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멘을 보다
최근에는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주말이면 극장을 종종 찾고 있는데요, 이번 주 우리의 선택은 ‘오멘 - 저주의 시작’이었습니다. 공포영화계에서는 전설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는 오멘이 1976년 개봉을 한 뒤로 무려 40여 년 만에 내놓은 프리퀄(1편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멘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중간중간 삽입된 여러 상징적인 요소로 그야말로 해석할 거리가 아주 풍부한 영화였습니다.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오멘의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성녀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하듯 적그리스도를 탄생시킬 모체로써 선택되어 계획적으로 양육되고, 강제로 수간을 당하는 고통스러운 일을 겪습니다. 교회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악의 세력은 그녀를 잔인하게 희생시키는데, 완벽하게 짜여 있는 계획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상황은 공포감을 자아낼 만했습니다.
좋은 영화는 보고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적그리스도에 대한 성경의 예언,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섬뜩한 묘사, 그리고 조현병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정신병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환청과 환각을 자주 경험했고, 그로 인해 여러 차례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고 고백하는 내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그녀는 영화가 전개되는 주요 장면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어요’라는 멘트를 반복적으로 해서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서부터가 그녀의 망상인지 경계를 모호하게 합니다.
교회 내 악의 세력은 이런 그녀를 정신병자 취급하는데, 하지만 정말 그녀의 관점에서 본 데로 진짜 악의 세력이 그녀의 탄생부터 대리모 활용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수렁에 빠뜨린 것인지, 아니면 조현병 증상을 가진 여성의 환각과 환청, 망각이 혼재되어 현실을 왜곡시킨 것인지는 영화만 봐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식스센스급 반전
이 영화는 조현병을 앓고 있던 주인공의 시각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고 끝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오멘과 달리 주인공의 관점에서 실제 사실로 옮기면서 전혀 다른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귀신이 보인다고 하는 아이를 오랜 기간 치료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 귀신이었던 ‘식스센스’. 아내를 죽인 살인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보안관이 알고 보니 본인이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셔터 아일랜드’가 그러합니다. 특히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는 정신 분열을 겪는 인물이 겪는 혼란스러움을 주인공 관점에서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식스센스급 반전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영화들의 특징은 주인공이 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치들을 영화 중간중간에 배치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힌트들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철저히 자기만의 해석의 틀로 상황을 왜곡해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모든 것들은 완벽하게 잘 들어맞는 사실인 것처럼 보이죠. 관객들은 주인공이 어떻게 현실을 해석하고, 받아들였는지 그 과정을 모두 함께 경험했기에 그와 전혀 반대되는 현실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꼭 조현병과 같이 극적인 정신질환이 아니더라도 심리상담에서 왜곡된 지각을 바로잡는 것을 중요시 합니다. 온 세상이 절망적이고 내 삶에는 희망이라곤 없는 것 처럼 보이거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정직하지 않고 뒤통수를 칠 준비만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만 나의 주관적 해석의 틀이 덧붙여져서 더욱 뚜렷하게 세상을 절망과 의심으로만 가득 채우게 만들곤 합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무엇을 더 확대해서 보는지에 따라 나의 세계는 달라지기 때문이죠.
영화 셔터아일랜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우리가 나만의 색깔이 들어간 안경을 끼고 삶을 바라보게 된 데에는 물론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삶의 어느 순간에 겪은 충격적인 일은 세상을 해석하는 나만의 견고한 틀을 덧씌우곤 합니다.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하거나, 잘 지내던 무리에서 배제되는 경험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들은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유발하곤 합니다. 그래서 남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항상 버림받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 버림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쓰게 만듭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서도 버림받음을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하고 실제와 관계없이 그렇게 믿어버리기도 합니다. 특정 시기에 순간적으로 경험한 사건이 내 감정에 영향을 많이 미쳤을수록 더욱 견고한 사고의 틀을 만들죠.
그런데 한 순간에 사실이었다고 해서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실인 것은 아닙니다. 10년이면 온몸의 세포가 전부 다 바뀐다고 하듯, ‘나’라는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나를 둘러싼 환경도,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한때 나를 배신 했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다 배신자는 아니며, 언제나 새로운 관계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특정 시점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덧씌운 프레임, 혹은 내가 세상에 대해 씌워놓은 프레임이 영원히 지속될 때, 우리 삶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것은 나를 불안하게 하거나 우울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의심하거나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이러한 왜곡된 사고의 틀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편집자이자 감독이다
우리는 '나'라는 인생의 영화감독입니다. 내가 어느 부분을 확대해서 보고, 어떤 사건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인생은 비극이 되기도 하고 희극이 되기도 합니다. 당신이라는 삶의 장르를 미스터리 스릴러로 만드시겠습니까? 혹은 로맨틱 코미디로 만드시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내 삶을 덧씌우고 있는 우울한 해석의 틀이 있다면 저와 함께 바꾸어 보시지요! �
퇴근길 마음 워크샵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상담을 받기는 부담스럽지만, 답답한 마음을 나눌 사람들이 필요하다면, 5월에 진행되는 퇴근길 마음 워크샵에 신청해 보세요! 마음이라는 보물창고의 문을 열는 열쇠를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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