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부르크에서 돌아오니 벌써 저녁이라 저녁을 먹어야했는데, 마땅히 가고싶은 식당이 없기도 했고, 한식이 너무나도 그리웠기때문에 우리는 컵라면을 먹기로 했었다. 인스부르크 역에 도착했을때부터 눈여겨봤던 중국인 마트에서 컵라면을 산 후 숙소로 향했다. 무거운 캐리어 없이 컵라면만 들고가니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다.
숙소에 도착한 후, 우리는 짐을 놓고온게 최고의 선택이라는걸 깨달았다. 우리는 장기 해외여행 처음 가보는 티를 팍팍 내면서 패션쇼라도 할 것처럼 28인치 캐리어에 옷을 잔뜩 싸가지고 온 상황이었고, 숙소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숙소는 4층이었고, 계단은 엄청나게 많았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4층까지 낑낑거리면서 올라갔으면 체력이 방전되고, 엄마는 허리가 안 좋아져서 여행에 큰 차질이 있었을거라 확신한다.
“거봐, 엄마 말 듣길 잘했지?”
엄마의 뿌듯함이 커질수록 나도 행복해졌다. 우리는 서둘러 컵라면 먹을 준비를 했다. 컵라면에 물을 붓는 순간 풍겼던 그 황홀한 라면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나는 컵라면에 물을 딱 맞게 부어서 먹는 타입이고, 엄마는 조금 물을 넉넉하게 부어서 먹는 타입이다. 그냥 서로의 입맛을 존중했으면 됐을텐데, 내가 너무 오랜만에 먹은 한식이라 완벽하게 맛있게 먹어야한다는 생각때문이었는지, 내 생각을 엄마아게 강요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사과드리고 잘 끝났지만, 누구와의 여행인것과는 관계없이, 여행을 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줘야한다는 건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그렇게 컵라면을 먹고나니, 아직 해도 조금 남아있고, 이대로 자기엔 아쉬워서 밖으로 나왔다.
인스부르크 시내에서 기념품샵을 가보자! 해서 나왔는데, 유럽은 유럽이었다. 6시가 넘으니까 상점들이 문을 다 닫았다. 그나마 다녀온 곳이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유명한 카페인 ~~였다. 비엔나에서 가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다행히 인스부르크에도 지점이 있었다. 이곳 역시나 모자르트와 관련된 곳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모던하면서도 앤틱했다. 여기서 제일 유명하다는 자허토르테와 저녁 잠을 위해 오렌지 쥬스를 시켰다.
자허토르테는 진한 초콜렛맛 케이크였다. 맛은 있었는데, 너무 생각나고, 또 먹고싶을 정도로 맛있진 않았다. 엄마는 커피랑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밤이라 커피를 못마시셔서 내가 다 아쉬웠다. 나중에 계산할 때 생각했던 금액이 아니라서 물어보니, 오렌지 쥬스를 우리가 잘못 알아들어서, 오렌지를 직접 착즙한 쥬스로 시켜졌던 거였다. 나는 왠지 속은 것 같아서 속상했다.
“그래도 오렌지 쥬스 맛있지 않았어?”
“어쩐지 맛있더라구요”
“그래 그럼 됐지~”
뭐든 유하게 넘어가는 엄마의 성격이 참으로 멋지고 부러웠다. 카페에서 나오니 그나마 열려있던 몇몇 상점들도 문을 닫아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길에 푸드트럭에 핫도그를 팔고있었는데, 엄마랑 나랑 사먹을까 하다가 배가 불러 그만뒀다. 지금 생각해보면 맛이라도 보게 하나 사서 나눠 먹을걸 그랬다. 돌아와서는 작은 것 하나도 다 아쉽다.
숙소에 돌아와서 다음날도 일찍 움직여야 해서 잠자리에 들었다. 낯선 곳, 낯선 숙소였지만, 몸이 고단한 탓인지 엄마도 나도 쉽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