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소비자가격 900원에서 몇배로 뛰기까지
시대의 주름을 함께 접어가던 주부생활과 선데이서울을 만났다. 두 잡지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다. 한 잡지는 나의 어머니와 같은 나이에 태어나 세상을 담아내고 있고, 그리고 한 잡지 또한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태어났지만 먼저 삶을 끝냈다. - 1965년에 창간된 주부생활은 ‘STYLER’라는 이름으로 재 기획 되어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지만, 선데이서울은 1968년에 창간되어 1991년 폐간했다. - 두 잡지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적 근현대기를 함께 호흡하며 서술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근간의 수많은 역경과 탄압을 보았으며, 그 시대에 항상 여성의 문화로 편집되던 패션과 스타일링, 연예와 문화의 가십을 최전선에서 기록하던 잡지였다는 거다. 1967년에 출간된 여성동아와 함께 말이다. - 이 잡지들은 현재의 패션매거진의 바이블이라 칭하는 보그나 마리 끌레르, 하퍼스 바자 이전의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티스틱한 영역을 숙제로 남기며, 지금의 여성지라는 발전을 이끌어낸 모체로 남았다. - 이 잡지들은 수많은 여성과 함께 했다. 빠다코코낫과 맥심 커피와 함께 잔잔한 오후를 그려내는 많은 주부들의 삶을 지켜본 장본인이다. 숱한 주부들의 유일한 놀이터인 미용실, 살롱에서 파마약 냄새의 반갑고 지독한 향긋함과 함께 시절을 대표했다. 가령, 우리 손의 디지털, 스마트폰처럼 없어서는 안될 것처럼. - 이 시대는 남성지의 태생은 금기사항이었다. 완벽한 금기는 아니었어도,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다. 패션과 연예계의 가십은 곧장 여성의 영역이었기 소비되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페미니즘을 주창하며 드레스 무브먼트를 이끌었지만, 한국의 뿌리 깊은 유교이념의 잔재들은 아직까지 패션이 남성과 호흡하기엔 혼란스러운 세상이었다. 시대의 구조적 불가사항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새로운 지대로 발걸음을 나아가며 해소됐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에스콰이어와 GQ의 등장은 이 시대의 개척을 이끌어냈다. 역사는 새롭게 기록됐다. 지금의 패션 젠더리스의 태동에 자극을 준 셈이기도 하다. - 이 두 잡지가 대단한 것은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양품과 기성복에 대한 비교, 자신있는 스타일에 대한 질문, 개성과 기본에 대한 선택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패션 코디네이트 문구가 적혀있는 부분이다. 패션에서 코디네이트란 ‘Coordinate’ (조정-통합하다)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옷을 섞어입는 가운데서 가장 잘 조화된 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대 역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서 패션은 사회와 소통하고 호흡하며 통합하는 매개체로서의 최소단위로 작용하고 있었으리라. 이는 어찌보면 지금 우리 옷입기의 단순한 고찰을 셀렉트샵 어플리케이션이 제안하는 것의 조상격이다. 과감한 패션사의 한 순간이다. 노력과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 선데이서울에 기록된 에이즈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인류의 난제로 남았고, 가수 이선희는 슬하에 1녀를 둔 가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매거진의 표지 텍스트에 관한 배치와 컬러링은 발전을 거듭하고 세련을 갖췄다. 희망소비자 가격 900원이 몇배로 뛰기까지, 지금의 패션매거진은 당신들의 유산을 품은채 앞으로도 두 발로 뛰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