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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새별 Jan 17. 2019

일상의 선순환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

마음이 갈 곳을 잃었을 때, 나는 리플렉션을 한다.

나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 처음 겪어본다. 당황스럽지만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생각보다 잘 해낸 것 같으면서도 뭔가 찜찜하다. 그러더니 이번엔 잘해냈어야 하는 일을 몽땅 망쳤다. 창피하고 두렵다. 다음번엔 좀 더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니 사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데.


나는 이럴 때, 리플렉션을 한다. 하이퍼 아일랜드에서 배운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하나 뽑아보라면, 나는 단연코 리플렉션!을 외친다. 하나부터 열까지 챌린지이면서 가끔은 실패가 디폴트인 것처럼 느껴지는 나에게 리플렉션은 매일매일 없어선 안 될 필수 코스다.


연말에 한국에서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year-end workshop. 최애 세션인 리플렉션을 설명 중이다.


리플렉션(reflection)이란 자신에게 있었던 일, 사건에 대해 회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것을 운동, 명상, 일기 쓰기라는 이름으로 이미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내어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 그것이 나한테 어떤 영향을 끼쳤나, 난 무엇을 느꼈고 배웠는가, 이것을 계기로 다음에도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내 어떤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 더 나은 경험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다. 나는 리플렉션을 일상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이퍼 아일랜드는 다음과 같이 리플렉션을 위한 단계별 질문을 만들어 놓았다.  


1.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What happened during the experience?

2. 내가 느낀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반응했는가?

How did I feel and what were my reactions?

3. 그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 결론,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

What insights or conclusions can I draw from the experience? What did I learn?

4. 더 나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 내가 배운 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How can I apply what I learned to improve future experience?

What actions can I take based on what I learned?


학기 초, 하이퍼 아일랜드에선 65명이 다 함께 리플렉션을 한다. 같은 것을 겪어도 모두가 다른 것을 느끼고 배운다는 점은 늘 놀랍지만 두 번은 못할 것 같다.




위 단계별 질문을 간단한 상황에 적용해보자.


1.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가?  

친한 친구와 함께 30일 간 유럽 여행을 왔다. 여행한 지 일주일 차, 친구와 크게 싸웠다.

2. 그 경험에서 내가 느낀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반응했는가?  

친구와 처음 싸워보는 거라 당황스러웠다. 이틀 간은 매우 불편한 시간을 보냈다.

여행은 아직 3주나 남았는데 냉전을 유지하고 싶진 않아서 대화를 나눴다.  

3. 그 경험에서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  

알고 보니 우린 서로 다른 생활 패턴, 서로 다른 여행에 대한 익스펙테이션을 갖고 있었다. 나는 좀 쉬면서 천천히 즐기고 싶은데 친구는 가능한 쉬지 않고 모든 곳을 다 가고 싶어 했다. 이 전에 같이 여행 가 본 적이 없어서 이런 점에 대해선 서로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루 같이 노는 거랑 여행을 함께 가는 건 다르다. 사전에 서로의 생활 패턴과 이 여행에 대해 기대하는 점을 공유했어야 했다. 여행지에서 싸우는 건 자칫하면 여행 전체를 망친다.

4. 이를 바탕으로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갈 땐 각자의 생활 패턴을 반영해서 여행 계획을 세운다. 서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사전에 대화를 나눈다. 이 부분이 너무 맞지 않는다면 함께 여행은 가지 않는 게 좋다.     



Individual Reflection,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작년 11월쯤, 스웨덴 유학 생활에 약간의 회의감을 느끼며 자주 우울해했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무기력해지고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는데도 스스로 헤쳐나가지 못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선 자리에 앉아 노트에 이런저런 것들을 써내려 갔다. 그리곤 리플렉션을 하며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 뭘 느꼈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생각해봤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해서 생각을 정리해나간다. 그러면 뭔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면서 내 자신과 또 나를 둘러싼 상황, 환경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복잡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 이해도도 깊어진다. 결국은 나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어떻게 더 나은 경험을 만들 수 있는가에 고민하는 습관이 길러진다.



Team Reflection, 더 나은 팀워크를 위한 간단한 워크샵

리플렉션은 나를 위해 쓸 수도 있지만 팀 빌딩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프로젝트를 완료했거나, 팀에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팀원들과 리플렉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는 무엇에 영향을 받았나, 무엇을 배웠나를 복기해보고 더 나은 팀워크,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Regular team reflection 시간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브랜딩 모듈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Regular Reflection 시간을 가졌다.


Reflection For The Next

리플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래서 그 다음엔?” 이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리플렉션을 통해 배운 점을 다음 경험에 적용했을 때 리플렉션은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 이런 일이 있었지’하고 그냥 끝나버린다. 

개인적으로는 이 적용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새롭게 배운 것을 ‘아는' 게 아닌 직접 해보는 게 어려우니까. 지금도 어렵지만 의식적으로 다음번을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보면, 시간을 내서 ‘아 이런 일이 있었지, 내가 이랬지’ 하며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리플렉션이 반드시 깊거나 길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가볍게 자기 전 샤워 시간에 혹은 차 한잔 하며 간단히 생각해볼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방식이면 된다.  


본인에게 편한 공간, 편한 시간에 편한 방식대로 리플렉션을 해보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록으로 남기자. 날아가지 않도록 다음번의, 미래의 내가 잘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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