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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와 딸 Mar 28. 2020

회사만 가면 우울해

출근길마다, 나는 지금 아프지 않다고 주문을 외웠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같애


아부질이나 하는 악당들은 큰 소리 치며 쭉쭉 승진하는데, 착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대우도 못 받는 더럽고 치사한 사회.


더러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해져야 한다. 갖고 태어난 나약한 마음은 버리는  유리하다. 나는 매일 더 지독한 빌런들과 싸워야 하니까.


이미지 출처 : Pixabay


연애도 하면 할 수록 불행해졌다. 남들은 그렇게 예쁘게들 만나던데. 부모에게 버림받은 혼자 사는 여자. 나약했던 내 조건이 손쉽게 하대할 수 있는 먹잇감으로 타깃이 되었다.


사랑하고 지켜준다며 다가온 이성은 내 가정사를 알고나면 불리할 때마다 감추고 있던 칼로 나를 찔렀다. 헤어지자고 말하면 나에게 울타리가 없다는  약점삼아 행동했다. 집근처에서 죽치고 앉아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새벽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회사근처에 팀원들과 회식중인 자리까지도 쫓아와 행패를 부렸다. 퇴근 시간엔 모두가 사원증을 찍고 나오는 한복판에서 쌍욕을 하고, 선물한 물건을 내게 집어던졌다.





재미있는 소문거리는 순식간에 퍼진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겨우 수근거림을 견디 살아가고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워크샾에서 성추행까지 당했다. 재미있는 소문거리는 순식간에 퍼졌다.


모든 날이 칼날 끝에 서있는 것마냥 느껴졌다. 언제까지 이 지옥을 살아내야 하는 지 모르겠단 생각에게 잠식당하고 있었다.


출근길마다, 나는 지금 아프지 않다고 주문을 외웠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마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시선이 역겨웠다. 도와줄 것 같았던 여자 상사들은 나를 가쉽거리 정도로 생각했다. 남직원들은 나에게 말조차 걸지 않았다. 자기들을 '성추행범' 으로 몰아갈 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나를 성추행했던 그 유부남이 멀쩡히 출근하는 것을 보며. 다른 더 좋은 회사로 가게 된 좋은 기회라며 합리화를 마쳤다. 그저 참고 살았다.


괜찮아, 잊어버려.

피가 쏟아지면서도, 아픈 것도 숨긴 채 살았다.

괜찮아, 지금까지 더 힘든 것도 버텨왔잖아.

나를 기른 어미와 아비에게 버려진 아픔에 비하면

너희들에게 괴롭힘 당한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 주문들이 독소로 쌓여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아빠와 나' 작가입니다 :)


브런치를 시작하며 쓴 첫 번째 연재물은 <가족과의 상처극복과 성장기> 이고요. 현재 진행형으로 연재중입니다. 아무래도 가족과 연관된 이야기이다보니 조심스럽고, 글속에서 원하는 만큼 내용을 다 담아낼 순 없더라고요.


저는 지독한 가정사를 10대와 20대에 걸쳐 지내온 평범한 척, 괜찮은 척 하며 살아가는 한 여성입니다. 지금은 20대의 끝자락 즈음에 있고요. 살면서 겪어온 상처가 제 삶과 지독하게 뒤엉켜 저를 이루고 있습니다. 필명 '아빠와 나' 작가로 지내오며, 가족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는 마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아주 미미한 위안이라도 되길 바라면서요.


하지만 정작 저 자신에 대한 상처에 집중하고 치료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목적 '치유' 와 '위안' 을 전하기 위해서는. 작가로서 글을 쓰는 저 자신의 치유도 병행되어야 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야 제가 쓰는 글들을 더 건강하게 추진력있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과정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살아갈 또다른 청춘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나 이렇게 살아내고 있으니까, 당신도 이 삶을 포기하지 말고 살아내길 바란다' 는 마음으로 두 번째 매거진 연재를 결정했습니다.


저의 두 번째 매거진 <절실한 마음의 힘> 은 우울증을 앓고, 사랑에 장애를 겪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에 대한 아픔을 겪고, 사랑을 믿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글이에요. 에세이와 소설의 중간 형태로 연재될 것 같아요 :)


그래서 앞으로 두 매거진을 연재하기 위해 필명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사실 Zoe는 저의 이름이고... 새 필명을 지으려 했는데 브런치에서 한 번 변경하면 한 달이 지나야 다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습니다 '0'...!!! 그냥 이렇게 살아야겠어요.)



단 한 번 스쳐지나가며 일지라도, 저의 글을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재하겠습니다.



-by. '아빠와 나' 작가 Z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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