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TED 영상 _ 하버드 교수의 반전 고백
미국의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TED는 과학에서부터 국제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로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강연을 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중에서도 하버드 사회학 교수 Amy Cuddy의 자신감을 길러주는 ‘파워 포즈’에 대한 강연은 2024년 기준 7천만 뷰를 기록한 전설적인 테드 영상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내면에 자신감이 없더라도 파워 포즈를 취함으로써 역으로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 하여 사람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강연에서 파워 포즈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대학원을 다닐 때 자신이 사기꾼(Impostor)처럼 느껴졌다고 한 대목이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그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말하며 잠시 말을 잊지 못할 정도로 감정에 복받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전 세계 최고 명문 하버드 대학교 교수라면 부푼 자신감을 갑옷처럼 두르고 다닐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와 달리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낮은 자존감을 안고 살았다는 고백을 해서 의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유명 인사들이 겪고 있는 가면증후군
Impostor Phenomenon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은 그녀 뿐만 아니었습니다. 해외 유명 인사들 중에는 자신이 가면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직접 고백한 사람이 여럿 있는데요, 해리포터에서 헤르미온느 역으로 어린 시절부터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엠마 왓슨*은 뭔가를 성취할 수록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느끼고,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의 실체를 발견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했습니다. 스타벅스를 전 세계 최고의 커피체인점으로 만든 하워드 슐츠*는 “CEO로 부임한 사람들 중, 그 자리에 앉으면서 자신이 CEO 가 될 자격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당신에게 직접 그런 말을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죠.”라는 말로 가면 증후군을 표현했습니다.
대중음악 역사상 위대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보위*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1997년 Q Magazine 인터뷰에서 그는 ‘낮은 자존감과 부적절한 자기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서 집착적으로 작곡을 하고 공연을 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11살 소녀로 레옹에 등장해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하버드에 재학하여 현재까지도 미국의 최고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나탈리포트만*은 대학에 입학한 뒤로 "멍청한 여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신경생물학이나 고급 히브리어 문학과 같은 어려운 수업만 들었다."고 했지요.
가면증후군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객관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쌓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적 수준이나 재능을 의심하고 본인의 무능력함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를 가면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가면 증후군은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만연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들은 성공을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의 결과라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운이나 시스템적 오류와 같이 뭔가 잘못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진짜 자신의 무능력한 모습이 드러나면 치욕스러운 일을 겪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런 증상은 압박이 심하고 높은 기대 수준을 요구하는 고위험군 직종에서 나타나기 쉽습니다.* 주로 간호사, 의사, 학자, 회계사, 기업의 매니저 직군 등에서 많이 보이는데,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업무에 대한 낮은 만족도를 보입니다.
가면 증후군은 왜 생기는 걸까?
가면 증후군과 완벽주의
가면 증후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벽주의 성향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캐나다 UBC 대학의 Paul L. Hewitt과 York 대학의Gordon L. Flett 은 '자기와 사회적 관점에서의 완벽주의'라는 논문에서 완벽주의를 ‘불가능한 기준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하였는데요, 완벽주의자들은 무모할 정도로 높은 목표를 설정해 놓고 엄격한 잣대로 자기평가를 하며. 성공보다 실패에 초점을 두고 작은 실수를 과도하게 일반화하여 자신을 '무능한 사람'으로 몰아붙인다고 합니다. 그들은 '적당히' 만족하는 법이 없기에 뭐든 '모 아니면 도'로 생각하고 그 결과 언제나 '완전한 성공 혹은 완전한 실패'라는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완벽주의는 그 동기가 자신이냐, 타인이냐, 사회적 기준이냐에 따라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 타인 지향적 완벽주의, 그리고 사회적 완벽주의로 나뉘는데요, 가면 증후군은 이 중에서도 자기 지향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완벽주의로 보입니다.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 스스로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엄격한 자기평가를 하는 것,
타인 지향적 완벽주의: 비현실적인 기대를 설정해 놓고 타인에 대해 비판적 평가.
사회적 완벽주의: 다른 사람들의 승인을 얻기 위해 남들이 정해놓은 기대를 충족하고자 노력
하지만 완벽주의가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응적 완벽주의는 자신의 노력에 대해 만족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가끔 발생하는 실수들은 허용할 만큼 유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반면에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실패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자기 행동을 의심하기에 과도하게 일을 하고 그 결과 만성 피로, 번아웃, 불안, 우울, 등과 같은 심리적인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가면 증후군은 완벽주의의 부적응적인 면이 극대화된 형태로 나타난 결과로 보입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바라는 높은 수준의 기대를 달성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자기 능력을 의심하는 수준을 넘어, 본인이 성취한 모든 것을 부정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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