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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y 21. 2021

전략가, 잡초(이나가키 히데히로, 2021)

잡초의 듬직함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는 정원이 있다. 소나무, 감나무를 비롯 장미, 작약  꽃나무들이 이쁘게 가꾸어진 정원이다. 사무실 정원의 가장  고민  하나가 잡초다.  보였는데 어느 순간 정원의 주인인양  자태를 뽐낸다. 잡초 제거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 있을까? 제초제를 뿌리고 으로 뽑아 보지만 잡초는  자란다.

잡초 제거 전 정원
잡초 제거 후 정원

잡초를 가장 안전하게 없애는 방법이 '잡초를 뽑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준 '전략가, 잡초'(이나가키 히데히로, 2021, 더숲)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잡초의 듬직함으로 인간이 위로를 받는 묘한 책이다. 식물학 내용이 있는 책을 읽는 것이 처음인 것 같다.

랠프 왈도 에머슨이 이야기한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는 문구가 우선 가장 눈길을 잡았다. 잡초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연약한 식물이라는 것이고, 연약하다는 것은 경쟁에 약하다는 것이고, 경쟁에 약하기에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에서 자라며,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장소는 바로 길가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곳이며, 그렇기에 연약한 잡초의 기본전략은 싸우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잡초처럼 강인하게'라는 말이 어폐가 있는 것 같다.


영국의 생태학자 존 필립 그라임의 'CSR 삼각형 이론'도 재미있었다. 잡초는 R형으로 환경 변화에 매우 강하다. 변화에 강하다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도 있지만 도전한다는 의미이고, 잡초의 생명력은 곱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잡초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라고 한다. 비교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상적인 잡초의 12가지 조건을 위의 내용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식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지식 또한 아주 간명하게 전달한다. 이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

빙하기가 끝날 즈음인 10만년전에 나타난 잡초의 생존전략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진짜 좋은 책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생존 전략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재밌는 책이다.


잡초는 '변화하는 힘',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최선을 다하는 것', '목적 지향성', '평균, 기준, 분류 따위를 뛰어넘는 개성', '넘버원이면서 온리원을 추구하는 것', '싸우지 않는 것', '때론 쉬고 자는 것' 등 엄청난 전략가가 확실하다.


잡초가 달리 보이는데... 여전히 정원의 잡초는 고민이다. 뽑지 않고 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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