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Dec 05. 2024

파혼을 했다. (2)

두 번째 이야기 :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다.


네가 시작했으니 네가 해결해!


 파혼은 꽤나 쉬웠다. 식장은 취소하면 그만이었고, 계약한 집은 부동산에 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팔리는 데엔 시간이 걸릴진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척척, 모든 것이 쉬웠다. 8개월 가까이 함께 신혼집과 식장을 어디서 할지 고민하며 알아봤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없던 일이 되었다. "네가 시작했으니 네가 해결해!"라고 그에게 화를 내며 말했지만, 나의 마음은 내심 그가 이제라도 미안하다며 다시 하자고 너가 좋으니 결혼하자며 애원해 주길 원했었다. 나는 결혼식장과 우리의 신혼집을 내 손으로 도저히 취소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상처 난 내 마음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만난 기간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결혼을 함께 하기로 했던 사이였으니 꽤나 마음을 많이 주었었다. 이 사람이 나의 평생 반려자가 될 생각으로 행복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기도 했고,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나의 남편이 너였구나!’하며 신기하고, 감사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헛된 꿈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파혼이야기가 나온 건 내가 유럽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암을 선고받은 엄마가 걱정스러웠고, 아빠도 암으로 돌아가셔서 그런지 나의 마음속에 혹시 '엄마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였다. 엄마는 1차 항암을 끝난 이후에 항암을 다시는 싶지 않아 하셨고, 혼자의 힘으로 암을 치유하고 싶어 하셨다. 부모님의 모습들을 보며 생긴 불안함과 두려움은 '후회하지 않아야 해. 그리고 현재를 살아야 해.‘ 로 귀결되었고, 엄마와 함께하는 현재 이 순간순간을 행복으로 가득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하기 2개월 전에 엄마와 함께 유럽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남자친구에게도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게 어때?’라고 물었고, 아버지와 함께 다녀온다고 예약까지 했으나, 일이 생겨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유럽여행을 가는 17일 동안 전남자친구와 간간히 연락을 했고, 엄마와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나를 되돌아볼게.



  문제가 시작된 건 여행 갔다 온 직후였다. 여행 다녀온 후에 신혼집에 에어컨을 달아놓겠다던 그에게 “에어컨 달았어?”라고 물었더니 다른 말로 계속 돌리고 있었다. “일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 “ 그동안 말로만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많아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계속 다른 변명거리를 만드는 게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아이폰 16이 나오면 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돈을 다른 통장으로 옮겨놓겠다던 그가 “너 생일선물로 핸드폰 사줄게.”라고 하자 화가 났다. 말로만, 말로만! 하는 그가 미웠다. 그래서 화가 나 나도 모르게 “그럼 내 생일 선물이랑 퉁치겠다는 거야?”라고 물었고, 그는 “지금 안성에서 왔다 갔다 하느라 기름값이랑 내는 돈이 많아. 그리고 나도 돈이 없어.”라는 것이었다. 돈이 없는 줄은 몰랐다. 주식으로 워낙 돈을 잘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혼집과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옮겼던 상황이었고, 안성과 수원을 왔다 갔다 하며 노력 해주고 있었다. 그에게 “왜 말하지 않았어. 기름값은 주면 되잖아. 그리고 나는 네가 계속 기대하게 만들고, 말로만 하고 행동으로 안 보여주는 것 같았어.”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를 되돌아보고 내일 연락할게.”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사귀는 1년 반의 시간동안 한번도 다툼이 없었던 우리였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