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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노의하루일기 Jan 13. 2019

잘츠부르크에서 체스크키롬로프로!

ck셔틀 이용하기

인스부르크에서 잘츠부르크로, 잘츠부르크에서 체스키크롬로프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게 될 줄 알고 인스부르크 산책이라도 하자 - 했었는데, 웬걸. 이제야 몸이 유럽에 적응한건지 어느때보다도 늦게 일어났다. 너무나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을 해야해서, 그 전날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봤었는데 데스크에 빌렸던 커피포트와 키만 놓고 가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줘서 그렇게 하고 나왔다. 인스부르크 자체가 공기가 오염될만한 시설이 없기도 했지만, 빙하수가 흘러서 그런지, 새벽공기가 유독 깨끗하고 차게 느껴졌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하루를 시작해서 그런가, 몸도 상쾌한 기분!    


너무 새벽이라 도로에는 도로를 청소하는 차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우리를 인스부르크 역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왔고, 인스부르크 중앙역 락커에 넣어둔 짐을 찾으러 갔다. 어제 직원이 하루동안 보관 가능하다고 말을 해주긴 했었지만, 사실 우리 짐이 없으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다. 다행히(당연하게도) 직원 말이 맞았고, 무사히 짐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여유롭게 움직인 덕분에 아침식사를 살 수 있었다. 역사에 있는 빵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여기갈까요?”

“저기서 사자”    


슥슥 둘러보다가 맛있어보이는 빵집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고 기차 플랫폼으로 갔다. 이제는 오스트리아 기차 시스템에 꽤나 익숙해져서, 앱을 켜서 탑승 위치를 확인하고, 여유롭게 앉아서 기다렸다. 새벽에 기차역에 앉아있는 기분은 참 좋다. 공기가 워낙 좋아서 그런가, 몸 속 장기 하나하나까지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다. 덕분에 온갖 부정적인 잡념은 사라지고 여행에 대한 기대만 남는다. 인스부르크에서 잘츠부르크로 넘어가던 날도 역시나 흐렸다. 처음 잘츠부르크에서 인스부르크로 넘어올때는 만년설이 덮힌 산이며, 주변 풍경들이 깨끗하게 보였는데, 갈때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인스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워낙 비가오고 흐려서, 많이 못보겠다 싶어서 속상했는데, 돌아가는 날 날씨를 보니, 그래도 이정도면 인스부르크가 우리를 위해 날씨를 많이 조절했나보다 하며 웃었다.     


“오늘 노르테케테반 올라갔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보였겠다, 그쵸”

“그러게. 우리가 그래도 잽싸게 잘 보고 내려왔나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크고나서 엄마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게 언제였나- 싶었다. 약간 선선했던 기차공기가 포근해지는 기분이었다. 역에서 사온 샌드위치를 먹고, 주변 풍경을 보면서 가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 금방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이제 잘츠부르크에서 체코의 체스키크롬로프로 ck셔틀을 타고 넘어가야했다. 그런데 잘츠부르크에 내리자마자 눈이 쏟아졌다. 쏟아졌다는 표현만으로는 조금 부족하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엄마랑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눈아니면 비냐며, 지금 4월 말이 맞냐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4월에 보는 눈이 흔치 않은 듯, 일부는 신나보였고, 일부는 심란해보였다. 관광객인 나와 엄마의 눈에는 마냥 아름답게만 보였다. 잘게, 그러나 끊임없이 내려오는 눈은 그림같은 오스트리아의 풍경을 더 그림처럼 만들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로 국경을 이동하는데, 비행기가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어디 동네 마실나가듯 택시나 버스로 이동할 수 있었다. 택시가 버스보다는 약간 비쌌지만, 여행지니까 돈보다는 시간이지- 하는 마음으로 택시를 선택했다. 외국인과 함께 가게 될까 싶어서 살짝 기대도 했다. 택시의 정원은 6명. 놀랍게도 모두 한국인이었다. 아마 택시회사에서 편의를 위해 같은 국적의 사람들로 배정하는 것 같았다. 엄마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혼 부부였다. 엄마와 나는 앞자리에 냉큼 올라탔다. 한명이 앉아가는 자리인 것 같긴했지만, 꼭 붙어 앉았다. 살짝 큰 택시 창문으로 보이는 눈 내리는 풍경들이 여행의 두근거림을 더했다.     


기사가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4월에 내리는 눈은 자기도 흔치 않은 일이긴하지만, 안전하게 운전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조용히 여정을 시작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보는 오스트리아도 기차와 마찬가지로 눈을 돌리는 곳마다 그림같았다. 초록색 파릇파릇한 잔디는 잘 정리돼 있었고, 눈이 많이 내리고있음에도, 도로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여기가 정말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가다가 어느순간 길이 정체됐다. 정체가 계속되던중 갑자기 차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갈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웅성웅성하고 있으니, 기사가 아마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얼마 안있어 나타난 경찰차와 구급차, 그리고 견인차. 갈라진 길 틈 사이로 달려갔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로 상황이 정리됐는지, 정체가 풀리고 그야말로 도로가 뻥뻥 뚫린 모양이었다.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기사에게 가뜩이나 눈이 와서 길이 막히는데, 사고로 정체까지 겪고나니, 시간에 맞춰야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나보다. 그때부터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기사 바로 옆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속도판을 볼 수 있었는데, 기본이 150-160이었다. 다른 얘기 하는 척 하면서 웃는 표정으로 엄마 얘 150 밟고가. 미쳤나봐~~ 하면서 엄마 손을 꽉 잡았다. 엄마도 나도 그 상황이 너무 웃긴데, 웃으면 괜히 자기 얘기하는거 알까봐 티도 못내고 속으로 웃음을 삼키면서 손만 꽉 붙잡고 갔다. 그러다가 속도를 더 내면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더 꽉 잡아, 네가 느끼는 감정을 나도 느끼고 있다 - 무섭다 - 하는 표현을 하고, 또 숨죽여 웃었다. 나무 터널길도 지나고, 눈도 잦아들때쯤 체스키크롬로프에 도착했다.     


택시가 좋은 점이 우리 숙소 앞까지 내려다 줬다. 우리 숙소가 제일 멀리 있어서 가장 마지막에 내렸는데, 돌길이라 캐리어를 끌기 쉽지 않자, 숙소 앞까지 우리 캐리어를 들어줬다. 그 패션쇼를 할 수도 있는, 옷이 꽉꽉 들어찬 28인치 가방을 들어주는데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무거웠는지 들어주고는 씩 웃으면서 휴~ 하는데 다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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