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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Feb 26. 2020

미드타운_뉴요커가 사랑하는 진짜 중국 누들

시안 페이머스 푸드 (Xi’an Famous Food)

뉴욕 여행을 결정하고 조사를 시작한 뒤 뉴욕의 음식이란 곧 전 세계의 음식이라는 걸 알았는데, 그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뉴욕에 살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머리로는 납득을 했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까, 세계의 음식이 한자리에 모여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그닥 잘 와 닿진 않았다.

그럼에도 막연하게 뉴욕의 음식(미국의 음식이 아니다.)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뉴욕에 도착했고, 뉴욕에서의 첫 식사가 '엘코코테로'라는 레스토랑으로 무려 베네수엘라 요리들이었으니 나의 기대는 점점 커져만 갔다.


사실 중국음식은 가장 궁금하지 않은 음식 중 하나였다. 세계 어느 나라를 여행해봐도 중국 음식점은 항상 있었고 뉴욕엔 생소한 나라들의 음식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든 아일랜드 해변의 구석지고 조그만 시골마을을 여행할 무렵에도 인적도 드문 썰렁한 곳에 중국 음식점이 동그마니 하나 있었고 그 사실에 무척 놀랐었다.

그러니 세계의 음식이 모두 있다는 뉴욕에 큰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있는 건 당연했다. 그곳에 가면 늘 많은 사람들이 활기를 띠고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중국 현지의 식재료들이나 과일을 길에서 팔고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건 다른 문제여서 선택의 폭이 넓다 보니 현지인의 조언이나 전문가의 정보가 필요했다.


짜장면이 중국 현지의 음식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것처럼, 뉴요커들도 토착화된 중국음식들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뉴요커들이 추천하는 중국 음식점은 본토의 향신료를 듬뿍 사용해 만든 중국식 누들 전문점이었다. 가게의 이름은 시안 페이머스 푸드(Xi’an Famous Food). 의외로 차이나타운이 아닌(차이나타운에도 지점이 있긴 했다.) 맨해튼과 퀸즈, 브루클린에 스물두개의 지점을 가진 체인점이었다. 누들이라는 흔한 메뉴를 메인으로 하는 체인점이라니, 정보가 없을 때 나의 기준으로 본다면 크게 관심 가질만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뉴욕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중국음식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뉴욕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브라이언트 파크 위쪽에 자리 잡은 시안 페이머스 푸드에 방문하게 됐다.

식사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긴 줄을 서야 할 만큼 무척 붐비고 있었다. 가게가 좁은 탓도 있겠지만 인기가 있는 탓이 더 크다. 안쪽에는 벽을 보고 앉는 좁은 자리가 몇 개 있고 대부분은 포장 손님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맞은편에 사진으로 된 메뉴가 붙어있어서 주문이 어렵진 않다.

매장마다 크기와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이곳은 미드타운 45가 점.


시안(Xi’an)은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시의 이름이다.

미국으로 이주한 왕사장님(Jason Wang)의 가족은, 지금은 사라진 퀸즈의 플러싱에 있었던 골든 쇼핑몰 지하상가에 조그맣게 가게를 내고 할아버지의 레시피를 이용해 국수와 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간판에는 고향의 이름을 붙이면서, 고향에서 널리 먹었던 음식을 알리기 위해 '시안의 유명한 음식(Xi’an Famous Food)이라고 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의 왕사장님은 창업주의 아들로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상징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 되었다고.

이 스토리는 가게의 벽면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기나긴 글로 설명돼 있다.


우리는 먹고 가려고 벽에 바짝 붙어 서서 테이크아웃 국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나와 푸들양은 주문을, 박군은 식기를 챙겨 매의 눈으로 자리를 확보했다. 종이쪽지를 들고 기다리고 있으니 주방이 있을 것 같지 않던 공간에서 덩치 큰 흑인이 국수 그릇을 들고 불쑥 나와 우리의 번호를 부른다. 1회용 종이접시에 아무렇게나 담은 넓은 누들의 비주얼은 베이징의 식당에서 본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한 젓가락 집었는데 면이 끝날 기미가 없이 계속 딸려 올라온다. 그 넓은 면이 딱 한가닥으로 들어있다. 처음 보는 형태였다. 중국에는 매일 다른 면요리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가 뜬금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많은 종류의 면을 먹어봤는데도 처음보는 면이 계속 생긴다는게 무척 신기하다.

이로 끊어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숟가락으로 적당한 부분을 잘라먹어보았다. 짭짤하고 매콤한 마라향이 코를 찌르며 혀를 맵싸하게 감싼다. 쫀득한 면도 찰진 맛이다. 우리나라라면 반찬으로 그냥 나올것 같은 고수 볶음도 엄연한 메인 요리인데, 받아들었을 땐 아 뭐 이런 반찬같은걸 이렇게 비싸게 팔지? 라고 생각했지만 양도 많고 제법 정성을 들여 조리해 맛은 좋았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후루룩 먹고 나오는 길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긴 줄을 늘어서 있다.



위치 : 24 W 45th St, New York, NY 10036

전화 : 212-786-2068

오픈 : (전일)11:00-20:30

홈피 : www.xianfoo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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