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벌써 포르투에 온 지 11일째.
내가 머무는 숙소는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주거단지에 가까운 곳. 역 이름은 Faria Guimaraes. 이 역에서 도심 한가운데 Aliados역이나 Sao Bento역까지 빨리 걸으면 20분 안에 갈 수 있다. 워낙 작아 걸어다닐 수 있다는 말 들었는데, 너무 지쳤거나 좀 더 멀리 가보고 싶을 때를 대비해 역은 가까운 게 좋다.
는 게 숙소 예약할 당시의 생각이었는데. 여행 떠나기 4일 전 민기가 발목을 다치면서 역 가까운 곳을 예약하지 않았으면 안 되는 운명적인 매칭이 돼버림ㅎ. 민기가 벌떡 일어나 걸어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안단테 카드는 Monthly말고 5회권으로 샀다. 그 후 또 10회+1회권 충전함. 처음부터 10회권 사자니까. 무튼 메르토랑 버스 야무지게 타고 있다. 상벤투에서 파리아 귀마레스까지 좀 언덕길이거든. 무튼 이 숙소는 마트도 가깝고, 시내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로 구했는데 건물 전체가 여행자 단기임대 숙소 같다. 매주 앞 집 사람이 바뀌는 걸로 보아;
길 걷다보면 우리나라로 치면 작은 구멍가게부터 식료품 도매로 떼다가 파는 곳, 프랜차이즈 마트 등 장 볼 데 여기저기 있다. 서울에서 롯데마트 졸업하고 동네 전통시장서 장보는 데 익숙해졌는데, 여기 와서도 과채를 도매가에 파는 가게 하나 발견했다. 납작복숭아 1kg에 4500원 하는 나라에서 가격 차이가 나봤자 뭐 얼마나 나겠냐만은. 웬만한 식료품은 Pingo Doce에서, 과일/채소는 이 이름 없는 작은 가게에서^^.
Faria Guimaraes에서 길 따라 쭉 내려가면 대형 환승역인 Trindade역이 나온다. 그걸 지나 또 걸으면 포르투 시청사와 Aliados역. 이 역에서 왼쪽으로 가면 볼량 시장, 오른쪽으로 가면 포르투 대학이다. 알리아도스역에서부터 관광/여행객이 많다. 대로 옆 작은 골목들로 들어가면 이 가게 저 가게 죄다 길에 야장 깔아놓고 장사한다. 서울식 테라스 자리나 스트릿뷰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길 한복판에다가ㅋㅋ. 걸어다니는 사람, 앉아서 와인에 맥주에 나타 먹는 사람, 버스킹 하는 사람 뒤섞인다. 흙 대신 돌 많은 나라여서 그런지 건물부터 바닥까지 다 돌이다. 타일식으로 깔린 돌 바닥이라 정신 놓고 다니단 까딱 발 삐기 십상. 발목 불안정성 있는 사람들 주의. 캐리어 없이 배낭만 매고 오기 잘했단 생각 또 든다.
어떤 배낭 가져가냐, 배낭 무게 얼마나 채우냐 놓고 오기 2주 전부터 논의 반복했다. 처음엔 '30L짜리 가방 하나씩만 매고 가자' 해서 당근에서 가방 2개 샀는데 막상 짐 싸보니 들어가는 게 없었다. '30L 너무 작다, 50L 짜리로 바꾸자' 해서 두 가방 팔고(하나만 팔림) 새롭게 50L, 60L짜리 두 개 샀다. 그럼에도 가져 가고 싶었던 옷 다 넣기엔 턱없이 부족. 결국 여름 옷 몇 벌만 넣고 나머지는 다 뺐다. 그렇게 배낭 2개만 각자 매고 왔는데... 춥다.
햇볕 찾아다니기 시작... 6월~7월이면 덥겠지, 서울만큼 덥겠지. 아뇨? 땡볕에선 내 팔이 누릇누릇 익어가는 게 느껴질 정도로 뜨거운데 그늘 아래만 가면 서늘하다. 도루강변에 가면 바람이 제법 세게 부는데, 춥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나시 차림에 가을 가디건 챙겨야 한다. 유럽사람들 왜 그렇게 햇빛 드는 잔디만 보면 냅다 드러눕는지 이해 가기 시작. 처음엔 안 타려고 그늘에 앉았다가 추워서 슬금슬금 햇빛쪽으로 움직여 반쯤 걸쳐 앉고, 이젠 얼굴만 가리고 누울 수 있으면 그냥 자리 잡아버린다.
6/12일 도착 예정에서 민기 부상으로 일주일 미뤄 도착했지만 놓치지 않은 게 있다!!! 유로파 2024와 상주앙 축제. 오기 전에 6월에 포르투에서 하는 축제 뭐 있나 찾아보다가 6/23일에 뭔 큰 축제가 있다길래 뭐... 그냥 축제겠지 했다. 근데 전날부터 길바닥 곳곳에서 뿅망치를 팔더니 23일 낮부터 사람들이 죄다 뿅망치 하나씩 손에 쥐고 다니는 수상한 장면 목격. 작은 뿅망치 2유로 주고 사서 나도 무기마냥 손에 들고 다녔다.
해가 지니 이젠 그걸로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 머리를 때리기 시작? 나도 몇 번 맞고 나서야 이것들 나도 때린다! 할아버지 머리 뾱, 꼬마 머리 뾱, 대머리 청년 뾱, 음흉한 표정으로 다가온 여자 머리 뾱. 목발 짚은 민기는 뿅망치 무한 일방 피폭행. 도루강변에서 폭죽놀이 한다고 포르투에 있는 모든 사람 강변에 다 모였다. 사람 그렇게 많은데도 성추행이나 소매치기나 서로 치고받는 장면, 밀고 밟히는 건 못 봤다. 2030만 모이는 게 아니라 초딩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참여하는 축제라서 그런가.
유로파는 아직도 진행 중. 포르투갈 16강 진출. 포르투갈에 있으니까 포르투갈 응원하긴 하는데 나는 잘하는 팀 편ㅋ. 터키 전은 광장에서 사람들 틈에 껴서, 조지아 전은 모루공원에서 봤다. 모루공원에 조지아 국기 몸에 두르고 등장한 일가족. 시선 집중. 조지아가 포르투갈 2대0으로 꺾는 대이변이? 그래도 사람들이 조지아 가족한테 박수 쳐줌. 지들은 이미 16강 진출했거든. 터키 전 하던 22일 날씨가 진짜 좋았는데 광장에 꼼짝 없이 앉아서 햇빛에 누렇게 익었다.
7/1일 내일이 포르투갈vs슬로베니아 매치. 재미없게 쉽게 이길 거 같은데 혹시 또 이변이?! 내일 경기는 어디서 볼까낭. 한국에선 새벽 4시라지. 깔깔 여긴 딱 좋은 해질녘 8시^^.
이번주에 마토지뉴스 해변도 갔다오고, 어제는 아베이루 여행도 다녀왔는데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정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