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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Aug 07. 2019

어퍼 이스트 사이드_뉴욕안의 독일

쉘러 앤 웨버 (Schaller & Weber)

간혹 심상치 않은 오라를 뿜어내는 가게들이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이 둘러쳐져 있어서 마치 자석처럼 내 몸이 끌려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하면 맞을까. 그런 곳은 눈이 닿은 순간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쉘러 앤 웨버’도 그런 가게 중 하나였다.

 

 치즈 케이크로 유명한 ‘투 리틀 레드 핸즈’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도 별로 볼 것 없는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가야 했다. 시간 시간이 중요한 단기 여행자에게는 치즈 케이크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주요 방문지가 되기 힘들어 보였다. 다행이 넘치는게 시간이었던 나는 티산 파머시도 들를겸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로 하고 투 리틀 레드 핸즈에 갔다가 그 옆에  딱 붙어있는 ‘쉘러 앤 웨버’와 만나게 됐다.

무심결에  들여다 본 진열장 안에 독일의 시골 마을을 여행하면서 봤던 정교한 조각을 입고 있는 맥주잔들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이 하나하나 정성들여 조각한 것이다보니, 이것만 찬찬히 들여다봐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눈에 띄게 예쁜 패키지를 입은 유리 맥주병들, 더없이 맛있어 보이는 수제 소시지들이 옆에서 옆으로 자꾸만 시선을 옮기게 했다. 아니 무슨 그런 평범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델리의 진열품을 보고 그렇게 과장되게 이야기하나 싶겠지만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그 곳의 물건들에서는 묘한 오라가 느껴졌다.

진열대는 내용물에 대한 근거없는 무한 신뢰가 생길 만큼 포장지가 예쁜 물건으로 꽉 차있었다. 쨈, 쿠키, 맥주들을 비롯해 통조림캔까지도 하나같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포장지를 입고 있어서 몇발짝 떼면 가게 끝에 도달하는 좁은곳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진열대를 돌아서면 묵직한 독일 빵들과 함께 많은 종류의 치즈와 소시지, 그리고 이곳에서 만드는 독일 수제 맥주병들이 가득 줄을 서 있다. 내가 너무 예쁜 물건들에 마음을 빼앗겨 사설이 길었는데 사실 이곳의 주력 품목은 단연 독일식 소시지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은 뉴욕에 정착한 독일인들이 푸줏간을 운영하며 마을을 이루어 살던곳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정통 독일식 델리였다.  ‘쉘러 앤 웨버’의 역사가 195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그때 이주해 온 독일의 후손들은 독일보단 미국인에 가깝긴 하겠으나, 소시지를 만드는 방식 만큼은 정통을 고집하며 유럽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네덜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서 차근차근 메달도 획득하고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도 등장한 바가 있으니 역시나 평범한 델리는 아니었던거다.


장인정신으로 100년동안 한 우물만 파 온 훈제 햄과 소시지들을 맛보면 나같은 외국인 관광객도 독일을 여행할 때의 향수에 젖어들게 된다. 게다가 퀄리티 높은 독일 식료품들이 가득하니 그저 구경만으로도 즐겁다.



위치 : 1654 2nd Ave #1, New York, NY 10028

전화 : 212-879-3047

오픈 : (월-토)10:00-20:00, (일)12:00-18:00

홈피 : www.schallerwe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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