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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Apr 04. 2024

흰머리는 정말 싫어!

나이 듦과 노화에 관한 단상

머리를 빗다 흰머리 두어 가닥을 ‘또’ 발견했다.

20대 때부터 새치가 있었던 탓에 흰머리 따위에는 감흥이 없는 남편이 호들갑을 떠는 나를 비웃으며 잽싸게 흰머리를 뽑아주었다.


처음도 아닐뿐더러 흰머리가 나는 게 이상할 거 없는 나이인데도 왜 나는 매번 흰머리를 발견할 때마다 놀랄까? 정확히는 놀란다기보다 조금 슬프고 아쉽고 무섭다는 게 맞을까?


(알고는 있었지만) 나이가 들고 있구나
그로 인해 노화가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구나
내 청춘은 이렇게 아스라져 가는구나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번 확인사살을 받는 느낌?

아이한테 옮은 감기는 이내 눈병으로 번지고, 생리주기까지 늦추는 등 면역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린다. 피부는 로션에 오일을 섞어 바르지 않으면 건조해서 견딜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머리카락은 또 어떻고? 내 몸에 머리카락까지 닿을 양분은 도무지 없는 건지, 엉키고 빠지고 난리도 아니다.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노화증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흰머리’인 셈이다.




나이가 든다는 걸 꼭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이래 봬도 20대에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불안정한 현실이 괴로워서 눈 감았다 뜨면 인생의 주요 과제들을 모두 마친 50대 아줌마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었고, (빨리 나이가 들고 싶었었고)

토끼띠인 남편을 만나 닭띠 아들과 돼지띠 딸을 낳고 큰 걱정 없이 알콩달콩 살고 있어 아이들이 크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내 나이가 대수인가 싶을 때도 많고, (내 나이? 뭣이 중헌디)

60대 중후반의 부모님이 여전히 육체적으로도 건강하실 뿐 아니라, 여전히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외치며 활발하게 현역으로 뛰고 계신 아빠를 보면 난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싶고)


그렇다고 나이 듦에 수반되는 노화까지 좋아할 필요는 없잖아?




그럼에도 “내가 어른이었다면,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 엄마는 예쁘니까”라고 말해주는 아들이 있어 오늘도 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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