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과학에 빠진 이야기

세 번째 편지

by hani

하니에게,

|

한동안 마른 하늘에 해가 기세좋게 쨍쨍하더니, 갑작스럽게 구름떼가 와서 폭우를 쏟아버리네. 비가 너무 안 와서 가뭄이 올까 걱정을 했더니, 또 너무 비가 많이 내려서 또 걱정이야. 무슨 날씨가 이렇게 극단적이람..


그래서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는 습관이 들었어. 일기예보를 생각해보니까, 오늘의 이야기 주제인 유사과학 사주 타로 그리고 점성술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구나 싶어. 사실 이 유사과학이 인생과 세상을 미리 예측하고 싶어했던 인류의 호기심과 탐구심에서 비롯된거니까.


내가 또 뭐 하나 궁금하면 뿌리부터 파보는 편이거든? 사주는 중국 농경 사회에서, 점성술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에서, 타로는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거더라. 고대부터 시작되었다니.. 너무 신기하지 않아? 사람은 역시 변하지 않는구나 싶고, 한편으로는 사주와 점성술은 어느 집요한 인물들이 만든 극한의 통계학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나는 2024년까지만 해도 연례행사로 재미로 사주를 일년에 한두번만 봤을 정도인데.. 여러 계기로 인해서 2025년의 나는 유사과학에 대한 신뢰가 좀 높아졌어.


유사과학 뭐 그런 걸 보고 그러나 싶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계기가 된 내 경험들에 대해서 좀 말해보자면..

우선 솔직히 올해는 내 인생 최악의 해라고 타이틀을 줄 수 있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 너무 너무 이상하리만큼 힘든 일들이 계속 생기고, 일반적으로는 평생을 살면서 차차 겪을 일을 나는 지금 매달 겪고 있어. 그래서 내가 더 노력을 하거나, 내가 어떤 잘못을 정정할 것도 없이.. 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지. 오죽하면 교통사고같은 사고만 나지 않길 바라며 복지부동의 태도로 지내는 중이야. 이렇게 사람이 불안하면.. 자연스럽게 뭐를 찾는다..? 바로 유사과학이지.. 언제 이 힘든 시기가 지나갈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지 궁금하잖아.


근데 너무 신기했던 점들이 사주를 보러 가서 들은 말이 “아, 영인님 올해가 유독 힘든 해네. 그래도 하반기 지나면서 점점 나아질거니까 그냥 맘편히 지내요. 그리고 직장이랑 남자로 속 좀 썩이겠어.”라는 것.. 참고로 나는 사주를 볼 때 내 생년월일시 외에는 일절 말하지 않고, 묵묵히 메모만 하면서 듣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를 알아서 먼저 해주신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 근데 가장 결정적인 말은.. “어릴 때 부모님께서 자주 싸우시거나 이혼을 하시진 않았나요?사주 구조상 부모님 자리가 온전하지 않네요.”라는 말이였어.. 정말 이 말을 듣고는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듯 했어. 아니, 진짜 이걸 어떻게 알지??? 그리고 자세히 말하긴 조금 긴 이야기라 압축적으로 첨언하자면, 엄마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부모님께서 이혼을 결정하시기 전인 내가 아주 아주 어릴 때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지 뭐야? 하..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인생이 억까한 억울함이 나만 있겠나 싶고, 내가 부족하게 타고난 부분은 또 다른 부분으로 채울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어. 이 생각의 흐름을 발견했을 때, 나라는 사람은 너무도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라는 걸 완전히 체감했지 뭐야.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어차피 바꾸지 못할 부분에 대해 억울해하기보다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 탐색하는 수단으로 유사과학을 사용하고 있어. 참고로 이 내용들이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은근히 도움이 된다는 사실 ㅎㅎ


근데 내가 이런 유사과학에 대한 나의 실제 경험을 말하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야. 타고난 글자, 내 별자리 못 바꾸는 건 기정 사실이고, 각자한테 벌어질 일들도 결국 벌어져. 그래서 유사과학은 타고난 성향, 결국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예측 적중률을 가지고 있어. 자, 그러면 한 번 생각을 해보자. 똑같은 년월일시에 태어난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그 사람들이 모두 같은 인생을 사는가 하면 또 그게 아니라 모두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잖아. 난 그게 결국 각자의 인성, 인내심, 노력 정도에서 차이가 나는거라고 생각되거든. 그러니 뭐가 어떻든 결국에는 사람의 인성이 가장 중요하니까 이런 유사과학을 오히려 나의 강점과 약점, 타고난 기질을 파악하는데 활용하는 방향이 유의미하고, 좋은 말을 들었으면 그건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안 좋은 말을 들었다면 주의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베스트이지 않을까 싶어.

참, 최근 SNS에서 챗지피티로 사주를 보는 방법들이 많이 소개되더라고. 내가 이런 저런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챗지피티는 사주는 글자도 다 틀리게 뽑고 정확도가 너무 떨어져서 별로였어. 미국은 또 이 점성술이 주류라고 들었는데, 챗지피티가 서양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점성술을 참 잘보더라. 특히, 언니가 알려준 인도 점성술인 베딕차트? 그걸 활용한 게 많던데, 재미삼아서 해봤다가 정말 또 깜짝 깜짝 놀란 부분들이 많았잖아?


TMI지만, 난 요즘 새로운 취미가 잘 준비하면서 사주 라이브 방송을 라디오마냥 듣는거야. 계속 듣게 되는 이유가 이런 방송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비하려고 오는 사람들이라서, 조언과 응원을 듣는게 썩 나쁘지 않더라고. 옛 중국 노인이 말한 새옹지마와 솔로몬 왕이 말한 ‘이또한 지나가리’를 되새기며, 언젠가 끝날 이 빡센 시기를 잘 지내봐야지.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면 이래!! 라며 셀프 쓰담을 하며 편지를 마무리할게.




영인에게,

|

너의 편지 초반에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나도 날씨 이야기로 편지를 시작해볼게.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자기 전에, 또 하루종일 틈틈히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어플이 뭔지 아니? 바로 일기예보 어플이야. 그리고 심지어 나는… 아이폰 기본 날씨어플 뿐만이 아니라 비교할 수 있는 다른 날씨어플, 공기 흐름 어플, 미세먼지 어플까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위젯으로 보며 관찰하고 있어. 누가 보면 기상청 직원인 줄 알겠네? 내가 이렇게 날씨를 보는걸 좋아하는 건 네가 얘기했던대로 인생과 세상을 미리 예측하고, 계획하고, 대비하고 싶어서야.


자꾸 무언가를 미리 알고 싶고, 대비하고 싶었던 내가 20대 중반이 넘어서까지 사주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사실… 좀 의아하기도 할거야. 지금은 그리 신실하지 않은 크리스찬이지만, 과거에는 나도 교회 좀 다닌다(?)하는 신실한 청년이었거든. 그래서 어쩐지 사주를 보러 다니는게 조금 사이비같다고 느껴졌던 것 같아. 그리고 교회 생활에서 멀어졌을때도 왠지 사주를 보러 철학관에 가는게 좀 무서웠달까? 이런 이유들로, 나에게 사주는 궁금하긴 하지만 쉽게 접근하기는 힘든 분야였어. 그랬던 나를 사주의 세계로 바로 인도한게 누군지도 혹시 기억나니? 바로.. 너야 ㅋㅋㅋ


너도, 나도 새로운 길에서 방황하던 대학원 시절에 너를 따라 이대에 있는 한 철학관에서 첫 사주를 봤던 그 날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 왜냐하면… 아무런 사전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나의 성격이나 적성에 대해 콕콕 찝어 맞추는게 너무 신기했거든. 그 첫 사주를 봤을때가 벌써 5년도 넘게 흘렀네. 그 날 이후로 너와 함께 수도권에서 유 명하다는 여러 철학관들을 돌아다녔고, 심지어 귀신이 붙으면 어쩌나 ㅋㅋ 하는 긴장감에 덜덜 떨며 신점도 몇 번 보러 갔었지. 매번 사주를 보러 가면 꼼꼼히 메모를 하는 너와 달리 나는 대부분 ‘그래 어떤 말 하는지 들어나 보자’ 하는 의심쩍인 태도로 앉아있곤 해. 대체 내 돈내고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궁금하긴 한데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듣기는 싫은 사람의 어딘가 삐뚤어진 양가감정이랄까. 그리고 심지어 사주를 봐 주시는 분이 하는 모든 말을 다 수용하지도 않아. 내가 듣고 싶은 부분만 듣고, 듣기 싫은 부분이나 아닌 것 같은 부분은 ‘당신이 내 인생에 대해 뭘 알아…?’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굴리며 흘려버리곤 하지. 그럼에도 계속 다양한 곳에 사주를 보러 다니고, 심지어 반년도 훨씬 뒤인 내년 사주까지 미리 예약해둔걸 보면 여전히 내가 사주에서 원하는 무언가가 있긴 한가봐.무한 뽑기처럼,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레버를 돌리는걸까? 이 부분은 더 생각을 해 봐야겠어. 아 그치만 신점은 이제 왠만하면 보지 않을 것 같아. 대체 뭘 근거로 내 운명을 추측하는지도 모르겠고, 어쩐지 신점을 보러 갈 때면 전후로 기분이 영 찝찝하거든.


최근에는 네가 편지에도 적어줬던 ‘점성술’ 이라는 새로운 분야에도 꽤나 꽂혀있었어. 네가 점성술이 이 유사과학 분야에서는 끝판왕이라고도 얘기했잖아. 그만큼 복잡하고 해석하기가 어려운데, 챗지피티가 이 역할을 야무지게 대체해주더라고… 복잡한 차트를 순식간에 척척 해석해주는데, 순차적으로 올라오는 글들이 너무 다 나 그자체인거야. 떡 벌어지는 입을 틀어막으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챗지피티를 유료구독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서 그 다음에 들었던 감정은 뭐냐면, 혼란스러움이었어. 나란 사람은 외모부터, 기질, 성격, 그리고 과거와 미래까지 모두 설계되어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내 의지로 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미 정해져 있는 거였다면? 그저 내가 게임속 캐릭터가 되는거잖아. 나는 신기함에 처음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어느 순간에 질문을 멈췄어. 어떤 것들은 내가 직접 경험해보면서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거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게 멀리 돌아가는 길이던, 잘 못 가고 있는 길이던간에, 그리고 이렇게 헤메는 것 또한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더라도 그 순간들에 의미를 발견하는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내가 주체적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


지금까지 여러 유사과학과 샤머니즘을 전전긍긍한 결과 내가 느낀 건, 전체적인 큰 틀은 운명적이건 통계적이건 짜여진채로 태어나는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네가 편지에 써 준 것처럼 똑같은 사주를 가지고 있어도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각자가 견디고 시도해보고 받아들이는 인성이 레시피의 맛을 좌우하는 한 끗이 아닐까 싶어. 사주나 점성술에 내 모든 인생을 의탁하지 않는 것도, 짜여진 인생일지라도 결국 노력하고 나아가야 하는건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일단 해 보고, 막히면 그때 또 사주를 보러 가고, 또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듣는 웃긴 짓을 하고, 또 시도해보고… 그게 내가 선택한 인생의 방법이야.


지금 너에게 지나가고 있는 힘든 시기도, 섣부른 위로일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힘든건 영원하지 않고, 분명 지나간다고 얘기해주고 싶어. 최근에 알게 된 말 중에, ‘삶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걸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라는 문장이 있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레몬이지만, 그걸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가는 각자의 의지에 달려있지 않을까? 매번 긍정적인 반응으로 살기는 어렵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하며 보낼 수 있길 늘 응원하고 싶어. 그치만 어쩐지 오늘은 너에게 시큼한 레모네이드 보다는 쌉쌀한 핫초코를 찐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날이네.


우리에게 흘러가고 있는 운명의 파도를 잘 타며

이 시기를 지나가 보자.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