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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음 Jul 16. 2020

고양이와 함께 보는 마당, 까치

마당의 까치


 스카 녀석은 출근 혹은 퇴근하는 나와 짝꿍을 보면 땅의 습도와 청결함은 노신경이다. 배를 뒤집고 누워서 왱알앵알 말이 많다. 밥을 달라거나 알은체 해달라는 뜻이다. 배를 만지면 깨물면서 왜 자꾸 배를 보여주는지는 의문이다. 스카에게 밥과 물을 채워주면 미미는 캣타워에 앉아 창밖을 괘씸하게 쳐다본다. 미미의 표정은 사람의 표정과 같다. 눈빛과 입모양, 눈의 크기로 감정을 아주 정확히 표현한다. 그리고 눈치 보며 감정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 나와 똑 닮았다. 쓸데없는 점을 닮은 미미는 스카를 보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닫힌 창문 안에서 미미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정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최근 미미는 스카와는 다르게 생긴 검은 녀석들에게 화가 잔뜩 났다. 그들은 까만 까치였다. 까만 까치는 세 마리가 가족인지 친구사이인지 함께 다니는데, 이 녀석들은 우리 집 마당으로 껑충껑충 뛰어와 깍깍 소리도 내지 않고 스카의 사료를 훔쳐먹었다. 담쟁이넝쿨을 품고 있는 담에 앉아있다가 마당으로 날아들어 스카의 사료를 냐금냐금 먹었다. 창 밖의 모습을 보고 나는 까치에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에 사람이 없으면 까치는 또 스카의 사료를 훔쳐먹을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스카가 요즘 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며 스카를 탓했고, 나는 고양이 확대 범이 틀림없다며 스스로를 탓했다.


 처음부터 까치가 스카의 사료를 먹지는 않았다. 두 달 전쯤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벌레가 생겼다. 검색해보니 나방 벌레로 추측됐다. 혹은 중국매미 유충일지도 몰랐다. 감잎에는 몬스테라 못지않게 구멍이 생겼다. 마당에는 고양이가 오기 때문에 생각 없이 농약을 뿌려댈 수는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농약의 대체로 인도에서는 님오일을 사용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고양이에게도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짝꿍과 나는 공원 산책을 마친 후 돌아오는 길에 있는 시장에서 농약용 분무기를 구입했고, 인터넷을 통해 님오일 한 통을 샀다.


 구매는 게을러도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사용은 게으르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농약용 분무기와 님 오일은 사실상 구매 직후부터 현관에서 방치되었다. 중국매미 유충인지 나방 벌레인지 뭔지 모를 벌레는 감잎을 갉아먹으며 하루가 다르게 통통해졌다. 올해 감나무에 감이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뀔 때쯤 까치가 우리를 구원해줬다. 님오일도 해결 못한 벌레를 까치가 없애준 것이다. 사실은 님오일이 아니라 우리의 게으름이 벌레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지만.


  마당에는 항상 새들이 있었다. 까치만큼 덩치 큰 녀석들은 아니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동이 트기 시작할 때부터 짹짹거렸다. 창문을 열어 새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웠다. 까치는 어릴 때부터 설날마다 사진으로 그림으로 봐왔던 덕에 실사와 이름이 쉽게 연결되지만 다른 새들은 그렇지 않았다.


 볼에 주황색 볼터치를 한 작은 새의 이름은 무엇일까, 긴 꼬리를 달고 가족과 함께 와서 한참 시끄럽게 잠을 깨우는 녀석들의 이름은 무엇일까, 오늘은 미미와 함께 창밖을 보며 이 새들의 이름도 하나씩 알아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까치들이 스카의 사료를 못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벌레가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까치가 고민이다.




글과는 관련 없는 동네 고양이들 (스카의 친척뻘로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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