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육아는 엄마를 세상에서 지우는 일이 아닙니다
어느 아이의 탄생
경험해보지 않으면 100% 이해하기 힘든 것 중 1위가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힘들다 해도 모두가 하는 거 내가 못하겠냐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근데 못해먹겠다 싶은 순간들이 참 많더라고요. 먹기, 싸기, 자기라는 내 기본 본능에도 충실하지 못하는 것이 육아라는 것을 겪어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집에 아기랑 나만 있을 때 문 열고 큰일 보는 게 뭐 대수냐 싶었는데 대수더라고요.. 아무리 아기라도 누군가 큰일 보는 걸 지켜본다는 게.
저런 기본적인 것들은 그렇다 치고요. 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이 과연 앞으로 '나'라는 사람을 위해 내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일까였어요. 엄마가 된 지금도 새로운 도약을 하고 싶고 아무 제약 없던 시절이 그립기도 해요.
일터로 돌아간다 해도요. 워킹맘이 되요. 워킹맘은 집안일+육아+일을 하는 맘이에요. 내 커리어나 승진 이런 걸 위해 일하기 보단 생계형으로 일을 하게 되고 그나마도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조퇴하는 일도 많고 아이 하원시켜야하니 야근이니 잔업이니 이런 것도 못해요. 자잘한 일로도 회사에 눈치 보일 일이 많아 중요부서로 가거나 중요 프로젝트를 맡기가 어렵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 엄마라는 사람은 많은 것을.. 어쩌면 엄마의 것이었던 대부분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이게 자기 위안인지 정신승리인지 어떤 개념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안에서 눈과 코와 심장과 팔, 다리를 만들어 세상밖으로 내보내 어떤 하나의 존재로 키워내는 이 일이 내 인생에서 제일 값진 일이 아닐까.
출산, 육아로 내 존재가 지워지고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요. 내가 존재해야만 나의 아이도 존재할 수 있기에 오히려 나라는 존재가 더 짙고 깊어지는 거란 생각을 합니다. 사람을 만들고 키우는 일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된, 차마 돈으로는 환산할 수도 없는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죠. 그러니 힘든 게 당연하고요.
고된 하루에 축 늘어진 몸을 겨우 추스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당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느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