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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트맨 라이프 Jun 22. 2023

차갑고 따뜻한 모순형용-하노이_5

베트남 하노이



뚜언과 나의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투어가 어땠냐는 물음에 괜찮았어,라고 형식적인 대답을 했지만 뚜언을 피하기 시작했다. 정직하고 착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네가 나를 배신했어!!라는 유치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30달러가 뭐라고... 하지만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이 깨진데 대한 분노야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다. 계속 그를 피하는데, 출국 전날 뚜언이 오전부터 나가는 나에게 언제 한국으로 가냐고 물었다.

"내일 새벽에 출발해."

"택시나 뭐 필요하지 않아? 예약해 줄까?"

"아냐, 여기 광장에 새벽에 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찾았어. 그거 타고 갈 거야."

"알았어. 네가 자꾸 피하는 것 같은데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말을 뱉어버렸다.

"하롱베이 투어 때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데 내가 비싸게 예약했다던데?"

"뭐가 문제인데?"

" 모든 투어 내용이 동일한데, 누구는 70달러이고 나는 100달러이고... 왜인 거야?"

맙소사. 나는 분명히 어리고 어리석었다. 뚜언은 잠시 당황하다가 말했다.

" 그건 각 여행사마다 다른 거야."

" 알았어."

나는 입이 삐죽 나와 내 갈길을 갔다. 당황한 얼굴의 뚜언을 뒤로하고.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 무렵 잠깐 방에 들리러 들어왔는데 뚜언이 저녁에 맥주 한잔 하자고 한다. 베트남 사람과의 맥주라니... 내가 돈을 내야 하는데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거절을 하려는데, 꼭 꼭 한잔하자고 한다. 간곡한 눈빛에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고, 내일 버스비와 잡비를 제외하고 꽤 많은 돈을 남겨두었다. 그래도 뚜언 덕분에 소공녀의 다락방 같은 숙소를 좋은 가격에 얻었고, 신카페에서 싸우고도 괜찮은 하롱베이 투어를 예약했으니 말이다.


저녁 무렵 뚜언은 나를 근처 호텔의 루프탑 바에 데리고 갔다. 금발에 파란 눈의 서양인들이 많이 보이는 꽤 비싸 보이는 바였다. 나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의 가격을 보며 생각했다.

' 그래. 내가 한국인이니까 너보다는 돈이 많겠지. 그래도 여긴 좀 비싸잖아. 그래도 두 병까지 마셔도 되겠다. 안주도 하나 시킬까? 그동안 아꼈으니 이 정도는 쓸 수 있어. '

맥주를 마시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뚜언의 이야기를 내가 들어주었다.

뚜언은 하노이에서 버스로 약 4시간가량 떨어진 더 북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 동네는 너무너무 가난해서 교육이란 것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먹고살기도 힘들었단다. 그런 그가 아직 어린 꼬마일 때 동네에 놀러 온 한 외국인과 친해져 그 외국인에게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영리했던 뚜언은 영어를 꽤 잘하게 되었고, 그 동네에서 소소하게 가이드 일을 어린 나이부터 하다가 기회를 찾아 하노이에 왔고, 여기서 여행사 중계 일을 하면서 꽤 많은 돈을 모았다고 했다. 왜 돈 이야기를 하는지 머릿속의 저울로 재면서 혹시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할까? 생각에 신경이 곤두섰다. 대략 그가 목표했던 돈을 달러로 이야기했는데 한국 돈으로 1000만 원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그 목표액의 60% 정도를 모은 것 같았고, 그 돈을 다 모으면 그 돈으로 여행사를 차리겠다고 했다.

"왜? 여행사 일이 좋아?"

"여행을 오는 사람들을 보는 게 좋아서. 여행 온 사람들의 얼굴과 눈빛 그리고 원하는 것들을 잘 맞춰줘서 재미있게 여행을 하고 가는 걸 보는 게 재미있어. 그러는 너는 왜 여행을 하는데?"

"여행을 어렵게 할수록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니까. 위험에 대처하는 나의 모습이나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 재미있어. 사실 유적이나 유명한 곳들은 내가 가는 것도 좋지만 TV나 책으로도 잘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맞이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은 여행을 하지 않으면 절대 겪을 수 없잖아."

그와 나는 오랜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맥주 두병씩을 마시니 둘 다 빨갛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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