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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Apr 17. 2017

우디 앨런의 영화 속 노래가 어울리는 도시

(2-7)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아비뇽의 나들이

항상 매거진의 제목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을 한다. 이번 매거진은 도시의 느낌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문장으로 '우디 앨런의 영화 속 노래가 어울리는 도시'라는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다. 제목이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오래된 도시 풍경을 거닐며 '우디 앨런의 영화 속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라고 친구에게 말한 순간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 속 특유의 재즈 풍 노래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주는 도시였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도시는 아비뇽이다. 풍경이 주는 안도감에 머무는 동안 여행이 아닌 일상을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비뇽에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적은 사진을 대신하여 글로서 기억을 최대한 풀어내고자 한다.


아비뇽 도심 공원의 잔디밭 그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연인의 모습

아비뇽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문 밖으로 조금 걸어나가니 길을 따라 서 있는 성벽을 볼 수 있었다. 새 하얗기보단 시간이 지나 누런 빛이 도는 성벽에 지나가는 현대의 풍경이 괴리감보단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성벽에 난 문을 통해 아비뇽의 도심 내로 들어가게 되었다.


친구와 나는 사람들의 가장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거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좋아하였다. 그 장소의 대표적인 예인 공원. 아비뇽에서도 역시 도심 내에 있는 작은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향하게 되었다. 공원 내에는 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을 가만히 벤치에 앉아 바라보며 우리도 그들처럼 이 시간이 일상이길 바라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그마한 공원의 주위로 산책을 즐기는 어머니와 아이들의 모습
긴 벤치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의 모습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 이후 목적지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다녔다. 가는 곳 어디에서든 아비뇽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 우리가 가는 길의 안내판이 되었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중세의 건물과 현대의 건물이 어우러진 아비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길을 걸으며 나와 친구는 강한 햇빛 반대에 역광이 된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성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고있는 친구의 모습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성벽과 나란히 흐르는 강과 생베네제 교라는 끊어진 다리를 만날 수 있었다. 다리에 올라가며 그 다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해가 져가는 시간 즈음에 다리의 끝에 다다랐을 때 강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이때 아비뇽의 해가 져가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누군가와 함께 다시 찾은 나의 모습을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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