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도리 (串鳥)
꼬치구이는 일본어로 야키토리(焼き鳥)이지만
늘 쿠시도리로 착각할 정도로
이곳은 내게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지.
쿠시도리는 1976년에 문을 열어 삿포로 시내에만도 2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서민 이자카야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꼬치구이 전문점.
해가 저문 저녁시간에 삿포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길가에서 연기와 함께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꼬치구이집을 자주 만나는데 열 군데 중 일곱 곳 이상이 쿠시도리다. 꼬치에 채소와 고기를 번갈아 끼우고 달콤 짭짤한 타래를 슥슥 발라 솜씨 좋게 직화로 구워내는 이 꼬치들은, 맛도 좋고 저렴해서 별 부담 없이 자주 들락거릴 수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은 건지 쿠시도리는 언제나 붐볐다. 붐비는 걸로도 모자라 술 한잔 걸치기 좋은 저녁 시간대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입구에서 안내를 받아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물수건과 함께 오로시라고 하는 기본 안주를 내온다. 그냥 생 무를 갈아낸 것으로 테이블에 있는 가쓰오부시 간장을 살짝 뿌려서 티스푼으로 떠먹으면 된다. 메뉴판을 펼치면 많은 종류의 꼬치구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너무 많다 보니 사진이 모두 있는 건 아니지만 인기 있는 것들을 사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것만 주문해도 언제나 충분하다.
뭐니 뭐니 해도 삼겹살과 파를 번갈아 끼워 구운 꼬치구이(三元豚の豚精肉)와 삼겹살 대신 닭고기를 끼운 꼬치구이(鳥精肉)가 기본이다. 닭날개 하나를 통째로 구워주는 테바사키(手羽先), 얇게 썬 돼지고기와 김을 돌돌 말아 구운 된장소스구이(豚味噌海苔巻き), 떡갈비구이인 츠쿠네(つくね), 모찌베이컨, 다진 돼지고기를 채운 피망구이 등이 나의 18번 메뉴. 거기에 시즌 한정이나 스페셜로 반짝 나오는 메뉴들도 있어서 가끔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특별히 좋아하는 메뉴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솥밥이다. 조그만 쇠솥 안에 쌀과 간장 양념, 고기를 넣고 작은 불에 올려 30분가량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주문하고 가장 나중에 먹게 되지만 특유의 감칠맛이 좋아서 식사를 하고 가서도 주문하는 편이다.
꼬치구이는 일본어로 야키토리(焼き鳥)이지만 늘 쿠시도리로 착각할 정도로 이곳은 내게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었다. 사실 이곳을 삿포로의 꼬치 맛집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기합이 든 주인아저씨가 온몸으로 굉장한 오라를 풍기며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 와 추천품에 올려주는 굉장한 곳들도 몇 군데 있지만 학생 시절, 가벼운 주머니로 부담 없이 들락거린 쿠시도리는 내게 조금 특별하다.
마음 싱숭생숭한 날, 비가 오는 날, 친구랑 맥주 한잔에 수다 떨고 싶은 날, 꼬치구이가 먹고 싶은 날… 수많은 날들을 나와 함께 해 준 쿠시도리가 나는 참 좋다.
주소 札幌市中央区南4条西3丁目3-3 B2 (본점)
오픈 15:30~24:00
휴무 12월 31일
가격 꼬치구이 한 개 130엔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