았는데 한 장은 주의사항이 적혀있었다. 안주는 서비스 차원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니 술을 주문할 때 1인당 1000엔 이상씩 주문하시라는 다소 희한한 문구였다. 이유는 금방 알게 됐다. 보통의 이자카야에서 한 개 두 개씩 접시에 담아주는 닭날개가 큰 접시에 한가득 담겨 나왔기 때문이다. 닭고기의 쫄깃한 부분만 골라 동그랗게 말아서 튀겨준 가라아게 역시 큼지막한 덩어리 7-8개가 나온다. 저렴한 데다가 이렇게 푸짐할 수가 없다. 부어라 마셔라 하며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소비하는 우리나라의 술자리 문화와 비교하면 일본의 술자리는 대체로 적당히 또는 조금만 마시는 편이니 주류 매출이 어느 정도 나와주어야 하는 것 같다. 

응, 납득.  


가게 안은 주로 고단한 하루 업무를 마친 오피스걸들 모임이나 샐러리맨들의 단체들이 메우고 있었는데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떠들썩하게 즐기기로는 최적의 장소인 듯싶다.

사실 주민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는 이런 가게는 대개 숨어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는 경험하기 힘든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 소리를 질러야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에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즐겁게 마음껏 먹고 마셨던 일이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주소  札幌市中央区南1条西5丁目16-24 B1

오픈  월-금 17:00~23:00

휴무  토, 일, 공휴일

가격  테바사키, 닭튀김, 오징어 통구이 950엔, 주류는 1인당 1000엔 이상 주문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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