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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곰 Oct 31. 2016

1. 터키 여행(1)

대항해시대가 알려준 이스탄불

초반에 게임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조금 늦게 작성하는 2014년 터키 여행에 대한 글


어릴 적에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이 있었다. 요즘처럼 피시방이 유행하던 시절이 아니어서 주로 혼자서 게임을 했는데, 그 시절에 아주 인기가 많은 게임 중 하나였다. 배를 타고 해적을 잡거나 보물을 찾기도 하고, 각 나라의 특산품들을 구입 및 판매하여 차액을 남겨 돈을 벌기도 하는 그런 게임이었다.


하다 보면 어느새 전 세계의 도시 이름, 위치 및 특징 같은 것들을 자연스레 외우곤 했다.


아무래도 실제 세계를 기준으로 게임을 하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하는데(좀 더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아예 세계지도를 옆에 펴놓고 게임을 하곤 했다),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나라나 도시가 생기게 되었다. 나 같은 경우는 그 도시가 바로 이스탄불이다.

나는 대항해시대3편을 더 즐겨 했지만, 많은 유저들이 2편을 명작으로 꼽는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그땐 지중해만 알았지 흑해가 뭔지 몰랐는데, 게임을 하다가 지중해가 끝난다고 생각한 지점에 갑자기 넓고 둥근 새로운 바다 지형이 나오는 게 신비하게 느껴졌다. '아 여기에 뭔가 있겠구나' 하는 느낌과 동시에 대도시 이스탄불이 발견된다.

그리스를 거쳐 좁은 해협을 지나면 이스탄불을 발견할 수 있다. (출처 : 구글 지도)

게임상의 이스탄불은 특이했다. 지리적으로 유럽에 가깝지만 사는 모습은 유럽 사람들과 조금 다르고, 터번을 쓰며, 외부인에 배타적이었다.(전부 게임상에서 그랬다는 말이다) 도시에 들어가면 교회가 아닌 모스크(현지에서는 쟈미라고 부른다)가 발견되는 것도 신기했고,  지형도 지중해와 흑해가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도시라 전체적인 특징들이 독특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때의 경험이 강렬했는지 어릴 적부터 언젠가 돈을 벌면 제일 먼저 가겠다고 계속 생각했었다. 입사 후에 어느 정도 돈이 모이고 동기들이 하나둘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고민 없이 터키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입한 건 당연한 과정이었다.


2014년도 초에 여행을 떠났는데, 루프트한자 얼리버드로 꽤 괜찮은 가격이 떠서 미리 구입을 했었고,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했다. 원래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여행을 하던 그즈음부터 터키에 대한 한국내 미디어 노출이 잦았다. 대표적으로 꽃보다 누나 터키&크로아티아 편이 있는데, 이스탄불행 항공권을 구입하고 얼마뒤에 방송이 되었다.


하지만 왠지 여행을 가기도 전에 다녀온 기분이 들 것 같아 일부러 안 봤다.


여행을 다녀오고 한 1년 뒤부터 전세계에 흉흉한 사건 사고가 터지더니 급기야 터키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뜨고, 쿠데타도 일어나고 뒤숭숭한 일들이 언론 및 미디어로 소개되었다. 어쨌든 그런 일들이 발생하기 전에 여행을 다녀와서 별 문제는 없었지만, 좋은 추억이 있는 도시가 일련의 안 좋은 일들을 겪게 되니 마음이 아팠다.


이스탄불은 나에게 여러 가지 경험과 의미를 주는 여행지이지만(거짓말 조금 보태서 천국과 지옥을 맛보았다), 이스탄불에 '여행을 갔다'기보다 이스탄불을 '만나러 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어릴 적부터 편지를 주고받으며 어떤 모습일까 오랫동안 상상 해온 외국인 친구를 처음 만나러 가는 두근거림 같은, 그런 기분으로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총 9박 11일 동안 행복하기도, 설레기도 또 외롭기도(또 아프기도) 했던 그 여행을 뒤늦게나마 기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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