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키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iusduck Dec 12. 2019

미드타운_미드의 주인공처럼 브런치를

사라베스 (Sarabeth’s Central Park South)

‘사라베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쨈으로 더 유서가 깊다.

‘사라베스’의 라벨을 붙이고 있는 쨈들은 뉴욕의 괜찮은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종종 발견되는데, 엄청난 종류의 쨈들이 있고 패키지도 다양해서 쨈만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을 정도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건 오렌지 애프리컷 마멀레이드. 이 마멀레이드가 지금의 사라베스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때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200년 가문의 전통을 이어오던 할머니의 레시피를 전수받아 손녀인 사라베스 아줌마가 만든 오렌지 애프리컷 마멀레이드는 꽤 오래전, 뉴욕 여념 집 아주머니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점도 높은 쨈들과 달리 이 오렌지 애프리컷 마멀레이드는 묽게 흘러내린다. 형태로만 보자면 쨈보다는 청에 가깝달까. 뜨거운 물에 타 먹어도 될 만큼 과일의 향기가 짙다. 큼지막한 오렌지 조각이 들어있고 오렌지와 살구의 향이 농축되어 부드러운 빵에 발라먹으면 무척 맛있다.

장기여행의 골칫거리인 짐의 무게와 부피로 항상 골머리를 앓는 나는 웬만해서는 무거운 물건이나 지인의 선물조차 잘 사지 않는 편인데, 두툼한 유리병에 들어있는 이 오렌지 마멀레이드는 하나 사서 캐리어에 넣어오고 싶었을 정도다.

스트로베리 라즈베리와 오렌지 애프리컷 마멀레이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베스’를 쨈 브랜드가 아닌 브런치 레스토랑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건 역시 드라마의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센트럴 파크에 면해있는 ‘사라베스’의 브런치 레스토랑은 ‘섹스 앤 더 시티’ 네 여주인공의 브런치 장소로 자주 등장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여드는 장소가 되었다.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 아가씨들이 느지막한 오전 시간에 세련된 카페에 앉아 예쁘게 데코레이팅 된 음식을 앞에 놓고 수다 떠는 장면은 ‘뉴욕의 브런치’라는 단어가 연상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을까. 뉴욕에서 쨈으로 소소한 인기를 누리던 브랜드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브런치 레스토랑의 입지를 굳히며 관광 핫스폿이 돼 버린 거다.

그저 드라마에 나온 것으로만 유명하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 곳의 살먼 에그 베네딕트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사람이 많아 나 역시 한 번 먹어보고 싶은 기분이 일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을 때야 그저 남의 일이었겠지만 뉴욕 땅에 발 붙이고 있는 지금, 한 번 가 보는 일이 뭐 어렵겠는가 말이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사라베스’ 센트럴 파크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른 시간대에는 역시나 사람이 많은지 대기명단이 입구에 있고 안내하는 곳에도 두세 명의 점원이 있었다. 안쪽 깊숙하게 자리가 많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창가 쪽 작은 자리에 배정을 받았다. 메뉴판을 펼치자 재료 설명이 잔뜩 들어간 작은 글씨의 영어들이 가득했지만 망설임 없이 살먼 에그베네딕트와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잠시 후 주방에서 흰색의 셰프 모자를 쓰신 배가 볼록한 요리사분이 나와 내 접시를 서빙해주셨다. 부드러운 잉글리시 머핀 위에 노른자를 익히지 않은 수란을 얹고 샛노란 홀렌다이즈 소스로 덮은 에그베네딕트는 아주 예뻤다. 접시 끝까지 칼을 세로로 넣어 한입 크기로 자른 뒤, 훈제연어와 함께 한 입에 넣으면 짭짤함과 고소함이 폭발한다. 새콤한 드레싱에 버무린 샐러드와도 잘 어울려서 느끼할만하면 잡아주며 식사 끝까지 밸런스를 맞추어 준다. 과연, 사람들이 칭찬할만한 맛이었다.

며칠 전 한국대사관에서 빌려온 소설책을 펼쳐 읽으며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에그베네딕트도 먹었다. 커피를 다 마시니 어느새 아까 그 요리사분이 소리 없이 나타나 리필은 무료라는 설명을 보태며 한잔 더 줄까 묻는다. 솔직히 커피는 오래된 호텔커피 스타일이라 너무 진해 고민했지만 아저씨의 친절이 고마워 예스라고 대답했다.


적어 보였던 접시의 음식은 다 먹기에 생각보다 많았고 느긋한 오후를 만끽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수다 떨며 먹는다면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위치 : 40 Central Park S, New York, NY 10021

전화 : 212-826-5959

오픈 : (전일)08:00-22:00

홈피 : www.sarabethsrestaurants.com

매거진의 이전글 미드타운_바리스타 커피의 선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