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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Jan 03. 2024

AI와 대화하는 시대, 대인관계는 필요 없어질까?

각 유명 대학교에서 대인관계 강좌가 열려서 언론에서 대서특필(?)을 하고 있다. 전남대에서는 연애강좌가, 서울대학교에서는 인간관계 심리학 수업이 열렸으며 학생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정원이 마감이 되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인간관계마저 강의로 배워야 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 걱정이 된다는 뉘앙스의 글을 쏟아냈다. 하지만, 잘 따지고 보면 인간관계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는 20년전, 40년 전에도, 아마도 100년 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대인관계는 어려운 주제다. 


오래된 하이틴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어떻게 하면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가서 데이트 신청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친구와 가르침을 받는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가 단골소재로 등장 했었다. 꼭 이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청소년기에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은 요즘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었다. 


문득 잊고 있었던 나의 어린시절 기억이 하나씩 솟아났다. 초등학교 때는 골목에서 줄넘기를 하다가 멀리서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고양이처럼 집으로 숨어 들어갔다. 중학교 때는 미용실에 가서 내가 원하는 머리를 해 달라는 말을 못해서 미용사가 몽실이 언니처럼 귀에서 잘리는 똑단발을 만들어 놓을 때 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미용실을 나오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옷가게에 갈 때면 너무나 긴장되어서 내 마음에 드는 옷은 고르지 못하고 엉뚱한 옷만 들고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숫기가 없는 아이는 아니었다. 나는 지극히 정상 범주에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에서 사람을 대해야 할 때 받는 심리적 부담감은 온 몸을 굳어 버리게 만들곤 했었다. 


다만 그런 환경에 끊임없이 노출되다 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더이상 긴장을 안하게 되었을 뿐이다. 요즘 친구들이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 힘들어 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지속 되어 온 인간의 기본 성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소통을 배우고자 하는 건강한 움직임 

그렇다면 이렇게 강의로 인간관계에 대해 배우려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우리가 인간을 잘 알고자 노력하고 더 나은 소통법을 배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인간의 마음을 모르기에 서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이 많았다. 무심코 던진 말이었지만 상대방에게는 성희롱이 되고, 그저 안부 인사차 건넨 말이었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건드리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던 것들이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이제는 사람들도 알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더 잘 알고 더 잘 소통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렇게 배움의 열기를 갖게 되는 것이기에 우려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학에서는 동아리 모임이나 선후배간의 만남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와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다. 문토와 트레바리, 넷플연가 등의 모임 커뮤니티가 성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기존의 인간관계에서 서로에게 구속과 부담이 되는 면을 빼고, 좋은 면만을 남긴 형태가 바로 이런 커뮤니티 형태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일회성 만남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구속력이 없을 뿐 그 안에서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은 계속 인연을 이어갈테니 말이다.  



혼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은 더욱 중요시 될 것이다 

비디오테이프가 나오고서는 앞으로 극장에 갈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극장에 간다. 영화관을 가기 위해 외출 할 때의 기분과 영화관에 가득 풍기는 팝콘 냄새, 그리고 대형 스크린 앞에 잔뜩 모여 있는 그 공간 안에 들어가서 군중의 일부가 되는 것을 즐긴다. 


디지털 기기가 발달 되면서 이제 모든 기록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 되어 있지만, 여전히 종이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고있다. 흰 종이에 펜으로 사각사각 글씨를 쓰고, 자를 대서 색색가지 라인을 그리고, 펜촉을 굴리면서 생각을 함께 굴려보는 그 경험을 선호한다.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귀고 AI 와 대화를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대면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은 중요시 될 것이다. 온라인상의 관계도 대면에서 관계를 맺는 능력을 기반으로 하며, 온라인에서 맺은 관계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오프라인 만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앞으로는 사람이 더 귀해질 것이라고 했는데 귀한 사람을 연결하고 그 사람간에 끈끈함을 만들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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