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타이슨의 명언
처음에는 그랬어.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멋스러움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가득찼었어. 창업하기 전에 읽었던 수많은 책들과 발품 팔아가며 찾아듣던 유명한 창업가들의 강연의 횟수만큼 비례하는 공상은 부풀어가고, 잠들기 전에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가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어. 아이디어를 다듬어 사업계획서부터 준비하고, 이런저런 제도권의 지원도 받고, 나와 끝까지 변치 않을 팀원을 모아서 “짠~”하고 제품을 출시해서 성공하리라. 그리고 1년 후, 3년 후, 5년 후의 우리는 정상에 서 있을 거라고.
마이크 타이슨이 실제로 경기전에 인터뷰 했던 말이 짧게 의역되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이라는 유명한 명언으로 알려져 있어.
너무 과격하거나 직설적인 표현이라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 문장처럼 뼈를 때리는 팩트폭력으로 가슴이 찌릿하게 만드는 말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특히, 스타트업이나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심각하게 사색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말이야.
알지 못하기에 뛰어드는 것과 알면서 뛰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야. 안타깝게도 우리 중 대다수는 처음 창업을 해 본 사람들이야. 해당 분야에 현직자였다는 창업자일지라도 관련 기술이나 업무 경험이 있다는 거지 그것이 대표자로써 경험은 아니잖아. 이전에 직장이라는 곳에서 간접적으로는 엿볼 수 있었을지언정 그조차도 수박 겉핧기 깜냥조차 되지 않는다구. 그렇기에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창업자의 업무와 리스크로 인한 충격을 마주 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픈지에 대한 예측이 서지 않아. 많은 사람들은 계획을 잘 짜더라도 필드에서는 다르다는 의미 또는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걸 말로는 이해한다고 해도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 법이거든.
[그럴듯한 계획들]과 [그러한 계획]은 다르듯이 여러 가설들을 나열해서 만들어진 사업계획서는 팩트/검증으로 구성 된 알맹이 단단한 사업계획서와 질적으로 달라. “우리가 세계 최초가 될 겁니다”라는 희망찬 말보다는 “유사한 비즈니스 사례와 레퍼런스가 있다”는 사실적인 주장이 더 신뢰성을 가지거든. 거기에 차별화 된 경쟁력, 정량화된 수치와 명확한 마일스톤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늠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이어준다면, 이론을 넘어 실전용 사업계획서 레벨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수정하고,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해야 하는 반복작업이 지겨울 정도로 기다리고 있어. 이 정도가 준비 되어 있지 않다면, 쳐맞을 때 엄청 아프다. 진심 아플 거야.
내가 상대보다 발이 빠르다면 피할 수도 있고, 맷집이 좋으면 몇 대 정도는 맞아 볼 수도 있어. 여러번 연습을 하고, 맞아 본 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충격을 좀 더 줄일 수 있는지 또는 껴안아보든 온 힘을 다해 블록을 하든 대응 할 수 있겠지. 근데 현실 속에서 우리가 상대하는 링 안의 적은 우리의 생각보다 매우 강해. 체급이 다르다고 할까? 게다가 더 빠르고, 더 쎈 펀치와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 결국 기성경쟁사와 맞주하는 순간, 예상치라는 범위를 뛰어넘는 기량과 실력 차이에 충격을 먹을 거야. 마케팅이나 브랜드가 잘 되어 있거나 이미 팬덤을 가지고 있고, 시장에서 포지션이 확고한 경쟁자와 링 위에서 마주하는 것은 마치 아마추어 복서가 마이크 타이슨 앞에 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원문에서 “쥐처럼 공포에 떨고 얼어 붙을 것이다”라는 부분에 특히 공감해. 창업 후, 처음 마주하게 된 자금 문제 앞에서 딱 이런 표현이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더라구. 월급쟁이 일 때는 경험하지 못한 이 두려움은 머릿속이 새하얀 백지가 되게 만들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거든. 쫄아 버리니까 도망가고 싶어지고, 후회하려는 마음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더라.
여기까지 읽으면 애초에 상대도 안될 싸움이니까 도망치거나 피해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겠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해. 정리 들어간다~!
37전 무패/KO 승률 90%/1라운드KO승 17회의 무적이라고 칭송 받던 마이크 타이슨은 1990년에 전세계 스포츠 도박사들의 42-1 예상을 뒤집고 무명 수준이었던 “제임스 버스터 더글러스”에게 KO패를 당했어. 다들 초반에 KO패 당할 거라 예상했던 더글라스는 8 라운드에 다운을 당했음에도 다시 일어나 끈질기게 싸웠고, 10 라운드에 전세계가 놀라는 기적과 같은 승리를 이뤄냈지.
그 이후에도 타이슨에게 도전하는 복서들이 있었고, 승리를 쟁취하기도 하고, 설령 지더라도 놀라운 기량을 각인 시키며 인지도를 얻은 선수들도 있어. 타이슨의 재기를 무너뜨린 “대니 윌리엄스”, 아일랜드 무명선수이자 타이슨을 은퇴시킨 “케빈 맥브라이드”, 4살이나 많았던 복서였던 “에반더 홀리필드”는 2번이나 그를 이겼어. 마이크 타이슨의 6번의 패배 전적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영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증명일거야.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도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최상의 컨디션, 최고의 기량을 준비한 상태에서 싸워야 해. 주변에서 ‘상대가 안된다’, ‘어차피 질 거야’는 핀잔에 의기소침해지거나 멘탈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상대가 강하다는 걸 알기에 더욱 자신이 준비 할 수 있는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거지. 타이슨의 도전자들도 상대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불리할 거라, 질 거라 예상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과 이를 뒷받침할만한 치밀한 분석과 전략, 엄청난 훈련량과 체력을 결전의 그날까지 수도없이 시뮬레이션하며 준비했기에 기적같은 현실을 만들어낸거야.
------------------
두려움에 무너지면, 너는 두려움의 먹이가 될 것이다.
두려움을 이해하면, 두려움은 너의 친구가 될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면, 두려움은 너의 먹이가 될 것이다.
-------------------
먼저 지레 겁먹고 포기하라는 바보 같은 말이 아니라 도전한다는 게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감당해야 할 희생과 고통이 뒤따르는 무게감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두려움에 맞서기로 했다면, 그걸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극복할 수 있는 치밀함과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이야.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 모를 수도 있죠’, ‘없는 게 많으니까 스타트업이죠’, ‘처음부터 그렇게 준비 된 건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없죠’ 라는 식의 핑계를 떠올리지 말구 차라리 인정할 건 인정해. 부족한 걸 준비/보완하는데 힘을 쏟아야 해. 철없는 변명으로 들릴 뿐, 아무도 이해해 주려 하지 않아.
룰도, 상대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도 모르면서 뛰어드는 건 무지함이야. 설령 시작했다하더라도 주위에서 다들 안 될 거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에 떠는 멘탈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덤비는 건 무모함이야. 이길 수 있을 거란 계획과 생각은 있으나 정작 실행할 각오도, 행동할 역량도 없음은 무능함이야.
이거 너무 뭐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우리는 매일 살벌한 실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나 역시 창업초기에 그러한 안일한 마음이 있었고 그 때문에 우리 팀이 많이 힘들었으니까.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여전히 두려움을 마주 할 때면, 털이 곤두서고, 겁이 더럭 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마주 할수록 조금씩이라도 더 강해지니까, 이전보다는 더 빨라지니까, 예전보다는 더 자신이 생기니까 우리는 오늘도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한 걸음 내딛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