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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Jun 24. 2024

당신이 거절을 못하는 이유


인간관계는 왜 이렇게 피곤한걸까요? 




사람 간의 관계는 너무 멀어도 문제지만 너무 가까워도 문제지요. 요즘처럼 네트워크가 발달해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는 시대에는 특히나 적절한 거리두기가 너무나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자주 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이들과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 나가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소통하는 과정 중에 서로 선을 넘게 되기도 합니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그 적정선이 어디까지인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통용되는 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문제가 되기도 하고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하니까요. 어떤 사람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말 걸고 커피를 마시러 가자는 동료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존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서프라이즈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사람마다 적정 선이라고 하는 것의 종류도, 그리고 그 수준도 너무나 다릅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사실 정답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정답이 없기에 나와 상대를 조율해 나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사회생활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은 ‘일’이 아니라 ‘인간관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미묘하고도 복잡한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데로 다 맞춰주곤 합니다. 보통 타인의 반응에 더 민감한 사람이 그런데 이들은 자기의 목소리보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습니. 그들은 때로 이타주의자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에게 순응하는 사람으로 보이게도 합니다. 하지만 이타주의자이건 순응하는 사람이건 간에 본인의 감정과 욕구를 무시한 채 지나치게 타인에만 맞추다 보면 심리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병이 될 수 있습니다. 











중독과 트라우마, 신체 질환의 전문가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 Gabor Mate(가보 마테) 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서 너무 “착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질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 몸이 좋은 영양소를 흡수하고 바이러스와 같이 해로운 것은 퇴치하는 작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감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고 상대방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맞추게 되면 바이러스의 침범을 막아내지 못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어서 마음의 병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병도 받게 된다고 말하죠. 245만이라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 “When Body Says No (몸이 거절할 때 생기는 반응)” 에서 그는 각종 중독이나 암과 같은 신체적 질병을 육체적인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원인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을 전파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적절하게 나를 지키면서 경계를 유지해야 할까요?




자기주장을 하고 나의 심리적 경계를 지켜내는 것의 중요성은 닥터 가보 마테의 메세지를 통해서 충분히 이해되었을거에요. 하지만 그 뒤에는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나의 경계를 지키면서도 적당히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경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트러블과 갈등을 유발한다면 그 또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소모가 되니까요. 










어린시절 이야기로 돌아보는 타인과의 경계설정    





적절한 경계를 유지하고 거절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면 아래의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혹시 내가 ‘타인과의 분리’가 잘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세요. 




저는 어렸을 적에 엄마가 계란 후라이를 해 주면서 “노른자를 터뜨려줄까 그냥 줄까?” 라는 질문하면 “엄마 마음대로 해주세요”라고 선택권을 넘겨주고는 마음속으로는 앞뒤로 노릇하게 익힌 반숙으로 된 계란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곤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이 독심술을 부리듯 정확히 나의 요구사항을 알아주기를 기대했던 것이죠.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고 있다고(혹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처럼 저 또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상대의 감정 상태와 내 감정 상태를 분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남이 힘들어지는 일이 생기면 제가 다 떠안아서 대신 짊어지곤 했지요. 같이 숙제 하다가 친구가 어려운 문제를 푸느라 낑낑대면 몇 시간이건 대신해서 풀어주다가 저는 제 할 일을 못하고, 친구는 할 일이 없어져서 심심해서 멀뚱멀뚱해지곤 했습니다.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이 해야 할 자리에서 일을 대신해 주고 있었던 것이죠. 결국 저는 제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친구는 자기가 배워야 할 공부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분리, 개별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와 타인과의 경계가 모호지면서 이렇게 여러가지로 문제가 생깁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굳이 입을 열어서 내 의사를 전달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말하지 않고서도 내가 원하는 데로 다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기대한 대로 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분노하게 되겠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다고 여기면 내가 할 일과 타인이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남이 할 일을 내가 대신해 주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또는 요구하지도 않은 호의를 베풀다가 혼자 지쳐 떨어져 버리겠죠.




이런 경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타인을 다 알 수 없다, 그리고 타인도 나의 사정을 모른다”라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그 사람의 시각과 관점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무지’ 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상대의 마음속 생각까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미리 상대방의 대답과 반응을 예측하고, 어려운 부탁을 하거나 불편한 이야기를 하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 망설이거나 아예 지레 포기하곤 하죠. 그런데 용기 내서 이야기 해 보았더니 예상과 다르게 상대방이 반응하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지 않나요? 우리의 예상 비껴가는 이유는 그야말로 그것이 나의 관점에서 나온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모르는 영역이 있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할 때 ‘대화와 소통’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나의 상황과 의견을 최대한 담백하게 전달하면 그것은 자체로 상대방에게 정보가 되며 상대방도 이를 기반으로 입장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측보다 더 정확한 것은 직접 소통하고 상대의 의사를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은 내 입장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입장 또한 담백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다르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다름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여기서도 상대의 마음을 섣불리 재단하지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서로 의견 차이가 크다면 대화를 통해서 입장차이를 좁혀 나가는 소통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입장을 어떻게 듣고 계시나요? 그들의 입장에 대해서 최대한 판단하지 않고 그 자체로 담백하게 이해했나요?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면 아래의 질문에 하나씩 답해 보세요. 





혹시 최근에 선을 넘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난 적이 있었나요?


그 사람은 어떤 행위가 나에게 불쾌감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세요.




상대방에게 내가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어려움으로 느끼는지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나요? 혹시나 내가 상대의 의도를 다 알고 있다고 단정짓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시다. 상대방의 의도와 반응을 미리 재단하지 말고 담백하게 나의 생각을 전달해 보세요.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상대의 상황을 존중하며 다음 해결책을 모색해 보도록 합시다. 여러분은 어떻게 의견을 좁혀 나갈 수 있을까요? 양측의 의견이 좁혀질 수 없을 것 같다면 제 3의 방안을 모색해 봅시다. 





담백한 소통을 통해 여러분의 경계를 지켜나간 경험이 있다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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