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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곰 Nov 17. 2016

1. 터키 여행(5)

벌룬은 혼자 타지 말자. 하나도 안 신난다.

2014년 초 터키 여행에 대한 조금 늦은 기록


카파도키아의 잔혹한 밤을 맛보고 나니 뭔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벌룬이고 뭐고 간에 한국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슬슬 올라왔다. 내가 이 고생을 하려고 귀한 휴가를 냈나.. 자괴감이 들었다.(농담이다)


하지만 역시 젊어서(?) 혹은 몸이 튼튼해서 그런지 전날에 미리 예약해둔 벌룬을 타러 갈 때는 들뜬 기분만 남게 되었다.



벌룬 투어

풍경이 아름다울 수록 혼자는 외롭다

새벽 5시쯤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약속 장소로 가니 꽤 많은 사람들이 벌룬 업체에서 제공해주는 조식을 먹고 있었다. 과일과 간단한 빵을 제공해 주는데 전날 너무 떨어서 차가운 과일에 손이 가질 않아 빵만 몇 조각 먹고 말았다.


간단한 조식을 마치고 벌룬 업체에서 제공해준 차량에 탑승하여 한 시간 가까이 이동을 했다. 차량에 타고 보니 전부 중국 사람들이라, 동양인이어서 같은 그룹에 묶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다른 차량을 타고 온 사람들도 전부 중국인들이었다. 내가 묵었던 동굴호텔 사장이 두 가지 벌룬 투어를 제시했는데, 비싼 게 좋다고 해서(호구 여기 있음) 1.5배 비싼 걸로 선택했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역시 돈이 많은 건지, 아니면 그 벌룬 업체가 중국사람들에게 유명했던 건지, 그 업체가 띄우는 벌룬은 전부 중국인들이 탑승했다.

저 거대한 벌룬을 눈앞에서 보면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벌룬은 열기구다. 거대한 풍선 안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육중한 기구를 띄우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을 태워 띄우려면 풍선이 커야 하는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니 정말 상상했던 것보다 한 5배는 컸던 것 같다. 벌룬투어 참석자들이 차에 탑승해서 도착하기 전까지 이미 벌룬 업체들은 카파도키아 곳곳에 자리를 잡아 벌룬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다들 가족 단위, 친목 단위로 삼삼오오 열기구에 탑승했다. 기구당 약 10~15명 정도 였다. 나는 탑승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난간 안쪽으로 비루한 몸을 중국인들 틈 사이로 밀어 넣어 공간을 만들었다. 다들 열기구가 뿜어내는 불꽃에 신기해하는 동시에 품 안에서 대포 같은 카메라를 꺼내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구석으로 밀려 이러다 밖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열기구 난간을 꽉 붙잡고 벼텼다. 뜨거운 열기를 잔뜩 품은 풍선에 의해 사람을 태운 바구니가 점점 바닥에서 떨어질 듯 말 듯 들썩들썩 대더니 거짓말처럼 붕 떠올라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상승 속도가 꽤 빠르다)

막찍어도 이정도 나온다

함성이 들렸다. 동승했던 모두가 들뜬 마음을 표현하며 함께 즐거워하는 와중에도, 나는 쌩뚱맞게 외로움을 느꼈다. 물론 그 붕 뜨는 듯한 느낌은 내 마음도 함께 붕 뜨게 만들었고, 희열의 함성을 지르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지만 나는 함께 그 장면을 나눌 수도, 부둥켜안고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없었다. 아름답고 행복할수록 가슴에 올라간 돌덩이는 무거워져 갔다.


나란 놈은 참 희한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도 혼자 잘 보고 밥도 혼자 잘 먹는데,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 즐기지 못하다니.. 웃고 희열찬 함성을 지르며 셀카를 마구 찍어대도 가슴은 무거웠다. 얼어 죽는 줄 알았던 전날 저녁에도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높은 하늘에서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일출을 바라보며 난 생각했다.


괜히 왔다.



꽤 높이 올라간다.

꽤 오랜 시간을 공중에서 머물다 천천히 내려왔다. 착지 장소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벌룬 업체 직원들이 샴페인과 간단한 다과를 꺼내어 마무리를 훈훈하게 해주었다. 잘 모르는 중국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벌룬 운전(?)을 해준 드라이버(?)와도 친한 척을 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벌룬 투어와 관련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분명 재미있었는데, 왜 신나지가 않을까. 혼자 하는 여행이 처음도 아닌데.. 사실 나는 그 답을 모르지 않았다.


벌룬 투어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후회했다. 왜냐하면 그 순간이 내 터키 여행의 끝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아직 일정이 남았어 미x놈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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