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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Jan 12. 2020

미드타운_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유럽식 빵

에이미 브레드 (Amy's Bread)

나는 미국에 가면 저렴하고 맛있는 빵을 어렵지 않게 많이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근거도 없고 밑도 끝도 없는 그런 믿음이 어디서 생겼는지 의아하지만, <서양은 빵이 맛있어. 미국도 서양>이라고 별생각 없이 치부해 생긴 불행한 결과였지 않나 싶다.


물론 마트에 가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종류의 식빵이 진열장을 그득그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빵들이, 빈말로도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뉴욕에서 맛있는 빵을 먹으려면 약간의 조사와 나름의 수고를 조금 해야 했고 그중 에이미스 브레드라는 귀여운 빵집을 하나 찾아냈다.


에이미 슈라이버는 프랑스에 가서 빵 굽는 기술을 배워 헬스키친에서 20여 년 전에 가게를 오픈했다. 전통적인 유럽 제빵 방식을 고수하는데, 빵이 맛있으려면 아무래도 그것이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 모양이다. 조그마해 보이는 매장에서 매일 꾸준히 20종 이상의 빵을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만들어내고 있어서인지 가게 앞을 지나칠 때마다 고소한 빵 냄새가 매장 밖까지 폴폴 풍기고 있다.


현재 에이미스 브레드는 작은 카페와 함께 있는 헬즈 키친의 본점, (얇은 크러스트 피자도 제공하는) 첼시 마켓, 그리고 그리니치 빌리지의 세 군데가 있다.

빵맛이야 모든지점이 비슷하겠지만 나는 유독 본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지점이 있는 곳을 지나가면서도 어쩐지 꼭 본점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뉴욕도 예외는 아니라, 바람이 많이 불고 갑자기 추워진 10월의 마지막 날 혼자 헬스키친 본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밖에서 보기엔 커 보였는데 희한하게도 가게는 내부가 둘로 완벽히 나뉘어 들어가는 입구가 별개였다. 왼쪽은 빵을 구워 파는 빵집, 오른쪽은 간단한 요기가 가능한 카페, 그리고 가장 깊숙한 안쪽은 주방이었다.

테이블은 단 세 개뿐이었다. 모두 좁고 불편해 보이긴 하지만 분위기는 꽤 좋다. 특히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창가의 테이블은 여러 개의 쿠션 때문에 포근해 보이기까지 했다.

유독 피부가 하얗고 여리여리한 젊은 여성이 그림처럼 쿠션에 파묻혀 커피를 마시다 일어나자, 마침 좋아라하며 빵집안에 들어선 나와 그 자리로 옮기려던 다른 손님의 눈이 딱 마주쳤다. 서로 민망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자리를 양보하는 훈훈한 장면이 펼쳐졌고 나는 바 형태로 된 아담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하우스 블랜드 커피와 며칠 전 ‘티샨 약국 카페’에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 스티키번을 주문했다. 스티키번은 일반과 호박 두 가지였는데 호박은 할로윈 시즌에 맞춰 나온 특별판 같은것이여서 호박 스티키번을 골랐다. 재료도 비슷한 걸 사용하고 비슷하게 만든 것 같은데도 맛이 완전히 다르다. 안쪽은 부드러운 패스트리, 겉은 바싹 구워 살짝 크런치한 감이 있다. 이름 같은 끈적함은 어디에도 없다. 느끼함도 없다. 간간히 씹히는 호두가 주는 고소함, 살짝 지나가는 호박의 맛, 그리고 패스트리의 부드러움이 흑설탕 향과 섞이면서 밸런스가 좋아진다. 특히 내 취향에 꼭 맞는 단맛의 정도가 예술이다. 시나몬과 흑설탕 향만 살리면서 살짝만 단데 묘하게 시원한 감까지 있다. 그래, 이런 빵이라면 에이미의 말처럼 매일 빵만 먹고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곳을 대표하는 빵은 사우어 브레드(Semolina with Golden Raisins and Fennel)이다. 그냥 먹어도 좋고 샌드위치 빵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 데일리 빵을 먹어보면 ‘에이미 브레드’의 진가를 단숨에 알 수 있다.

뉴욕을 대표하는 베이커리 카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곳이다.





위치 : 672 9th Ave, New York, NY 10036

전화 : 212-977-2670

오픈 : (월-금)07:30-20:00, (토-일)08:00-20:00

홈피 : www.amysbre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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