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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ertee Oct 26. 2023

아, 아무 제목도 입력하고 싶지 않아요.

삶의 여백이 너무 부족해서 1

2달간 잠을 푹 잔 적이 별로 없다. 항상 밤 10시 언저리면 무기력해지는데, 이걸 잠이 오는 거라고 자신을 속인 뒤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억지로 잠에 든 뒤에는 일어날 때까지 항상 현실과 맞닿아있는 꿈을 꾼다. 

꿈 안에서도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남과 비교하고, 성장이 뭔지도 모르겠으면서 알고리즘 문제 하나, 개발 책 하나 읽지 못하고 시계만 바라보는 날 보며 자괴감에 빠진다.

나는 하루에 7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 2시간 밥 먹고 1시간 생존형 운동을 하고 씻고 입고 잠시 커피 마시면 하루가 훌쩍 가버리는데..

그 속에서 개발자와 성장은 어떻게 그렇게 딱 붙어서는 시간이 곧 압박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이런 내 상태가 이젠 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팀 문화와 생산성을 위해 도입된 주 2회 사무실 출근 날에는 그 의미가 무색해져 버리게 숨어서 일하는 게 몇 번,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개발팀 리더님(이하 Y님)이게 1on1을 신청했다. 


언제 한번 <서현직 - 원온원과 피드백> 여기서 읽고, 좋은 거 같아서 잊지 않으려 항상 내 개인 슬랙창에 기록해 둔 3가지 질문과 '그래서 필요한 게 뭔지'에 대해 먼저 정리를 해서 1on1에 들어갔다. 

3가지 질문
- 최근에 어떤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는지
- 최근에 어떤 일이 갖아 힘들었고 그래서 좌절 했는지
-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은지

개발자 둘의 대화답게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을 위한 action item 도출로 첫 번째, 두 번째 질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다음으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은지>에 대해 얘기를 나눌 차례가 되었다.


여긴 회사이고, 난 여기서 개발자이고, 나와 1on1을 하고 있는 저분은 개발팀 리더이시기 때문에 당연히 ‘개발, 업무적 측면에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것을 준비해 갔다.

그런데 Y님께서는 ‘H님은 나를 행복하는 것들에 대해서 적어본 적 있으세요?’라고 운을 떼시면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셨다.

개발자로서 리더이고 인생의 선배로서 저 질문을 시작으로 인생의 무수한 선택들을 Top down으로 생각하고 접근해 보는 시각을 가르쳐주셨다.


인생에 대한 기준, 큰 그림, 명확한 비전이 우선 명확해야 해요.
이게 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 인생에서 개발이 뭐지? 개발이 어떤 의미를 갖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어쩌면 지금 H님을 잠 못 들게 하는 개발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온 시간을 쏟고 싶어 질 수도 있어요. 그때는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한 개발, 공부, 성장이 되겠죠. 

이게 선행되어야 인생의 무수한 선택들을 위한 시간 분배를 시작할 수 있어요. 


그다음에 중요한 게 significant other(우리나라 말로 뭐라 해야 하나.. 짝꿍..?)에 게 내 인생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해요. 그 걸 함께 해 줄 사람이잖아요.

그러고 나서 개발이 그 가치 안에 든다면, 내가 좋아하는 개발이 뭔지 깊게 생각하고, 거기에 시간을 '충분히' 써야 해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에 대한 질문을 내가 하고, 

업무적인 측면에서는 AI 모델과 그 모델을 지속적으로 관리, 개선,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 학습, 서빙과 관련된 모든 필수 소프트웨어, ML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걸 배우고 싶고, 이걸 잘하는 MLOps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

좀 더 뭔가 일을 쳐내는 사람이 아니라 깊이 있게 진득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요. 


라고 준비해 간 답변이 무색해졌다. 


내 인생이라는 숲이 앞에 펼쳐져있는데 내 앞에 있는 돌멩이를 보고 그 돌멩이를 어떻게 보석으로 만들까 아님 그냥 뻥 차버릴까 아니면 그냥 여기 걸려 넘어져버린 척하고 한 두 달 쉴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숲이 내게 주는 의미와 행복에 대해서는 눈길 한 번 생각 한 번 주지 않은 채로.





숙제

(숙제라는 말도 '뭔가를 해야 해'라는 느낌이라 쓰기 싫은데... 나중에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면 바꿔야겠다.)


인생에 대한 기준, 큰 그림, 명확한 비전 생각해 보기.

이게 버겁다면 막막하다면 우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게 뭔지부터 쭉 적어보기.

힌트)


그래도 막막하다면

드로우앤드류 -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돈 버는 법 (이키가이) youtube 



같이 들을 노래

映画「めがねㅣオリジナル・サウンドトラックㅣ영화 '안경(메가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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