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리추얼(family ritual) 만들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면서 나에겐 소박한 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우리 가족만의 리추얼(family ritual)을 갖는 것!!!
도대체 어디서 뭘 주워듣고 ‘리추얼’에 꽂힌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게다가 소박한 꿈이라고 말했지만, 결혼 8년 차(엄마 된 지 7년 차)까지도 별다른 리추얼을 마련하지(?) 못한 걸 보면 리추얼을 만든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대단히 멋지고 거창한 리추얼을 필요도 없고, ‘우리 가족은 구성원의 생일마다 특정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 ‘부부의 결혼기념일엔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가족사진을 찍어’, ‘크리스마스에는 빨간 파자마를 입고 선물을 함께 뜯어’ 같은 평범하고 소박한 리추얼이 왜 어려울까?
조금 게으르고 낭만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마음속 한켠에서는 ‘리추얼이 없으면 어때, 뭣이 중헌디’ 싶은 것도 사실이다. 나의 원가족은 화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가정이지만, 리추얼과는 거리가 멀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사는 게 여유가 없었다’는 게 우리 부모님의 단골 멘트(핑계가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건 안다)지만, 나는 그보다는 대체로 실리적, 실용적인 기준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두 분의 가치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대를 이어 (다소 낭만이 부족한) 같은 성향이고 말이다.
아무튼 리추얼이 없었다고 우리 가족이 추억이 없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50년대생 중에 가히 독보적으로 가정적이며 딸 바보인 아빠를 필두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덕분에 우리 가족에게는 크고 작은 추억들이 참 많다. 생각해 보면 오래도록 여운이 남고 문득 떠오르면 미소 짓게 되는 기억들은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돌림 노래를 부르던 어느 밤’, ‘아빠가 어느 식당에 겉옷을 두고 왔던 일’, ‘주말에 자주 가던 삼겹살 집’처럼 아주 사소한 일들이다.
그리고 이런 평범한 일상들을 함께 하면서 우리 가족에게는 특유의 (좋은) 문화가 자리 잡았다. ‘아침 식사는 무조건 함께’, ‘밥상에서는 신문이나 핸드폰을 보지 않고 대화를’ 에서부터 남편이 처음 결혼을 하고 놀랐던 ‘모든 가족 구성원 간의 공정함(fairness)’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부모님 덕분에 지금까지도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관계로 지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결론은, 리추얼이 없어도 좋은 문화를 가진 가정을 꾸릴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반전)!!
난 여전히 소박한 리추얼을 반복되면서 특별한 추억으로 쌓이고 우리 가정의 전통이 되기를 바란다. 리추얼과 문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겠다, 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