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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Aug 30. 2020

유니온 스퀘어_미국의 미국적인 미국식 버거

듀크 Duke's

노구치 뮤지엄으로 가는 길이었다. 

북적이는 시내가 아닌 썰렁한 외곽 한켠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뮤지엄이었던 터라 가는 길이 마냥 심플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방법이 있었고, 조금 걸어 페리를 타는 방법이 있었는데 푸들양과 나는 색다르게 페리를 타는 방법을 선택했다.


듀크는 그 페리를 타러 가던 길목에서 발견한 식당이었다. 대낮이어서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 몇 명만 한가롭게 앉아있는 평범하고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나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온 관광객에게는 영화에서는 많이 봐서 익숙한데 실제로는 처음 본 것처럼 마냥 신기한 그런 모습이었다. 나는 이곳에서의 점심식사를 강하게 제안했고 푸들양은 흔쾌히 수락했다.


내부는 영락없이 미국의 아저씨들이 스포츠 경기가 있는 주말에 몰려와 맥주에 감자칩이나 버거를 먹으며 티브이를 보며 열광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빈 공간 하나 없이 벽면을 빼곡히 메운 어지러운 장식들은 스티커, 벳지, 번호판, 포스터 할 것 없이 온갖 잡다한 것 들이다. 천장에 붙여놓은 엘피판들도 어지러운데 그 위에 알록달록한 전구들까지 걸려 있다. 두 개의 바에는 종류를 셀 수 없는 술병들과 여러 대의 티비들, 네온사인이 붙어있다. 그래서 손님이 별로 없는데도 번잡한 느낌인 건 어쩔 수 없다. 경기라도 있는 밤이면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긴, 이 독특하고 번잡한 느낌 때문에 여기로 들어온 거였지.




메뉴 역시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 버거와 샌드위치, 맥앤치즈, 샐러드가 있었다. 이게 간단하게 분류해 말해서 그렇지 사실 메뉴판을 펼치면 한참을 골라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의 영어가 빼곡하다. 

디저트 메뉴를 해피앤딩이라고 붙여놓은 귀여운 센스가 마음에 든다. 재료와 조리법을 자세히 적어놓은 다른 메뉴와 달리 미시시피 머드파이는 묻지 말고 그냥 시키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궁금해서 웨이트리스에게 물어보니 폭탄 같은 말을 쏟아낸다. 달콤한 케이크에 버터크림과 초콜릿과 쿠키와... 물어보길 잘했다. 그런 걸 먹었다가는 제명에 못 살 것 같으니.


우리는 웨이트리스가 두 번이나 다녀간 시간동안 꼼꼼히 메뉴판을 정독한 후에 미니버거 세 개 세트와 치킨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그런데 미니버거 세 개와 치킨버거가 나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미국인들의 버거와 샌드위치 구분법은 우리처럼 빵이 아니라 패티라고 한다. 식빵 사이에 햄과 채소 등을 넣은 것을 샌드위치라 구분하는 우리와 달리 소고기를 다져서 구운 패티가 들어간 것이 버거, 그 외에는 통고기가 들어가도, 빵이 햄버거 빵이어도 샌드위치라고.


투덜대긴 했지만 치킨샌드위치는 아주 맛있었다. 방금 튀겨내 속은 육즙 가득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치킨에 얇게 썰어 넣은 양배추와 양상추의 아삭한 식감이 따뜻하게 구운 버거번과 어울리면서 산뜻하고 후레시하다. 거기에 조금 줬다고 욕하지 말라는 듯 산더미처럼 담아준 후렌치 프라이는 바삭바삭 짭조름하게 적당한 기름기를 더해준다. 

그러나 정작 신기한 건 아메리칸 스타일 미니버거였다. 


나는 버거킹 광고에 나오는 커다랗고 푸짐한 버거의 미니 버전을 상상했는데 철제 플레이트에 담겨 나온 미니버거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모닝빵에 소고기 패티, 베이컨, 체다치즈가 끝. 채소 어디 있어??? 빵 한 장을 들춰보니 글레이징 한 양파가 조금 얹어져 있다. 처음엔 주방의 착오인가 생각했으나 채소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이것이 진정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버거라고 한다. 


맛은 느끼함만 있을 것 같았던 걱정과 달리 꽤 좋았다. 고소한 육즙의 감칠맛에 치즈와 빵이 본인들의 맛을 보태며 자꾸자꾸 버거를 입안으로 끌어들인다. 무거움은 어쩔 수 없어서 내 주먹만 한 거 하나 먹었을 뿐인데 포만감이 생긴다. 

그나저나 채소를 왜 싫어하는 걸까. 채소만 먹는 것도 아닌데. 아메리칸 스타일 미니버거를 먹고 있자니 어떤 미국인은 감자를 채소라고 우긴다는 어이없는 일화가 왠지 사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치 : 560 3rd Ave, New York, NY 10016

전화 : 212-949-5400

오픈 : (월-수)12:00-익일01:00, (목-토)12:00-익일02:00, (일)12:00-24:00

홈피 : www.dukes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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