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새별 Feb 20. 2019

스웨덴에서 인턴십 구하기(1) 지원 준비 및 회사 컨택

직무 결정부터 포트폴리오 준비, 회사 컨택까지. 어떻게 해야 할까?

스톡홀름 하이퍼 아일랜드 디자인 리드 코스에는 인턴십 기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인턴십은 오로지 본인의 힘으로만 구해야 한다. 학교에서 회사와 연계를 해주는 등의 지원은? 1도 없다. 


덕분에 내 인턴십 지원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유 몇 가지를 읊어보자면, 우선 인턴십에 비자 문제가 얽혀 있어 이걸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얄짤없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너무 쫄렸다. 또 난생 처음 외국에서 job을 구하는 것이었으며, 이전에 잠시 몸 담았던 광고 업계가 아닌 새로운 필드에 문을 두드리고 싶었다. 게다가 아무리 인터네셔널 회사가 많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스웨덴어를 할 줄 아는 인턴만 뽑는 회사들도 많았다. (스웨덴어 1도 할 줄 모름) 더 최악은... 나 스스로도 내 포트폴리오나 영어 실력에 자신이 없었다. 매일 밤마다 '내가 여기서 정말 인턴을 구할 수 있을까…? 나 한국 그냥 갈까...' 땅 파다가 잠에 들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결론은, 구했다. 오늘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스웨덴에서 어떻게 인턴십을 할 수 있었는지 그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인턴십 준비는 1개월 반 정도, 여러 회사를 알아보고 컨택하는데는 1개월 반 정도가 걸렸다. 12월 초부터 회사들을 컨택하고 면접을 보러다녔고 1월 중순쯤 최종 합격 메일을 받았다. 다행히도 아주 큰 우여곡절은 없이 원하는 직무로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단 어떤 회사에 컨택을 하면, 면접을 보고 붙든 떨어지든 이후의 일들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그 전 단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확실히 하고 가고 싶은 회사를 찾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훨씬 어려웠다.


하이퍼 아일랜드 관련하여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경력을 전환하여 job을 구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이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께 오늘 포스팅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인턴십 준비부터 지원, 면접에 이르기까지 몇 가지 주제들을 나누어 얘길 해보고자 한다.  

1편은 실질적인 인턴십 준비와 회사 컨택, 2편은 면접에 관한 것이다. (*긴 글 주의)



 1. 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구체화하기    

이 단계를 비교적 빨리 마쳤다면 인턴십 준비가 훨씬 수월하다. 대충 두리뭉실하게 '이런 쪽’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인턴십을 준비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스웨덴은 회사마다 직무가 매우 다양하고 또 그 직무가 맡는 롤이 굉장히 다르다. 같은 UX 디자이너 롤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마다 그 UX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르다. 회사의 규모마다 직무 세분화 정도도 매우 달라서 이 또한 지원할 때 염두해야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직무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UX Researcher로 지원할 때, Product Manager 직무로 지원할 때 필요한 포트폴리오는 사뭇 다를 것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이 불명확하다면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CV 준비, 회사 찾기까지 모든 게 어려워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학기 초반 UX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에 관심이 갔었지만 확신을 하진 못했다. 그래서 Brand Strategist나 UX Researcher 쪽도 기웃거렸다. 전략이나 방향성 설정, 파운데이션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아 대충 이런 쪽으로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A 회사는 Brand Strategist를 뽑으니 Strategist로 지원, B회사는 UX Researcher를 뽑으니 UX Researcher로 지원할까? 그럼 포트폴리오 구성은? 면접은 각각 준비하나? 근데 둘 중에 내가 더 하고 싶은 건 뭐지? 에이전시는 가기 싫은데... 회사는 어디로 컨택해봐야 할까. 아 진짜 시간 없는데ㅠㅠ’ 점점 질곡에 빠지게 된다.


마음이 급해서 빨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어디라도 지원해보는 것보단 나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명확히 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뭘 하고 싶은지 한 단어로 나타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좋다. 생각보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부족하여 인턴십을 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일단 다 내려놓고 내가 가진 소프트 스킬, 하드 스킬, 내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때 마침 UX 모듈을 거쳤고 Product Manager 직무에 크게 관심이 갔다.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과 잘 맞아 떨어졌고 경력 전환도 가능해 보였다. 11월 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드디어 구체화했고 Product Manager 인턴십을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의 답은 내 안에 있다.


스스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다. 판단의 기준이 나에게 있기 때문에 헤매지 않는다. 원하는 직무로 어떤 회사에 지원해볼지 생각해보면 된다.


프로덕트 매니저를 찾고 있는 회사, 내가 관심있는 프로덕트를 다루는 회사를 첫 번째로 찾아보았다. 또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Inclusive한 문화를 지닌 회사인지도 따져보았다. 회사의 네임밸류나 규모보다는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점도 중요하게 고려했던 부분이었다. 그렇지 않은 회사는 배제했다.


회사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고민이다. 한국에서처럼 그 나라의 웬만한 회사들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경력 전환이 목표라면 낯선 업계의 회사들을 찾아보아야 하니 더욱 그렇다. 이럴 경우, 본인이 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5가지 정도 적어보고 그 기준에 맞는 회사들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2. 포트폴리오 준비    

포트폴리오 준비는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일단 시작해도 대체 끝나질 않는다. 어떤 프로젝트를 넣을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포맷으로 구성할지 특히 얼마나 ‘컴팩트하게’ 핵심만 보여줄지가 가장 어렵다. 게다가 나는 웹사이트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막막했다. 거의 한 달 동안 포트폴리오만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도 결국엔 잘 만들었어요.


• 구성 및 개수

개수는 3~5개면 충분하다. 자신의 직무에 맞게 구성하고 본인이 자신 없거나 좋아하지 않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제외할 것을 추천한다. 본인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그 애정도가 포트폴리오에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런 케이스는 면접시에 질문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면접 때 말릴 수도 있다. 

'아 이건 별론데… 몇 개 없으니까 그냥 넣자’ 하는 프로젝트는 그냥 빼자. 또 이왕 포트폴리오에 넣기로 결정했다면 애정을 가지고 예쁘게 잘 포장하여 남들에게 ‘자랑’하자.


나는 광고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넣을 프로젝트는 꽤 많았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것과는 관련성이 없는 것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미련이 남아 고민했지만 단순 TV 커머셜이나 잡지 광고 등은 과감히 제외했고 전략 기반이 튼튼한 캠페인, 디지털 플랫폼 브랜딩, UX에 집중하여 최대한 추려 총 5개로만 구성했다. 


• 마무리 및 피드백

포트폴리오 준비를 마쳤다면 해당 직무로 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현직 디자인 에이전시에 일하고 있는 하이퍼 아일랜드 졸업생 멘토들에게 피드백을 받았었다. 물론... 두려운 과정이지만 가장 명확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기 좋은 경우다. 아니면 친구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도 좋다. 


피드백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모든 피드백을 다 반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은 비추다. 본인 기준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반영하고 아니라면 가볍게 스킵하자.


피드백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3. 회사 서칭 & 컨택

이제 실질적으로 회사에 문을 두드리는 일이 남았다.  가능한 옵션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하이퍼 아일랜드 재학생이라면) 하이퍼 아일랜드 Job Board / 졸업생 Mentor에게 컨택 / 학교에 스피커로 방문한 Industrial leader와의 네트워킹

2) 지인을 통한 네트워킹 혹은 지인에게 회사 추천받기  

3) Linked-in 컨택

4) 구글링, 구글링, 구글링.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2번. 가고 싶은 회사에 일하고 있는 현직자와 커넥션을 만드는 것이다. 평소 네트워킹으로 어느 정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는 것이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하이퍼 아일랜드의 경우 모듈마다 스피커들이 워크샵을 하는데 이때 관심이 가는 회사에서 온 스피커라면 회사에 대한 관심을 적극 드러내거나 간단히 조언을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네크워킹을 해보자.


나의 경우, 당시 프로덕트 매니저 인턴을 구하는 인하우스 회사가 거의 없었다. 사실상 제로였다. 애초에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러던 중 친구 추천(진빵님)으로 관심이 가는 서비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찾았고 그 회사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구하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혹시 주변에 그 회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는데 우연히도 우리 반 한 친구가 그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친한 친구였다. 그 친구를 통해 내가 지원 메일을 보낼 수 있는 다이렉트 컨택트(알고보니 CEO 였다ㅎ)를 받았고 그렇게 연이 닿아 최종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물론 이 방법이 쉽지만은 않았다. 성격상 나는 네트워킹을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이나 링크드인으로 먼저 말을 건다는 것 자체가 챌린지였다. '외국인한테? 내가 인턴을 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메일이나 링크드인 메시지를 보낸다고??? 난 못해...' 였다.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메일 하나를 쓰는데도 1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네트워킹을 통해 인턴십을 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연습하기 시작했다. 나나 내 주변 친구들의 경우를 봐도, 정석적으로 회사 오피셜 메일로 지원하고 답변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수고가 덜한 방법이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다.


이 곳의 네트워킹 문화는 여전히 적응이 잘 안 된다. (쭈굴)


친구들의 케이스를 보면

1) 하이퍼 졸업생 중 관심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컨택 

2) 링크드인을 통한 네트워킹 → 회사 컨택 

3) 하이퍼에서 워크샵을 했던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스피커들에게 컨택 

4) 지인에게 추천받아 회사 컨택 

5) 검색, 구글링 → 회사 오피셜 메일을 통해 지원 순으로 많은 것 같다.  



하이퍼 아일랜드의 인턴십에 국가 제한은 없다. 전 세계 어느 회사든 지원 가능하다. 사실 스웨덴보다는 네덜란드, 특히 암스테르담에 회사도 수도 많고 회사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 반 다른 친구들은 뉴욕, 오슬로, 헬싱키, 코펜하겐, 런던, 베를린, 싱가폴 등 다양한 곳에 지원했다. 


나는 비자가 얽혀 시간 문제도 있고 3개월 인턴십을 위해 다른 나라로 또 이동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스톡홀름에서 구했다. 하지만 선택지는 더 많다. 실제로 하이퍼 아일랜드 졸업생들은 스톡홀름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실질적인 인턴십 준비는 끝난다. 포트폴리오 준비, 회사 컨택에 테크 모듈도 병행하는데 스웨덴의 겨울이 주는 우울감까지 겹치면서 스웨덴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다시 곱씹어보니 그때를 어떻게 지나왔나 싶기도 하지만, 길게 봤을 때 그리 대단한 일도 ‘큰 일’도 아니었는데 지레 겁먹고 걱정했던 부분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이 또한 다 지났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회사 컨택 후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면 이제 면접만 남았다. 겪어본 결과 스웨덴의 잡 인터뷰는 한국의 면접과 많이 다르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과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춰 스웨덴에서의 인턴십 면접에 관해 다룰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의 선순환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