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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토 Jul 20. 2020

예술 대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것.

예술 대학교의 현실에 대하여_01


"그거 알아? 예대에 가면 또라이들 밖에 없대. 근데 시간이 지나면 또라이들이 점점 사라진대.'"


"왜? 다들 정신 차려서?"


"아니. 너도 그 또라이들 중 하나가 돼서."




 예대에 진학하기 전에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저 이야기의 진위 여부만 밝히자면 꽤 사실이다. 별난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별난 일들을 반복해서 하니 인간적인 센스를 잃게 된다. 길거리에 새파란 머리를 한 사람이 지나가도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또라이라고 하기보단 '편견 없는 사람이 된다'라고 말하고 싶다. 








예술대학교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예술대학교, 흔히 예대라고 줄여 부르는 그 작은 사회에 속하게 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교에 진학한 새싹들과, 사회에 발을 담그고 있다가 '역시 난 예술이 하고 싶어!' 라며 뒤늦게 꿈을 좇아 입학 또는 편입을 한 사람들. 


 1학기 개강 후 한 달의 시간 동안 후자는 전자의 젊음을 부러워하며, 전자는 후자의 인생 경험을 부러워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첫 시간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소개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종종 있다. 새싹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자기소개서에 입시 내내 적어왔던 것을 또 적어 내고 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20년, 그 짧은 인생을 살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흔한 의무교육 외에 한 활동이 없었다. 


 반면에, 예술을 다시 시작하고자 예대에 진학한 사회인들은 예술을 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하던 일을 포기하고 늦은 나이에 다시 학업을 시작할 만큼의 의지가 있었으며, 사회에서 경험하고 본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예술작품으로 승화할 만한 재료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 발표 시간에 그들은 여유롭거나 겸손한 얼굴로 발표를 마친다. 


 그것을 바라보는 새싹들의 표정은 참으로 다채롭다. 그들의 의지에 대한 존경심이 보이는 얼굴도 있고, 공부해봤자 늦은 거 아니겠냐는 건방진 감정이 얼굴에 은은하게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새싹이면서 자신은 왜 저런 경험을 쌓지 못했는가, 라는 알 수 없는 열등감에 스스로를 마음속으로 채찍질하는 얼굴도 있다. 물론 어느 집단에서나 그렇듯이,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도 있다.








 반이 생길 수도, 반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상관없다. 점심시간은 비슷해서 밥 먹을 사람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느 곳에서나 그렇듯이 예술 대학교도 '무리'가 생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교실에 늘 보이지 않는 신분, 혹은 계급이 존재한다고들 말한다. 


 예대가 아닌 대학교는 다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딱히 그런 것을 경험한 적은 없다. 그저 대다수의 학생들은 '잘하는' 학생을 좋아한다는 것은 쉽게 눈에 보이는 사실이다. 예대, 나는 그것도 순수미술과였기 때문에 우리 과에 있는 사람들은 보통 작가, 예술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다. 취업이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곳에 왔다는 건 그만큼 이 일에 최소한, 티끌만 한 열정이라도 있다는 얘기다.


 한 과목에만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도 있고 여러 과목을 두루두루 평범하게 잘하는 학생도 있다.





사진 출처 : @suminsuminhae_art 인스타그램




과제로 밤새는데 대학교 군기가 웬 말이야?



 다른 대학교에서의 군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른다. 들어본 바에 따르면 선배들이 갑자기 집합을 시키거나, 구타를 하거나, 집단적으로 괴롭히거나, 특정 행동을 못하게 하거나 등이 있다고 한다. 


 예술 대학교에서의 군기라고 하면 역시 과마다 다르다는 것이 정론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학교에 비하면 한참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서로에게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이 이상한 옷을 입든 말든 나의 예술을 고민하고 그 고민을 동료와 나누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사실 그것 때문이 아니라 과제하느라 시간이 없다. 과제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군기 같은 더러운 악습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겠는가?



 예대라고 하면 일단 엄청난 양의 과제라는 게 대표적이다. 예대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밤샘 과제에 야작을 하느라 건물에서 불빛이 꺼지는 날이 거의 없다. 특히, 건축디자인과 건물은 등대라고 한다.








과제를 하는 것, 나름 즐겁다. 조별과제가 아닌 경우에만. 



 예대에 있는 다양한 과 중에서 조별과제가 필수인 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과와 영상과가 있다. 혼자서 할 수는 있지만 큰 노력과 큰 비용과 큰 시간이 필요하기에 반강제적으로 조별과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졸업작품도 조별로 해야 하며, 그것은 그들에게 아주 크나큰 고통이다. 


 예대를 떠나서 대학교,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갑자기 세상에 나타나서 열심히 사는 사람을 괴롭히는 일'을 통틀어 '조별과제'라고 칭한다고. 조별과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예대생과 공대생의 과제는 정말 많다고 한다. 단지 그들이 그 많은 과제를 설명할 만한 글솜씨가 없다고도 한다. 사실 나로서도 그 과제 양을 어떻게 해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과제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만 글을 하나 써야할 정도?










 위에 쓴 글과 같이 앞으로 예대생의 삶을 글로 써내려갈 예정이다. 예술 대학교에서의 첫 수업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제가 겪은 일들을 최대한 담백하게 글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다음에 글을 올릴 때는 그저 불평만 하는 조별과제 이야기가 아닌, 조별과제 현실 조언을 들고 찾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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