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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새별 Feb 25. 2019

스웨덴에서 인턴십 구하기(2) 면접

한국의 면접과 어떻게 다를까

1편에 이어 이제 대망의 면접이다. 사실 면접까지 갔다면 나는 거의 다 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네트워킹이나 지인 커넥션을 통한 잡 인터뷰였다면 포트폴리오, CV를 검토한 후 마음은 기울었고 ‘이상한 애’는 아닌지 확인하는 면접이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면접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웨덴의 면접은 한국의 면접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면접은 어떻게든 나를 증명해 보이는 자리인데 스웨덴에선 오히려 커피 한잔하며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면접 과정    

물론 회사 바이 회사, 사람 바이 사람 이겠지만 겪어본 결과 스웨덴에서의 면접도 어느 정도는 패턴이 있다. 면접 때문에 그 회사에 방문했다면 대부분의 스텝은 다음과 같다.  

 

1. 회사 소개

우선 회사 쪽에서 먼저 회사에 대해 소개를 해준다. 우린 이런 회사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고, 이런 일을 하고, 이런 사람들이 있고, 이런 문화를 지향하고 등등. 대부분은 회사 쪽에서 먼저 입을 연다.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질문해도 좋다.    


2. 간단한 대화
가볍고 간단한 대화가 오간다. '이전엔 어떤 일을 했니, 이 회사는 어떻게 알게 됐니, 살아보니 스웨덴은 어떻니' 등등. 간단히 본인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다. ‘각 잡고’ 자신을 어필하진 않는 분위기다. 자연스럽고 너무 무겁지 않게 자신을 어필하고 회사에 대한 열정이나 흥미도를 보여주면 된다. 


3. 포트폴리오 리뷰, 프레젠테이션    

면접 본론으로 들어가 내가 잘하는 것, 내가 해왔던 것들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대부분 1~3개 정도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젝트를 골라서 해보라는 경우도 있고 회사 측에서 집어서 요청하기도 한다. 그 프로젝트에서 ‘내’가 했던 것에 초점을 맞추어 내 강점을 어필하면 된다. 포트폴리오 구성을 잘 마쳤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면접을 염두에 두고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너무 길거나 요점이 분명하지 않다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도 고생이다.)


4. QnA   

포트폴리오 관련하여 궁금한 부분 혹은 지원자에 대해 알고 싶은 부분에 대해 질문이 오갈 것이다. 어렵거나 돌발 질문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는 대처 하기 나름이다. 전혀 '완벽하게' 대답할 필요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좀 갖고 대답해도 된다. (나는 두 군데 면접을 봤었는데 한 군데에서는 내가 동물이라면 뭐 일 것 같냐, 내가 제일 못하는 것 3가지 뭐 이런 것들을 물어봤다)


압박 면접처럼 고의적으로 나를 곤란하게 하거나 의도를 모르겠는 질문을 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 대부분이 1:1 면접이기 때문에 경쟁자와 비교되는 경우도 없고,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보는 면접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거나 떨지 말고 내가 말할 수 있는 선에서 말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나다움을 보여주자.


 5. 회사 구경   

면접이 끝나면 회사 구경시켜주고 바이 바이. 회사 구경부터 시켜주고 시작할 수도 있겠다. 여기선 이런이런 일을 하고, 여긴 뭐하는 데고 쭉 둘러보면서 사람들과 인사도 시켜준다.  

(*주니어 급의 담당자와 면접을 봤다면 디렉터 혹은 임원 면접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면접의 성격이 달라지진 않는다. 똑같다.)


면접은 생각보다 정말 캐주얼하다.


끝이다. 대부분 30분~1시간 이내이다. 전체적으로 한국에서처럼 회사 측에서 질문하면 내가 답하는 식과는 거리가 멀고 거의 대화에 가깝다. 나도 처음에는 ‘외국어로 면접이라니.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이라니.’ 하며 정말 걱정이 많았었는데 막상 대화가 시작되니 긴장도 풀리고 편하게 이런저런 얘길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하고 나왔다.


면접이 끝나고 나면, 더 가고 싶어 지거나 아님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거나. 판단이 설 것이다. 나의 경우 한 회사는 전자였고 한 회사는 후자였다. 웹사이트, 공고만으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직접 가서 듣고 '대화'해보고 나면 '아 이 회사는 내가 원하는 게 없구나' 혹은 '이 사람들이 찾고 있는 사람이 나는 아니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라면 합격, 불합격의 느낌만 오겠지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메일을 통해 간단히 ‘fika’(*fika: ‘커피를 마시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동사. 커피 한 잔 하며 대화하는 시간 정도로 보면 된다.)를 가지자고 했더라도 이는 대부분 면접과 이어진다. 정말 ‘fika’만 하고 끝인 경우는 거의 못 봤으니 피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준비하고 가는 게 좋다. 또 스카이프, 구글 행아웃을 통한 화상 면접도 많다. 스웨덴이더라도 스톡홀름이 아닌 다른 지역이라든지, 따로 면접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든지 뭐 여러 가지 이유다. 화상 면접도 그 나름대로의 어려운 점, 불편한 점이 있으니 미리 연습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스웨덴에선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피카를 한다.


간단한 팁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1) 내가 잘하는 것 2) 내가 줄 수 있는 것 3) 내가 배우고 싶은 것 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나를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해선 언제나 고민이지만 이 세 가지에 집중해서 이 회사에 내가 필요한 이유와 나에게 이 회사가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자. 이것만 잘 통해도 반 이상은 합격이다.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 연습은 필수다. 내 주변 친구들이나 나를 포함해서도 포트폴리오에 있는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는 회사는 아직 못 봤다. 대부분 1~3개 이내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젝트 혹은 지원하려는 직무나 회사에 가장 관련성 있는 케이스를 기준으로 프레젠테이션 한다고 보면 된다. 친구와 함께 연습해보면서 어디가 부족한 지 어떤 프로젝트가 더 임팩트 있는지 테스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합격 or 불합격   

면접 후 결과가 좋지 않다면 대부분은 이런 경우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1) 내가 아직 하고자 하는 게 명확하지 않거나

2) 내가 회사에 원하는 것과 회사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다르거나  

3)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그 회사에서는 줄 수 없는 경우다.  


이런 것들이 맞아떨어지고 회사에 자리가 있다면 대부분은 합격이다. 그리고 그 회사가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을 줄 수 없다면 가지 않는 게 맞다. 예를 들어 본인은 회사 내 멘토가 너무 필요한데 회사에선 그럴 만한 인력이 없다거나 서비스 디자이너 직무로 일하고 싶은데 서비스 디자이너를 뽑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경우다.


또한 영어 실력은 딱히 불합격 요인이 아니다. (클리셰처럼 들리겠지만) 영어보다도 의지 표현이 중요하다. 근데 정말이다. 영어 네이티브지만 아직 인턴십을 구하지 못한 친구들은 대부분 아직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혹은 적절한 커넥션을 만들지 못해서 못 구한 경우가 태반이다. 반대로 영어실력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알고 그에 맞는 회사를 찾아 적극적으로 지원한 친구들은 대부분이 인턴십을 구했다.  


스웨덴에서 인턴십을 구하는 여정은 이 정도다. 물론 개인마다 준비 기간이나 스트레스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나 또한 꽤나 오랫동안 고민했고 '멘붕+자존감 바닥 콤보'로 인턴십을 준비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서인지 준비를 다 마치고 실제로 인턴십 회사를 구하는 과정은 잘 풀렸다.  


곧 인턴십이 시작된다. 경험해본 적 없는 직무에 또 외국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 긴장되지만 업무 환경, 문화, 사람들은 어떨지 기대도 된다. 경험해보기 전엔 모른다는 진리를 다시 곱씹으면서 지레 겁먹지는 말아야겠다. 3월 중으로는 실제 이곳에서의 인턴십을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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