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십이월 시린 아침의 숨결이 살갗에 닿음을 느낄 때, 새하얀 눈이 촘촘히 직조된 옷 위에 얹힌다. 하늘이 품에 가득 채워냈던 냉기를 저 아득한 땅에 양도했고, 영하의 대기를 유영하던 눈이 옷에 얹혀진 것이다.
끓는 차가움-
결정체가 된 냉기가 온열을 맞이하고,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이내 흐르고 녹아내린다. 실오라기에 흡수되어 형체라는 것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차가움은 끓어 사라지지만, 그 형체의 모습이 간직한 단 하나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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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무엇보다 새하얀 꽃을 보는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시린 겨울, 유난히 커보이는 눈꽃에 두 눈을 사로잡히는 시간이다. 육중한 무게로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하늘을 헤엄친 눈이, 끓는 차가움 속에서 냉꽃을 피워내는 시간은 고작 이초 남짓 밖에 안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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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눈은 저만의 꽃술과 저만의 꽃잎으로, 맵시를 다듬어낸다. 그들은 무언가를 말하듯 자신의 맵시를 자아낸다. 하나의 눈이 옷에 닿기 직전의 순간들은 각자의 형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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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하게 녹아내리는 눈꽃들을 보면서도,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그것의 형상과 느낌은 단 하나, 유일하게 뇌의 한켠에서 뚜렷한 모습이 있다. 왜인지 고결하게 날카로우며, 유려하게 투명한 영문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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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서로 다른 눈의 모습이 시야의 광맥 위로 기록되고, 그 형세는 각기 다르지만, 오직 잔상의 일례만이 연상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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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녹아버린 눈꽃의 비음을 들으려 하지말라.
갖가지 아름다움의 새하얀 찰나를 들춰 내지말라.
번뜩이는 백색의 섬광을 쫓으려 하지말라.
너와 나의 기억의 구석에는 순백이 지닌 어떤 형태가, 고결하게 날카롭고, 유려하게 투명하다.
그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서로를 추억하는 것은 수백, 수천 백설의 봉오리를 살피는 것과 같다. 각기 다른 형태와 모습을 지녀도 알 수 없이 빠르게 녹아버린다. 대신에, 서로의 기억을 추억하자.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시간과 공간, 감정과 사상들까지 모두, 그 아름다움만을.
우리가 기억하는 끓는 차가움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