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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곰 Nov 01. 2016

1. 터키 여행(3)

내가 왜 그때 로쿰 시식을 거절했던가..

2014년 초에 다녀온 터키 여행의 조금 늦은 기록

이스탄불엔 시장이 많다. 바자르라고 하는데, 딱히 쇼핑에 취미는 없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싶은 마음에(거의 그런 마음으로 방문할 때가 많다) 한번 들러 보았다. 그랜드 바자르는 너무 유명해서 뭔가 거부감이 들었고 그것보다는 규모가 좀 작지만 많이들 간다는 이집션 바자르를 가기로 했다. 시장이 다 그러하듯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았지만, 특유의 활기참은 한국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집션 바자르를 들어가면 꼭 지나치던 곳. 길 잃어버리면 여기부터 찾곤했다.

어느 시장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터키 시장이 호객행위가 조금 있다. 거칠게 하는 건 아닌데 이것저것 많이 권하는 분위기며, 평소 그런 걸 질려하는 성격상 먹어보라고 건네주는 건 죄다 거절하며 시장을 즐기고(?) 있는데 내가 절대 지나치면 안 됬었던(심각하게 후회했다) 그 간식을 만나게 되었다.



로쿰(Lokum)

아놔 일단 눈물부터 좀 닦고

로쿰은 나도 몇 번 들었었다. 맛있는 과자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엿이랑 사탕을 합해 놓은 듯한 모양새다. 색상과 얼룩이 다양하게 조합되어 있으며 전시할 때는 기다랗게 엿가락처럼 뽑아서 대량으로 쌓아놨다가 그걸 잘라서 포장해 주는 모양이었다.

단면이 복잡하고 예쁠수록 비싸고 맛있다고들 한다. 저렇게 화려한걸 먹어 봤어야 하는데하고 몇날 몇일을 후회했다

의심은 또 많아서 뭔가 불량식품 같이 엄청 달기만 할 거 같은 로쿰을 일부러 가까이하지 않았다. 시장뿐만 아니라 길가다가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기도 했고 가격은 또 생각보다 비싸서 상술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거다. 결국 마지막 날에 한국으로 귀국하며 선물로 산 로쿰을 집에 와서 몇 점 집어먹고 눈물을 흘리며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그리 달지도 않은 게 고급스러운 맛을 자랑했다. 유명할만했다. 결국 선물 용도로 산 로쿰 중 절반을 내가 먹었다.



케밥 맛집(DURUM BUFE)

거칠게 구워 수줍게 내어주는 사장님

모스크(현지에서는 '쟈미'라고 부른다)도 방문하고 시장도 구경하면서 배가 고프면 언제나 근처 케밥집에 들러 한 끼씩 해결했다. 처음엔 당연히 맛있겠지라는 생각에 아무 매장이나 들어가서 주문해 먹었는데, 꽤 짰던 걸로 기억한다. 하여튼 별로 맛이 없었다. 그래서 그다음엔 좀 둘러보다가 줄 많이 선 집에 가서 먹었는데도 별로 맛이 그닥이었던 것 같다. 뭔가 내가 기대한 그런 맛이 나오질 않았다.

내가 알던 케밥과는 비쥬얼이 다르지만 케밥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던 것이었다.

운이 없었는지 어땠는지 배신당한 기분을 뒤로한 채 검색을 한참 하다가 좀 허름해 보이는 케밥집을 찾아내었다. 굉장히 동네 밥집 같은 그런 집이었는데, 이집션 바자르 안에 있기에 시장 구경하다가 들렀다. 아무래도 그동안 너무 대로변에 있는 케밥집만 찾아가 먹은 듯해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을 거 같은 그런 집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주문을 했다.

위의 것부터 순서대로 주문을 했는데, 주문을 받자마자 옆에 쌓아둔 꼬치를 꺼내들더니 커다란 환풍구를 자랑하는 화로에 터프하게 올려 굽기 시작했다. 뭔가 그동안 봐왔던 케밥집과는 다른 비주얼과 실력 있어 보이는 사장님의 고기 굽는 포스에 내 굶주린 위장이 요동을 쳤다.

사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일단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허름한 외관에 비해 청결도가 나쁘지 않았고 적당히 친절하기도 해서 뭔가 무심한 그런 응대가 어쩐지 솔직하게 느껴졌다. 2014년도 초에 방문한 집이라 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DURUM BUFE 구글 지도 링크(클릭)



시미트 사라이(simit sarayı)

시미트 사라이는 항상 옳다

이스탄불은 크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모스크(쟈미) 같은 유적지는 대부분 구시가지에 있고, 명동 같은 번화가는 신시가지에 있다. 대표적인 방문지로는 탁심 광장이나 이스티크랄 거리를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 번화가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스타벅스, 나이키 등등 그런 것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스티크랄 거리
가끔 커피생각나면 들르던 곳
뒷편에 쌓아논 은색 박스가 전부 쵸컬릿이다.

날이 꽤 추웠는데도 구경하느라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춥고 피곤하고 어디로 가야겠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상태를 갑자기 자각하게 되어 어딘가로 급하게 들어갈 곳을 찾았다. 여기까지 와서 맥도날드 같은 곳은 가기 싫고(그래도 맥도날드가 짱이다) 터키 토종 브랜드 같아 보이는 시미트 사라이에서 뭐 좀 먹으면서 쉬기로 했다.

이상하게 시미트 사라이를 보면 들어가고 싶어진다.

뭔가 대중성은 파리바게트인데 빵은 그닥 입맛에 맞는 맛은 아니다. 오히려 빵과 함께 주문한 차이(터키식 홍차)가 뜨끈뜨끈해서 얼어있던 몸을 녹여주고 긴장을 풀어주어 더 좋았다. 차이는 터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즐겨 마시는 차인데 시외버스를 타고 밤을 새우며 달려갈 때도 휴게소 앞에서 저 차이를 들고 파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냥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디서든 가볍게 한잔씩 하는 터키사람들을 자주 목격한다.

저렇게 까지 대중적으로 퍼질 만한 빵맛은 아닌 거 같아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좀 생각해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있는 여러 프랜차이즈도 꼭 맛으로만 승부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전혀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었다(그래 빵집이 꼭 빵맛이 좋으란 법은 없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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