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효율, 뜨개 할 땐 잊어버려
숫자만 보면 긴장
유독 수학이 약했던 나다. 숫자만 보면 긴장이 되고 수학시험은 차라리 찍는 게 나았다. 수학만 아니었으면 수학만 아니었으면... 학창 시절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는데 이만큼 나이 먹고 나니 '수학만큼 정직하고 착한 친구가 있는가' 싶다. 세상사 '딱 떨어지는, 깔끔한 정리'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 수학이야말로 명쾌함 그 자체 아니던가! 누군가는 우울감을 느낄 때 수학문제를 풀며 정답을 맞히는 쾌감으로 기분을 전환한다는데 이제는 어렴풋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숫자는 어른이 되면 더 절실하게 필요하고 봐야 한다. 각종 보고서에는 숫자 없이 표현하기 힘든 챕터가 대부분이고 내 회사, 가정을 경영하려면 들고 나는 살림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특히나 숫자감각,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나는 다년간을 이들과 멀리하려고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에 이제와 서라도 그들과 억지로 친해져야 했다. 더 미상 물러설 곳이 없다 ㅋㅋ
내 마음을 읽은 알고리즘은 토스가 운영하는 유튭 '머니그라피'를 단박에 띄워주었고 그중 회계덕후 이재용 회계사의 'B주류경제학'은 나의 최애 유튭 콘텐츠가 되었다.
성공하는 브랜드의 비밀 따위의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이들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는 콘텐츠는 참으로 귀하다
B주류경제학은 카테고리를 정해 카테고리 인사이트를 전해줄 만한 게스트를 섭외하고 산업을 이야기하며 주요 브랜드와 브랜드의 재무제표를 함께 살펴보며 산업의 맥락을 읽어주는 콘텐츠다. 직장에선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들을 해왔고 이제는 작지만 내 브랜드라는 것을 키워가는 입장에서 '핫하고 힙한 브랜드' 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보아왔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지속할 힘, 그러니까 뱃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 오래가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숫자'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요즘 브랜드,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 등등등 콘텐츠가 지겹도록 넘쳐나지만 저 바닥아래 숫자를 이야기해 주는 콘텐츠는 참으로 귀해서 당장 이 시리즈를 정주행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사랑 B주류경제학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참으로 고맙게 초반부는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부분으로 할애했다. 재무제표를 어떻게 읽는지 각 요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나처럼 숫자가 두려웠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복기하며 책의 내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콘텐츠 / 스타일 / 여가 / 음식 4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요즘 주목받는 산업들은 거의 다 훑는다고 볼 수 있다. 내가 토스 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금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인데 이 책은 토스의 방향성이 그대로 녹아든, 쉬운 재무제표 이해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결과를 가지고 인사이트를 뽑아내 성공사례를 말하고 끝! 여러분도 해보세요 류의 콘텐츠가 참 많다. 산업의 현실을 캐내고 더 나가서 숫자로 풀어내고 근본적인 팩폭을 해대는 B주류경제학이 그래서 귀하다.
실값, 뜨는 시간, 그리고 근육통
자, 그렇다면 나의 뜨개는 어떤가? 이것만큼 인풋과 아웃풋이 비대칭을 이루는 작업이 없으리라.
작년 가을 첫눈에 반해서 떠보겠다 마음먹은 스웨터는 아직도 앞판 뜨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우선순위에 밀려 몇 달째 대기 중인데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겁다.
실 구입비용으로 몇 만 원 + 잠들기 전 시간 들이기 + 조금은 나빠진 듯한 시력과 어깨 통증 = 미완성 스웨터
뜨개는 이 덧셈식으로는 도무지 효용을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계량화하기 어려운 '만족감' '몰입이 기쁨'이 산식에 포함되어야 할 것인데 저마다 다른 기쁨의 가치를 어떻게 환산할 수 있을지?
그렇다고 마냥 '좋아요~ 해보세요~' 류의 이야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이 기쁨을 어떻게 숫자로 구체화할 수 있을지가 요즘 나의 관심사.
그나저나 이 스웨터는 봄이 오기 전에 완성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