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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CEO 백종일 Apr 08. 2022

에피소드 #2. 열심히 살면 성공할 줄 알았다.





인천이 집이었던 나는 인천에서 가장 큰 번화가로 무작정 나갔다. 200개가 넘는 음식점과 술집을 비롯해 유흥주점까지 건물을 다이어리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호까지 모두 적었다. 해당 번화가의 건물지도를 만든 것이다.



건물지도를 만들고 하나하나 체크해 나갔다. 번화가의 모든 영업점을 방문했고 이런 식으로 인천과 서울에 있는 번화가들을 돌아다니며 영업활동을 했었다.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생각보다 실적이 나오질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열심히 하는 것에는 누구보다 뒤지지 않게 잘했지만 판촉물을 잘 팔 기 위한 전략이나 잘 파는 방법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방판 영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인들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연한 계기로 텔레마케팅 영업사원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출근 시간이 9시였지만 남들보다 1~2시간 빠르게 출근해 사무실 청소를 했다. 퇴근시간이 6시였지만 9~10시 더 늦을 때는 11시가 넘도록 사무실에서 자기 계발을 열심히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남들이 안 하는 청소를 하고 남들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의 신념 때문이었다.



텔레마케터가 된 나는 방판 영업 사원일 때보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하루에 계약을 5개를 만들어 내는 등 그 달의 실적 1위를 해보기도 했었다. 실적 1위를 했지만 월급으로 받아간 건 300만 원 정도로 아주 적은 금액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장은 2억이 넘게 있던 빚을 1년도 안돼서 다 갚고도 돈을 많이 벌었다. 열심히 영업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았지만 결국 남의 배만 불려주게 됐던 것이다.



이후 나는 몇 개의 텔레마케팅 업계를 거치게 되었다. 실력도 어느 정도 인정받은 터라 신입사원 면접을 보고 사람들을 교육하고 운영과 관리까지 하게 됐다. 20대 중반의 센터 하나를 통째로 운영해볼 기회도 갖게 되면서 나는 나이는 어리지만 남들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월급이 아니라 월급 + @ 를 받는 위치가 되었다. 곧 내가 원하는 성공에 가까워져 간다고 생각했다. 월급이 아니라 실적에 의해서 내 소득은 달라질 것이었다. 이때 만해도 나에게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벌어서 빚도 갚고 돈 걱정 안 하고 사는 것이었다.



텔레마케팅 시장은 오래전부터 이직이 많은 업종이다. 텔레마케팅 사업이 한때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이었다. 어느 정도 시장구조를 알게 된 사람들은 비교적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텔레마케팅 사무실을 열었다. 여기서 많은 문제들이 생겨났다. 3개월이란 수습기간을 두고 실적이 좋다고 해도 큰돈을 벌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인센티브제도로 운영했기 때문인데 3개월이란 수습기간 동안 기본급이 거의 없다시피 일하게 된다. 밥값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정직원이 되는 사람은 실적이 좋은 사람일 테니 실적이 많아 회사는 이익이고 정직원 이전에 퇴사한 사람들이 만든 실적 또한 회사가 모두 갖게 되는 형태였다.



심지어는 월급도 밀리거나 주지 않은 채 회사가 없어지는 경우들이 허다했다. 이런 텔레마케팅 영업시장에 대한 회의를 느낀 나는 영업일을 그만두고 닥치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일은 모두 다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구배달, 선인장 장사, 칫솔 장사, 막노동, 꽃가게 아르바이트, 중국집 배달, 호프집 알바, 도금공장, 주유소, 분체도장, 칼국수 배달, 히타 공장, 도시락 배달, 건강식품 영업사원, 다단계 들어가서 합숙했던 일, 일일 VJ, 연기자 지망생, 연예인 로드매니저, 단란주점 웨이터, 호스트바(선수는 아니었어요), 호프집 주방보조, 로또 영업사원, 텔레마케터, H빔 설치공, 페인트공, 족발 장사, 부동산 컨설팅, 성인 PC방 운영, 화학회사 전기실 공무, 타이마사지숍 운영, 전업 1인 마케터 생활, 전기공사 등 30개가 넘는 직종의 일을 해왔다.



지금 되돌아보면 무작정 살기 위한 노력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어디든지 들어가서 일하는 것만이 20대까지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남들보다 열심히만 살면 돈을 더 많이 벌고 내가 바라던 성공을 얻게 될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30대 초반 인생을 뒤바꿀만한 사건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때 그날들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를 바꾸게 된 계기와 사람들.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사실 지난 글에 이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어쩌다 보니 나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 앞으로도 나의 과거와 내가 살아온 삶에서 깨닫고 알게 된 것들을 쓰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현재 배우고 발전하고 성장해나가면서 깨닫고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을 남기게 될 것 같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 글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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