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란 무엇인가
미안하다. 이번 고과는..
미안하다. 사람이 없잖냐..
미안하다. 어쩌냐 네가 막낸데..
미안하다. 회사생활이 그렇..
미안하다. 네가 어필을 좀 더..
미안하다는 말이 특별한 말은 아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이 것 때문인 거 같다.
내가 호구?
어쩌면 정체성을 깨닫는 중요한 시기일지도 몰랐지만, 난 역설적으로 더욱 열심히 상황을 바꿔보려 노력했다. 그러다 문득,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분노라기보다는 어떤 하나의 생각이 머리에 뿌리를 내린 채 가지를 마구 뻗치는 거지.
내가 호구
그냥 이렇게 생각하니 맘이 편해졌다. 잠도 잘 오구.
잠깐은 나도 누군가한테 미안한 사람이 되어볼까.. 했지만, 내 정체성이랑은 맞지 않는 거지. 이젠 알겠다.
그래도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은 듣지 말자. 정말 안 듣고 싶은 말이다.
괘씸하잖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