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내근하는 내일을 위해
양모를 100배율로 확대한 사진이에요. 양모는 우리가 가을겨울에 입는 니트의 원료로 자주 쓰이는 섬유인데요. 양의 체모로 잘 알려져있어요.
이 친구는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그런데 잠깐 어려운 설명이 있어요. 섬유의 단면은 원형이고 표피(cuticle)와 피질(cortex), 모수(medulla)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는데요.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 표피(cuticle)에 존재하는 스케일(scale)이라는 친구예요. 이 친구 덕분에 양모는 다른 섬유들과 다르게 유독 특이한 측면과 단면을 지니고 있거든요. 사진을 잘 보면, 지렁이의 환대처럼 무언가가 겹겹이 쌓여있는 스케일이 보여요.
양모는요. 민물고기의 비늘처럼의 스케일이 표피전체를 둘러싸고 있어요. 스케일은 양모 섬유 1cm당 300~800개 정도가 존재하고, 여러 기능을 담당해요. 스케일은 방적성을 좋게 해주기도 하지만, 케라틴의 복잡한 구조와 함께 축융(felting)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이 축융이라는것이 왜 일어날까요? 축융은 쉽게 이해하자면, 줄어드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여러분들 울 니트를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나면 조그맣게 수축되서 꼬까옷이 되버린 경우가 그 예시에요. 이 스케일이라는 친구는 열이나 물에 닿으면 자기들끼리 열려버려요. 겹겹이 한방향으로 쌓여있기에, 다른 한 방향에 대한 마찰은 생기지 않는데, 열과 물에 의해 열려버린 스케일이 반대방향의 가닥과 마주치면 서로 엉켜서 붙어버려서 전체적인 원단의 크기가 줄어드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는데요. 이 과정을 축융이라고 해요.
사실, 니트나 스웨터를 세탁한후에 원망했던건, 우리가 울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였던거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좋아하는 옷이 있으면 그 옷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소재를 이해하고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는, 귀찮게 뭐 그런거까지 알면서 옷을 입어야 하느냐 할수도 있겠는데요. 그래도 우리,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때, 기분 좋은 날 밖에 나갈때, 편안하게 있고싶을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옷이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대할때 서로를 이해해야 어울리고 같이 호흡하듯, 옷과 우리도 똑같아요. 우리가 옷을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는 건, 좋아하는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게 해줘요. 또, 좋아하던 옷을 버리게 되는 불상사도 없어지고요. 마찬가지로, 쓰레기더미에 버려져 소각장에서 매연을 뿜는 과정까지도요.
결국은요,
생각보다 옷과 우리의 관계가, 조금 더 치밀하고 근접할때, 우리 내일이 내근할 수 있는 이유가 되잖아요. 저는 그렇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