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유년시절을 겪었거나 힘겨운 현실에 치여 이런 다짐을 하는 부모들이 많이 있죠. '내 아이는 나처럼 자라게 하지 않겠다','내가 겪은 고통을 주지 않겠어' 이런 다짐말이에요. 어느 부모가 내 아이는 개차반으로 키우겠어라고 다짐하겠어요. 소중한 내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돼주고, 부족한 것 없이 키우고 싶은 게 당연하죠.
저 또한 가난했던 어린 시절 돈 때문에 상처받은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우울하고 힘든 날엔 그 기억이 제일 먼저 손을 들고 튀어나와 저를 괴롭히죠. '네 인생은 그것밖에 안 돼, 네 인생은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어' 이런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제 아이에게만큼은 가난을 대물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의 저야 일을 하고 월급을 받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았던 부모님과 다르게 일상을 유지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예쁜 옷도 필요하고 육아템도 사야 하고 여행도 가야 합니다. 다 안 하고도 '생존'은 가능하지만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sns를 보니 앞이 깜깜한 거예요. 전 아기 옷도 얼마 못입고 버린다고 알리에서 고르고 있는데 sns의 모르는 A 씨는 아동복의 에르메스 같은 옷을 입히고 호캉스를 가니까요. 무분별한 비교를 하는 sns를 끊어야 하는 건 알지만 정보도 얻고 재미도 얻으니 전 도저히 못 끊겠더라고요. 그런데 계속 타인의 부에 노출이 되니 제가 한없이 작아지고 하필 가난한 엄마에게 온 제 아기가 불쌍해졌어요. 제 아기는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요.
아기가 알리 옷이든 명품이든 춥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요. 호캉스 안 가고 엄마와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아도 아이는 충분히 즐거울 겁니다. 무료로 개방되는 미술관, 박물관도 많아 돈이 없어 아이에게 경험을 못시켜준다는 것도 말이 안 되죠. 해외여행만 경험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아기는 적은 돈으로 행복하고 즐거울 일들이 가득한데 저만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겁니다. 그런데 고민해도 답은 없죠. 제가 벼락부자가 되지 않는 한요.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어요. '내 아이만큼은 그렇게 키우지 않을 거야' 보다그럼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키워야 할까'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모든
순간이
따스함으로
가득하길
저희 가족은 이미평범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부터 고민이 많았죠. 내 욕심으로 아이에게 이런 가정을 주어도 괜찮을까. 풍족하고 여유로운 가정, 아무 문젯거리 없이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게 하고 싶은 게 엄마마음이니까요. 그 고민의 답은 제가 살아온 삶에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삶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함 또는 그보다 부족한 삶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햇살 가득한 봄날의 오후 같기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여름의 밤 같기도 했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절망스러울 땐 한없이 삶의 의미를 잃고 기뻤던 어느 날은 세상이 살만한 것 같았죠.
그런 삶의 부분을 겪어내는 것에 급급하여 어떤 의미를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순간에도 제 삶은 따스함으로 감싸져 있었습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제 부모님에게서 가족에게서 친구에게서 어려울 땐 용기와 위로를 기쁠 땐 축하를 받았어요.
전 제 아이가 세상의 그런 따스함을 느끼길 바랍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야만 느낄 수 있는 그 온기를 충분히 만끽하고 살아가길 바랍니다.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온기를 오롯이 제 안에서 만들어 아이에게 전해주는 것이 아이를 세상으로 부른 저의 역할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