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ertee Oct 27. 2023

내가 좋아하는 건...

삶의 여백이 너무 부족해서 2

눈을 떴다. 찬 바람이 느껴져 홑이불을 코 위까지 끌어올렸다. 어젯밤에도 여지없이 꿈을 꿨다.


오늘은 좋아하는 J와 파주의 카페에서 각자 작업을 하기로 해서 준비를 하고 합정으로 출발했다.

J와 나는 요즘 데이트의 테마가 '조용하고 한적하고 차분하고 평화롭고 넓은'이다.

아직은 우리의 인생의 짐이자 친구이기도 한 노트북을 이고 지고 다니지만 우리가 진짜로 원한 건 '조용하고 한적하고 차분하고 평화롭고 넓은' 곳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하고 평범한 여유를 가지는 것.

그런 아지트를 찾아다니고 있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 도착해서 큰 카페에 들어갔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초록 나무들.. 우리는 각자 노트북을 켜고 말을 줄였다.



내 노트북 화면에는 '어떤 사람이(의 상태가) 되고 싶은가'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두 줄 옆 커서가 깜빡거린다.

역시 커서보다는 백지와 펜의 자유로움이 어울리는 질문이다. 노트를 펼치고 그냥 떠오르는 것들,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내가 웃음을 흘렸던 많은 순간들의 요소들을 적어본다.


좋아하는 것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게 아니고 ‘지혜로운 가이드’ 안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

결과물이 눈에 잘 보이는 것

강요하지 않는 것

깨끗한 것, 군더더기 없는 것

모던한 것

합리적인 것

논리적인 것

성숙한 대화

변화에 자유로운 것

커피, 와인, 조용한 음악

새벽에 일어나는 것

짧게 잤지만 푹 자서 일어나도 피곤하지 않은 것

차분한 것

느슨한 연대

여러 취미를 해보는 것

그런 공간적,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확보되는 것

강아지, 고양이

편안한 사람 '단 몇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의자, 책상

이해해 주는 것

탈 SNS


잘하는 것

문서화

결단 내리기

얘기 들어주기

해야 할 때를 아는 것

책임감을 느끼는 것

적응하기

개발에서도, 아니 그 외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든 ‘되게 하기’. 문제 해결

새로운 뭔가를 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그래도 무모하지 않게 보험은 들어놓는 것


그 외에 '돈이 되는 것'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도 적어봤다.




그다음에 이걸 바탕으로 <어떤 사람이(의 상태가) 되고 싶은가>를 적어봤다.

지금부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반려 동물과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힘들겠지 당연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는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거나 시련에 부딪쳤을 때조차도 가슴이 뿌듯하고 영혼이 충만하다고 느끼는 것.

이때하고 싶은 것을 ‘여러 개’ 할 수 있고, 그것을 하는데 공간적, 시간적, 경제적 자유로움이 있는 상태이고 싶어.

내가 나를 봤을 때,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봤을 때 떳떳하고 예쁘고 멋진 상태이고 싶어.


그다음에 이 것들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골고루 고려해서 상세하게 적어봤다.



그러고 나니까 뭘 하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골고루 어느 정도 충족하면서 '내가 되고 싶은 인생의 상태'에 다가갈 수 있는지 카테고리화가 되었다.

질 좋은 잠

리모트 근무가 가능한 회사

MLOps

운전

운동

영어

쓰기

... 등 (부끄러워 여기 전부 상세하게는 쓰지 못하겠다.)


까지 하니 Y님께서 여기서 알려주신 가장 마지막 단계인 <하루의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 카테고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실적인 선에서 24시간을 분배하니 너무나 쉽게 답이 나왔다.


하면서 계속 '강박과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행복을 생각해 보랬더니 또 To do list 같은 거 만들고 앉아있네', '네가 초등학생이야? 방학에 지키지도 못할 24시간 하루 계획서 짜는 것도 아니고..'라는 마음의 '염세주의자 현정'과 계속해서 싸워서 이겨야 한다.




숙제

(숙제라는 말도 '뭔가를 해야 해'라는 느낌이라 쓰기 싫은데... 나중에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면 바꿔야겠다.)


나만의 아지트의 모습 생각해 보기.

이미 있다면 노트북 없이 다녀와보기.


그래도 막막하다면

제비다방

카페인팩토리

문학살롱 초고

파주 헤이리마을


같이 들을 노래

Liability cover - YEBIT 예빛

작가의 이전글 아, 아무 제목도 입력하고 싶지 않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